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헤르만 헤세 - 데미안

Posted 2020. 4. 26. 22:37,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독서모임;; 관련해서 읽다. 헤르만 헤세 하면 알 만한 느낌이고. 최근에 방탄소년단 운운 해서 뜬 것도 해서 뭔가 안 읽어도 익숙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서문부터 ‘실존적 가치’와 ‘나 자신’을 찾는 것... 삶을 깨닫는 ‘실험’의 과정... ‘깨달은’ 인간. ‘구도’.. 운운...
결국에는 물질적-감각적이고 세속적인 뭐시기랑은 대립되는. 어떤 내적인. 정신적인 (영성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어떤 삶의 태도를 말하는 거고...
말 그대로 개인에게 고유한.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길’이라는 점에서 더없이 융적인 책이다.
대충 읽으면 걍 중이병적인;; 있어보이는 뭔가로만 읽힐 거고. 직관적인 인간이 체감 후에 읽으면 뭐가 뭘 말하는 건지 어느 정도는 알 거고...


싱클레어의 유년시절 경험들... 뭔가 내 어린시절이랑 내 어릴 적 꿈들이 연상되네...
내가 엄마..의 영향으로 졸래 선량하고 순하고 섬세하고 ‘천사 같은’ 중성적인 남자애 뭐시기 이미지를 투영받고 자란 게 한순간에 깨진 그 순간처럼...
(어린 시절의 ‘죽음’...의 메타포...) (선량하고 ‘천사 같은’ 영역에서. 거칠고 황량하고 상스러운 그림자.. 영역으로 들어가는 거...)


침습과 침범의 꿈은. 지금까지의 안정적인 뭔가를 깨고. 성장이든 변화든 퇴행이든. 피할 수 없는 뭔가가 내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는 거고...


나 이 데미안 묘사를 미묘하게 (최근의) 나같다고 느끼냐... 어케보면 내가 살짝 여기에 동일시하고 있느뇨... (어케 보면 위험-팽창-신호처럼...)
점잖고 냉담한 태도. 머리좋은 거랑. 자신감. 우월감 의지 깨달음. 눈빛... 이단적이고 낯선. 남들과 이질감 느끼고. 남의 눈에 돋보이지 않으려 조심하는...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어떤 *양면적인* 느낌들... 단조로우면서도 복잡미묘한 느낌...
섬세하고 여자같은. 중성적인 분위기... 소년도 노인도 청년도 아닌, 시간을 초월한 듯한... 황금빛 유년. 양성. *푸에르 에터누스*...
“네가 어떤 사람을 충분히 면밀하게 관찰한다면, 너는 그 사람을 그 사람보다도 더 많이 알게 될 거야.” 내가 해오던 *관찰*... ‘마술사’처럼 꿰뚫어보는 눈...


요 그림 그리는 거. 내면의 어떤 정감과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구체적이고 의식적인 무언가로 만들어보려고 하는 거...
꼭 그림이 아니더라도. 게임 캐릭터일 수도 있고. 만화나 소설 영화일 수도 있고. 아무튼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만 알면 수단은 뭐가 됐든 상관이 없고...
현실의 소녀든. 게임 만화 영화 캐릭터든. 소설 속 주인공이든. 결국 내면의 모호한 ‘이거’...가 투영되어 있다는 감을 잡는 거고...
이거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결국에는 어떤 느낌적인 느낌..으로 모든 게 조금씩 한 점으로 수렴하게 되고. 그게 내면의 상을 ‘사로잡는’ 거고...


“그것들엔 언제나 의미가 있으니까요-”


데미안이 건네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신비한 문장을 받아 삼키는 꿈... 이건 엄청 의미심장하고 중요한 꿈이다.
형태나 색깔은 변해도 문장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삼킴’. 흡수. 통합의 테마도 그렇고...
문장의 새가 살아나 안에서부터 나를 먹어치우며 해방되려 하는 것까지... 날카로운 부리. 찌름과 침습과 갈기갈기 찢김. 해체의 이미지... 죽음의 공포...
+나중에 그린. 몸의 절반 가량이 지구에 파묻혀 있는. 지구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새의 그림과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새는 투쟁하며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그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꿈 속의 여인의 형상.. 새의 형상... 오로지 내면에 존재하는 이런 형상과 내가 찾아야 할 신에 관한 외적 세계에서의 암시... 연결...”


“나의 내면이 조금씩 전진하는 것, 내 꿈과 생각 혹은 예감을 점점 더 신뢰하게 된 것, 그리고 내가 지닌 힘을 점점 더 분명히 깨닫게 된 것...”


“그 변화는 나를 다른 사람에게 데려가거나 그 누군가와 가깝게 만들지도 않았다. 그 변화는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 변화는 어딘가를, 데미안을, 멀리 있는 운명을 향해 있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꿈과 내 기대와 내면의 변화에 관해 좀처럼 입을 열 수 없었다. 설령 내가 원했다 해도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피스토리우스와의 관계... 한때 자신을 깨우치고 길을 보여줬던 ‘인도자’를 어느 순간 *넘어서고*. 그 너머를 보게 되고. 매혹이 사라지는 것의 테마...
나도 이런 식으로 여러 ‘인도자’들을 계속 흡수하고 넘어서 왔고... 상대한테서 더 얻을 게 없다는 느낌이 오는 순간들이 있고...
수많은 한때의 ‘인도자’들이 결국 매혹을 잃고 빛이 바래는 걸 보는 게 어케 보면 되게 쓸쓸한데.. 성장 측면에선 오히려 바람직한 신호기도 하고...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야 해요.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꿈은 없어요. 새로운 꿈이 앞선 꿈을 밀어내죠. 어떤 꿈도 붙들어 매어 두려 해서는 안 돼요.”


범람하는 꿈들... 어둠 속의 방황... 천사와 투쟁하는 야곱의 테마... “당신이 나를 축복해 주지 않으면 당신을 놓아주지 않겠습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한결같이 운명이 새로운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주위의 세계가 갑자기 변모하고 이 날을 기다리고 있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그 순간, 마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하고 체험했던 모든 것이 응답과 실현으로 내게 되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이 내 안에서 다시 울렸고, 내 안에서 긍정하며 답을 얻고 인정을 받았다.

딱 요 감각이 내가 변했다고 느끼고 뭔가 다시 시작할 결심을 할 때 느꼈던 감각이고. 내적인 굳건한 통합과 어떤 근자감.. 확신을 갖게 만드는 감각...


“당신은 그 소망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해요. 아니면 제대로 소망할 수 있어야 하던가요.” (ㅠㅠ) (희생...)


세기말적 분위기... 불타는 도시와 파괴의 꿈... 반복되는 파괴와 붕괴의 징후들... 와중에 비바람과 폭풍우 사이에서 환상처럼 비치는 거대한 새의 형상...
“영혼들은 미쳐 날뛰면서 죽이고 말살하고 스스로 죽기를 원했으며, 이 모든 것은 새로 태어나기 위함이었다.”
“거대한 새 한 마리가 알에서 나오려 투쟁하고 있었다. 그 알은 세계였고, 세계는 산산히 부서져야만 했다.”

극도로 치달은 대극의 갈등... 낡아버린 기존 질서의 붕괴... 파괴와 죽음과 잿더미에서 이어질 재탄생. 궁극의 변화. 새로 거듭남의 테마...
단순히 개인이 겪는 문제를 넘어서. 거대한 운명처럼. 세계 자체가 공통으로 겪는 고통스런.. 변화의 흐름에 인류의 일원으로써 발을 얹으며 끝난다.


Respo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