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읽은 뱀파이어 책이다. 앞선 책이 역사 자료집..-_- 느낌이 강했다면. 요 책에서는 바로 유혹적인 이성 뱀파이어.. 파트로 들어간다.
요기서는 민담 전승보다는. 낭만주의 사조를 타고 창작된 유명 ‘작품들’을 위주로 좀더 감정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사실 딱딱한 사료-_-같은 예전 책보다는... 나는 요런 더 근현대적인 ‘유혹자’.. seductress로서의 뱀파이어에 대해서 더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책 자체가 깊이있진 않고... 걍 큰 줄기만 제시해주는 거에 내가 주관적인 감상을 덧붙이는 식으로 읽은 듯...)


모파상의 오를라- ‘저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한 공포- 요런 환상소설들이 ‘의식 저 밖에 있는 것’ =자율적인 무의식적 콤플렉스들...의 뉘앙스를 띄고...
어떤 꿈결 너머. 꿈과 죽음. ‘피안으로부터의 유혹’이고... 요런 게 내가 예전에 한참 환상소설에 막 이끌리던 딱 그 감각이고...


의식의 힘을 강조하는 계몽주의에 반발해서 대두된 낭만주의 사조에서. 요런 모호하고 무의식적인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수용-발전시켰다는 거...
중세에는 그저 게걸스럽고 악마적으로 여겨지던 뱀파이어가. 낭만주의에선 굉장히 양가적으로.. 일견 매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초창기의 음울한 시체 민담-사료들과 낭만주의 사조 문학류 사이의 어떤 *확연한* 분위기의 차이가 느껴지는데...
민담적 뱀파이어가 집단적인. 두려움과 재앙의 투사 현상이었다면.. 후대의 뱀파이어는 무의식적 내용을 담은 개인적인 상에 훨씬 가까워보인다.
어떤 ‘영혼의 위기’, 압도적인 ‘현상’이자 사악한 힘으로 작용하던 게. 점점 심혼이 발달하면서 재볼 만한. 양가적인 이마고로 작용하듯...


“여기서 우리는 공포를 일으키는 고대의 여자 악령들이 에로틱하고 매혹적인 존재로 변신하는 흥미로운 문화사적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괴테부터 드라큘라를 거쳐 최근의 트와일라잇까지.. 수많은 뱀파이어 등장 작품들을 간략한 줄거리와 분위기를 제시하며 요리조리 짚어간다.

당시 뱀파이어물 인기가 *상상을 초월하게* 많았다고... 대부분 에로틱하고 통속적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그 통속성 안에 어떤 진리가 있다는 거...

이런 공포 이야기들에서 주인공이 곤경의 상태에서 자신이 ‘구원자’로 선택되었음을 느끼는 감각- 진실을 파들어가는 용기-

극도로 아름답고. 병약하고 희고 가녀리고. 모호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갖고가는. 처연하고 연민을 자아내는. 일종의 구원환상?을 자극하는 소녀...
어릴 적 약혼녀라든지. 어릴 때 짝사랑하던 소녀라든지. 거의 어떤 애틋하고 아련한 감성을 갖고가고 거기 이끌리는 감각들...
“현실과 꿈이 구별할 수 없이 뒤섞여버린 이중생활...” “꿈과 죽음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금지된 사랑...” (어떤 멍함. 붕 뜸을 동반하는 매혹...)
뱀파이어와의 결합이 죽음-결혼이자 침잠. 영원한 합일을 의미하고... 거기에 매혹되는 이상 삶과 죽음의 양가성 사이에서 번민하는 거나 마찬가지고...
마치 애틋한 합일환상이 이루어질 듯- 유혹해오는?그녀를 맞이하지만. *문득* 시체와 죽음의 기운을 깨닫게 되고. 공포스레 달아나는... 그런 구도...
“안녕. 당신은 결코 나를 잃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에요!” (어떤 비웃음. 혹은 운명의 저주..처럼 들리듯...)


“뱀파이어와 그 희생자의 관계에 담긴 다채로운 심리학적 뉘앙스... 혐오와 헌신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끊임없는 긴장...”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뚝을 박아야 하는 고통스런 상황...”


뱀파이어의 이국적인 면모- 알려지지 않은 출신. 비밀스러운 매혹적 힘. 낯섬. 매혹적인 타자성. 신비롭고 강한 아웃사이더- ‘beautiful stranger’-
+낭만주의 뱀파이어들이 대부분 귀족이라는 거- (특히 남성 뱀파이어들- 수 세기 전에 헤어진 자신의 연인인 듯한 ‘대공님’...”
“귀족 출신의 우아한 흡혈귀가 젊고 예쁜 아가씨를 유혹해서 파멸시킨 다음, 뱀파이어라는 정체가 드러나 뜻대로 해를 끼칠 수 없게 되면 달아나버리는...”


“악마들은 분명 그에게 호의적이지만, 그는 이미 악마들의 도움 없이도 그 모든 것을 이루었다네.”


「드라큘라」... 뱀파이어 얘기를 하면서 요게 빠질 수 없고. 요 책에 나온 이야기들 중에서는 온갖 변주들까지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 같다.
(고전 원작도 원작이고. 온갖 비틈과 배리에이션이 이루어진 영화 등 수많은 2차 창작물들...)
강한 힘. 변신능력. 엄청난 학습능력과 예리한 판단력을 지닌 드라큘라 대. 거기 필적하는 적수로서 지적이고 존경스럽고 노련한 아브라함 반 헬싱-
“어둠의 힘을 대표하는 드라큘라가 근대 과학 문명의 힘을 등에 업은 반 헬싱 일행의 손에 처단되었지만...”


“세 명의 미녀 뱀파이어가 혼돈에 빠진 하커(다소 여린 소년 같은 모습)를 덮치는 장면...”



“파리에서 진짜 뱀파이어들이 매일 밤 처녀 희생자를 데려다 음침한 연극을 공연하는 뱀파이어 극장...” “그날 밤의 노획물인 아름다운 나체의 처녀...”


섹슈얼함은 육체적 충동..으로 드러난 어떤 정신적인 매혹과 이끌림이고. 자율적인 경향성과 에너지의 흐름과 궁극적으로는 변환의 힘을 갖고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뱀파이어는 마냥 무의식적으로 휘둘릴 시 개인을 이끌 죽음과 퇴행으로 부정적 콤플렉스를 암시하고 있고...
요런 감각이 적절히 의식화되지 않으면. 의식이 차츰 ‘피를 빨아먹히고’. 생기를 잃고. 수렁으로 끌려들어가 몽롱하게 질식하듯 작용할 거고...
자신들을 증식시키려 하는 게 뱀파이어의 특성이라고- 무의식적 콤플렉스가 의식을 동화시키려 하고 주변을 ‘오염’시키듯-


뱀파이어라는 이미지가. 모호한 안개 같은 덩어리로서의 그런 무의식적 경향성과 또렷한 의식성 사이를 잇는 중간적인 상으로서 작용한다는 거...
항구에 들어오는 유령선과. 쥐떼와 전염병에 시달리는 도시.. 등등... (‘침습’과 ‘벌레’와 ‘오염’의 이미지들...)
어떤 측면에선 적절한 태양화(illumination-)를 통해서 새로운 형태로 의식의 가치에 포섭될 필요가 있는. 발달되지 않은 삶의 에너지와 가치들...
요 테마는 후기 뱀파이어들의 피의 갈망을 억누르고’. ‘인간이 되고 싶어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구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거미줄에 뒤덮인 묘한 시적인 분위기와 아무런 위안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는 영원한 삶의 암울함...”
“세상에 대한 염증과 묵시록적 비전... 종말의 주제... 비애감과 죽음에 대한 갈망... 음침하고 어둡고 환상적인 세계... 지옥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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