책, 위화 - 인생

Posted 2020. 8. 6. 22:19,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독서모임 관련해서 추천받아 읽은 책이다.
원제는 ‘살아간다는 것’. 뭔가... 지독한 고통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덤덤한 긍정과 life goes on스런... 미묘하게 낭만주의적인 느낌 갖고가는데...
(읽으면서 뭔가 아리까리하다. 살짝 속는 느낌처럼..-_-... 이 감성 느끼는 게 맞는 건가.. 싶은 느낌 들락말락...)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이 푸구이의 삶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뭘* 보고 작가가 들이미는 대로 이 푸구이 노인을 높게 평가해줘야 되는지 모르겠네-
구체적인 알맹이는 안 보이면서 자꾸만 깨달았느니 달관했느니 평범하지 않느니 수식어만 붙여대는데... 난 그닥 동의가 안 된다...


별로 감정적으로 동의 안 되는 소설 구구절절 읽는 것보단 차라리 서문.. 작가의 말을 읽는 게 의도가 또렷하게 보여서 훨씬 낫다.
“자신을 이해하면, 곧 세계를 이해한 것이다.” “내 작품은 모두 현실과의 긴장 관계에서 나왔다.”
“『인생』은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고난을 견디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
“톰 아저씨... 평생 고통스런 삶을 살았고... 하지만 그는 원망의 말 한 마디 없이 언제나처럼 우호적인 태도로 세상을 대했다.”
“작가는 독자에게 고상함을 보여줘야 한다.” “고상함.. 일체의 사물을 이해한 후에 오는 초연함...”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단 내가 이 지점에서부터 전혀 동의하지 않고- 특히나 이 소설에서 보여진 푸구이의 삶은 나한테는 거의 무의미 그 자체니까- (외적 사건들로만 가득-)


일단 내가 이 푸구이를 별로 안 좋아하고. 내가 *뭘* 보고 이 주인공한테 긍정적으로 이입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동질감 제로-)
비직관적. 외향적. 대지적... 내적인 삶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보이고. 온갖 기구한 일들에도 덤덤할 듯 속내묘사가 없고. ‘개인성’이 느껴지질 않는다.
이 작가가 말할라는 ‘고상함’이란 게 일종의 초탈 같은 건지-
끊임없는 극한상황에 걸맞지 않게 *너무* 덤덤하지 않느뇨- 누가 죽든 망하든- 비참하지도 절절하지도 않고. 일관적인 무미건조한 서술쪼-
독자들이 알아서 *대신* 울어주길 바랬는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그냥 덤덤하니 남-_-얘기처럼 관조하게 되는 거 같다.


인물들에서 느껴지는 쪼에서 뭔가 내 예전 꿈들이 연상되네... 자전 펑샤 유칭... 다 미묘하게 깝깝쓰.. 이걸 뭐라 표현해야 되지...
다들 병들고 스러지고 벙어리에 모지리에 굶어죽고 등등... 읽는 내내 뭔가 꾹 눌려 있는 거 같은 느낌... 요 감각이 마지막까지도 해소가 안 된다...
어떤 류의 갱신이든 변화든 회심이든- 내적인 전환이든 뭐가 있을 법도 한데- 그냥 쭉 ‘생긴 대로’ 견디다가 가는 느낌-


딸과 아들의 대비.. obedient good girl vs. naughty child- 애틋하고 아빠바라기 딸과 성마르고 반항적인 아들- 알 만한 (익숙한) 느낌-
자식들이 살아남고 자라났다면 어떤 ‘갱신’의 가능성이 되었겠지만- 모든 싹은 성장하지 못하고 잘려나갔고- 그저 자기 명줄 길게 늘이는 게 능사인 셈...
“내 두 아이는 모두 그렇게 아이를 낳는 동안에 죽었다네. 유칭은 남의 아이- 펑샤는 자기 아이-”


아무튼 이 양반이.. 뭔가를 깨닫기는 한 건가?-_- 진짜 깨달은 거 맞나? 주인공이 자신의 기구한 삶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했다면? 그게 뭐냐고-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웅다웅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된다네.”
“나를 보게나. 말로 하자면 점점 꼴이 우스워졌지만 명줄은 얼마나 질기냔 말이야.”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나 요 지점 미묘하게 맘에 안 드네..-_- 요상한 (동의할 수 없는. 거슬리는) 부심 같은 게 느껴지니까...
하루키 소설 주인공이 죽음과 상실과 공허에 “왜 나만 살아남고 왜 나만 남겨지는 것일까?” 고뇌하는(+결국 성장하는) 거랑 반대 느낌 들락말락...


그래서 결론이 평범예찬과 귀농과 늙고 쓸모없는 (동질감 느끼는) 소와 동고동락... 죽어버린 사람들의 이름. 초라하고 평범한 것들에 대한 시...
요기서 나온 결론이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요거라면... 난 반댈세...
(오히려 저 말은. 삶의 의미가 구체화가 안 될 때 손쉽게 갖다붙이기 좋은. 사실 어찌되도 상관없는 말 아닌가...) (난 그렇게 느껴지네...)


보통 ‘평범함’에 대한 찬가가 두 부류로 나뉘는데... ‘닿을 수 없는’ 평범함과. 상승을 경멸하고 안주하는 대지적인 평범함... 이건 살짝 후자 느낌이네...


p.s. 다 읽긴 읽었는데... 나 독서모임 가서 무슨 말 해야 되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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