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레피센트Maleficent

Posted 2020. 9. 27. 19:58,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몇 년 전에 보려고 체크해놨던 거 (막연히 환상동화적인 분위기 예상쓰-) 까먹고 있다가 우연히 다시 발견해서 찾아보다.
뭔가... 막연한 예상과는 달랐지만 기대보다 괜찮았고- 오히려 내가 이걸 본 거 자체가 굉장히 동시성적이란 (봤어야 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거를 곱씹고 구체화시켜서 뭔가를 얻어내야 되고. 그건 내 ‘구원’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


영화 전반적으로 무의식(유년기의 꿈과 환상. 삶의 의미-)과 적대적으로 단절된. 메마른 (‘구원’을 필요로 하는-) 의식의 뉘앙스로 가득하다.
‘제멋대로인’ 요정계를 억눌러 지배하려 드는. 탐욕스럽고 권력지향적인. 과대자아적인 오만과 냉소로 가득한 ‘늙은 왕’-
요정계의 풍요로움과 단절된. 황폐하고 결핍되고 불만족스러운. 시기심으로 가득한. 패배하여 몸져누운. ‘구원과 갱신이 필요한’ 낡고 병든 정신-


아름답고 풍요로운 요정의 숲- ‘근원’에 가까운. 자유롭고 천진난만하고 행복했던 시절- 고향- 낙원- ‘유년기의 꿈’- ‘true love’-
어린 요정 소녀- 순수함(삶에 마모되지 않은. ‘잃어버리지’ 않았기에 온전한. 가능성의 존재-)과 감정적인 생기- 자유- 신비로운 치유와 갱신의 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개인성을 발달시키고 문명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마냥 머물러서는 안 되는 영역이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원’과 지나치게 단절되어서는 삶의 생기와 가치를 잃어버리고 뿌리 없는 공허함으로 이어지는. 양면적인 가치를 지닌 영역-
거기에 사로잡히고 침잠해선 안 되지만 아주 단절될 수는 없고. 적당한 거리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떤 미묘한 딜레마에 놓여진다.


자라나고 세속적인 현실의 삶을 살아가면서- 점점 ‘매혹’이 옅어지고- 한때 모든 것이었던 유년기의 환상과 멀어지고-
단순한 소외나 상실을 넘어서. ‘부적응적’이고 ‘잘라내어져야’ 할. 유치하고 열등하고 부정적인 무언가로 치부하는. 의식적인 적대의 이미지-

잠든 말레피센트의 숨통을 끊으려 칼을 치켜드는 장면에선 뭔가 아브라함과 이삭이 연상된다. 어떤 ‘잘라냄’. 희생제물. 번제. 유년기의 희생...
자기 아니마의 날개를 잘라내어 제단에 바치듯- (‘날개 잘린 요정(엘프-)’의 테마-) 사슬. 족쇄. 대지와 현실에 얽매임. 상처입고 불구가 된 감정영역...
어떤 의식ritual처럼. 유년기의 삶을 적극적으로 배반하고 고도의 어른과 세속의 삶으로 넘어가듯-
‘남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일’을 해냈다고- (흔치(쉽지) 않은 일- 관점에 따라서는 영웅적인 행위-) 그 대가는 세속적인 권세- 의식의 왕-
but 감정적으론 빠싹 메마름... 낡아버린 정신... 그 극단적인 ‘잘라냄’의 끝이 굉장히 비참쓰...
언제 잘라내야 되고 언제 끌어안아야 되느뇨. 얼마나 추구하고 얼마나 밀어내야 되느뇨... 뭔가 케바케 사바사... 미묘한 맥락들 사이의 어려운 균형...

‘잘려나가고’ 무력화되었지만. 오히려 더욱 집요하게.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파괴적인 영향력을 드러내는. 지배적이 된 아니마- (possessed-)
아니마의 저주는 신경증과 마찬가지로 고문임과 동시에 질문이기도 하고. (‘의미’를 담고 있고-) 의식화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퇴행 혹은 갱신의 기로-)


어린아이.. 특히 딸의 탄생은 여성성과 생기와 감정의 싹- 낡아버리고 ‘뭔가 결핍된’ 정신에 대한 새로운 갱신의 가능성이고...
영화 초반 말레피센트의 모습과 뒤쪽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그 둘은 사실상 (상징적으로-) 같은 존재란 걸 알 수 있다.
‘true love's kiss-’ 잘라냈던(잃어버린-) 유년기의 꿈과 그 시절로 상징되는 어떤 삶의 감정적인 생기에 다시 접근하는 게 자아에게 주어진 과제이지만-
냉혹하게 잘라버린 아니마와의 적대를 해결하기 전까진. 아니마가 부과한 과제- ‘저주’를 풀기 전까진 그 갱신이 불가능하다. (..ㅠㅠ)

‘저주’를 벗어나게 한다는 명목 하에. 같이 지내긴커녕 멀리 떨어진 외딴 숲 속으로 보내져 의식에서 완전히 잊혀진 채로 자라는 아이...
스테판의 의지를 위탁받은 clumsy 어리버리 모지리한 요정들이 아이를 길러보지만 역부족이고-
but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아이는(새로이 떠오르는 요소. 변화와 갱신과 구원의 가능성은-) 잊혀지고 핍박받고 등한시될지언정 죽을 수가 없다...
무시당하고 버려지고 굶주린 아이가 동물과 자연의 자비에 의해 먹여지고 길러지고 살아남아 성장하는 주제- ‘신성한 아이’의 테마-


저주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받아들이기보다. 그저 (예전처럼- ‘의지’의 힘으로-) 잘라내고 꺾고 이겨내려고만 드는 어떤 고집과 오만-
but 그럴수록 무의식 전체가 적대적으로 돌변하고. 가시돋친 덩쿨이 요정의 숲과 왕국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고... (단절-)


저주에 사로잡힌. 음울하고 냉소적인 광기에 찬 늙은 왕- 아득바득 ‘마녀’를 잡아 죽이려는 모든 시도가 실패하고 점점 메말라가는 뿌리 잃은 의식-
홀로 소외된 왕비는 시름시름 앓다 죽어버리고- 그럼에도 노 아랑곳- 거들떠보지도 않고-
(‘잘라냄’의 대가로 왕위와 같이 얻었던. 이전 왕의 딸- ‘공주’- 여기서는 ‘어른의 삶’과 세속적인 성공에 수반하는 어떤 안정적인 가정적 가치와 관계-)
날개를 잘라내던 순간의 악몽에 시달리고. 밤마다 달빛 아래 빛나는 잘라낸 날개를 응시하며 광기어린 희번뜩- 집착- 중얼중얼...
“you mock me- i *KNOW* what you're doing- i *KNOW* *EXACTLY* what you're doing-”


어린아이로 상징되던 어떤 감정적인 영역이 충분히 성장하고. 점점 어떤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영향력을 갖고. 의식 가까이까지 떠오르고-
but.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자라난 딸이 숲에서 찾아왔음에도- 저주와의 대결에 사로잡힌. ‘뭣이 중헌지’ 모르는 늙은 왕은 딸을 냉정하게 가둬버리고...
왕비가 죽는 것도 철저하게 외면하던 사람이.. “you look just like your mother-” 하는 게 나 전혀 칭찬처럼 안 들리네..-_-
딸의 진정한 감정적인. 갱신적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듯- “true love does not exist-” 요런 감각은 사실 자기 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거고-
결국 요런 태도가 저주를 불러온 거나 마찬가지고. 마지막 의식화의 기회를 왕이 스스로 쳐내듯.. 결국 파국적인 갈등으로 이어지듯...
“how does it feel- um? to be a fairy creature without wings- in a world where you don't belong?”

탑 꼭대기. 달빛 아래. 진열장 속에 갇혀 있다가 치열한 갈등의 과정에서 ‘깨어나’ 요동치는. 의식화의 문턱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잘린 날개-
결국 그걸 풀어주고. 멈춰 있던 걸 흐르게 하고. 낡고 병든 의식에 새로운 빛을 가져다주는 건 오로라고...
‘구원자’. ‘구원’의 순간- 삶에서 잊혀지고 잃어버렸던 영역이 다시 빛을 되찾고. 황금빛 날개와 빛나는 유년기의 환상- (puer aeternus-)

왕좌가 무너져내리고- 발악하는 늙은 왕을 이끈 마지막 최후의 비행과 추락-
최소한의 미안함?도 안 보이는 극단적인 적반하장은. 그녀를 완전히 잘라내야 할. 열등히고 미숙한. 부정적인 형상(그림자-)으로 간주하는 모양새고...
그토록 유년기와 환상을 이기고 잘라내고 억누름으로써 의식이 얻으려고 했던 게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 보면 뭔가 허망해진다...

- - - - - -


'structured thinking > revi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조나단 스위프트 - 걸리버 여행기  (0) 2020.12.20
2020 영화감상 기록  (0) 2020.09.27
영화, 겨울왕국Frozen 2  (0) 2020.08.25
책, 위화 - 인생  (0) 2020.08.06
Respo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