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관련해서 추천받아서 읽다. (은근히 길고 두꺼운... 읽는 데 오래 걸렸다)
사실 예전에 읽어봤었고. (두꺼운 책이 우리집에 있었고. 중고로 팔아버렸지만) 이래저래 썩 땡기는 책은 아니었는데-_- 추천받았으니 그냥그냥...


지리 관련 언급되는 거 보면 딱 대항해시대스런 느낌이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을 찾아 위험으로 가득찬 망망대해로 주구장창 다니던 그 시대-
신기하고 이상한 바다- 인식 밖의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을까- 호기심 낯선 것 매혹 이끌림- 결국 갱신과 구원-
매번 폭풍과 난파와 표류 해적 버려짐 등 극한의 죽을 고비와 파탄을 겪은 후에.. 비참과 파멸 대신 등장하는 낯설고 기이하고 신비스런 내용들...
읽으면서 요래저래 신밧드의 모험이 연상되고... (귀결에선 다름에도.. 전개가...)
읽으면 읽을수록 ‘지상의 삶’과 일상은 이 사람에게 1도 중요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신한 아내를 버리고 항해에 나섰다라...)


걸리버가 은근 인물은 인물이다. 상대가 먼저 적대적으로 굴어왔음에도 반항하지 않고. 온순하게 호감을 사려 드는 다양한 시도들- 미친 적응력-


(릴리퍼트 때는 바다에서 등장한 위협적이고 거대한 괴수.. 브롭딩낵에선 곡식 밭에서 발견된 자그맣고 기이한 곡식의 요정-)


(‘거인’의 상징.. 작고 세세한 일들에 구애받지 않는 ‘크게 생각하는’ ‘우월한’ 인간인 동시에. 작고 섬세하고 얍씰한 영역까지 분화되지 않은 열등한 인간...)
“그들의 욕망이나 감정이 우리보다 적었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에는 권력, 정부, 전쟁, 법률, 처벌 등의 많은 것들을 설명할 용어가 없었다.”


“그것은 태양신의 마차를 잘못 몰았던 파에톤이 제우스신의 번갯불에 맞아 떨어져 죽는 장면과 아주 흡사할 것이라고...” (‘거인’의 세계에서의 귀환-)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들과. 현명함과 지혜를 축적하는 노현자와. 젊음을 질투하는 ‘늙고 병든 왕’의 주제...) (새턴의 양면성...)


처음에는 더 모험과 상상력 위주였고. 인간세상 돌려까는 건 부차적인 느낌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냉소적이 되고 대놓고 욕을 때려박는 느낌...
뒤로 갈수록 대놓고 느껴지는 냉소에 계몽적. 교조적인 쪼가 강해져서.. 별로 재미없음... (왜 뒷부분이 짤려서 나오는지 알만한...)
4부쯤 가면 아예 에둘러 비꼬는 걸 포기했구나. 걍 찰지게 우월한 위치에서 세상 욕이 하고 싶었던 거였구나.. 진작 말하지.. 스런 생각이 든다.


이 ‘야후’.. 인간의 동물적인 본능과 충동, ‘유인원적 특성’들에 대한 증오가 너무 강렬하고 일반적인 정도를 넘어선 느낌 드니깐... (그림자상...)
“나는 한 마리의 야후에 불과한 자신에 대해 증오와 혐오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나를 참을 수 없었다.
죄다 탐욕으로 퉁쳐지고... 그 뭐시기를 도덕적인 절제와 이성의 승리로 해결하잔 식의... 지나치게 단순하게 환원적으로 접근하는 느낌... (너무 얕다...)
(기본적인 ‘이끌림’과 충동의 *의미* 등에 대한 고찰 없이 그저 자기가 보기에 한심해보이면 미개한 걸로 퉁쳐지는...)
일방적이고 폭압적인 이성의 지배 아래에서. ‘미개한’ 야후들이 극단적으로 반항적이고 통제불능으로 날뛰어온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도 들고...


“나귀는 모든 면에 있어서 야후보다 훨씬 가치 있는 짐승이기 때문이다.” (당나귀의 상징- 기독교- 염소자리-)


“내 여행기의 목적은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여느 사람들보다는 내가 조금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겸손을 갖추고 있다.”
“위대한 금언... 이성을 기르며 이성에 의한 지배를 받으라는 것이다.” “이성이란 언제나 야만적인 힘을 능가하기 때문...”
“휴이넘에게 명예, 정의, 진실, 절제, 도덕, 충성, 순결, 우정, 사랑, 절개 등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유럽을 개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고선 결국 마지막은 인간혐오와 광기라... 게임 같았으면 미치광이 배드 엔딩이라고 할 법한... (콜 오브 크툴루가 연상되네...)
요 사람이 제시하는 ‘이상향’이 나한텐 그닥 이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데... (18세기 꼰대..) 그쪽에 너무 심하게 이입하는 느낌 드니깐 좀 미친 것 같지...
이 시대 세태가 어지간히 타락했든지. 이런 글을 써야할 만한 이유가 (아마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나한텐 좀 중2병적으로 다가온다...
이 사람이 필요로 했고 추구했던 ‘구원’과 이상향이 휴이넘스런 절제와 ‘본능에 대한 이성의 승리’ 뭐시기였을진 몰라도... 지금의 나한텐 아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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