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 꿈에 한때 주구장창 등장하던 뱀파이어 레이디.. 때문에 보는 거지...


뱀파이어에 대한 유럽 쪽 전승들을 쭉 훑고 거기에서 공통된 무언가를 찾아보려 시도하는 책이다. (심리학적보단 인류학적-사회학적으로...)
현대적인 뱀파이어의 이미지 이전의. 무덤에서 나는 소리들. 부패하지 않는 시체들. 씹어먹은 수의의 흔적들에 대한 유럽 쪽 민간전승들을 나열한다.
(...사실 별로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아닌데. 난 좀더 심리학적으로 보고 싶었는데.. 걍 일종의 자료집 느낌으로 본 거 같다...)
“이 책을 쓴 목적은, 중요한 증거를 기반으로 뱀파이어를 탈신화하는 데 있으며...“
“우리가 보기에 뱀파이어 이념이 이처럼 현실 속에 깊숙히 박혀 있는 것은 뭔가 중요한 점이 있기 때문이며 인류학적인 차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는 역사에서 잘 알려져 있는 전통적인 존재이지만,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던 시대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뱀파이어’라는 단어의 어원... ‘마녀’, ‘마술사’와 ‘늑대 인간’... ‘불에 복종하지 않다apyros’...”
“...에서는 뱀파이어가 살아 있을 당시에는 늑대 인간이었다고 생각하면서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에 대한 놀랄 만한 유사성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늑대와 박쥐- 송곳니와 털- 동물-자율적인 본능-영역에 가까운. 꿰뚫고 침입하는. 혼수상태와 몽롱함을 낳는. 생기를 빨아먹는 포식자-착취자이자...
변신하고. 숨어들고. 안개처럼 모호하게 포착되기 어렵고. 악몽과 연관된. 빛과 태양과 또렷한 의식화를 피하는 존재이자...
눈을 부릅뜬 채 쥐-벌레vermin의 접근을 막고. 현상유지-아득바득 부패와 순환과 갱신을 틀어막고. 안식 없이 무덤에서 집착적으로 기어나오는 존재...


살아 있으면서 죽은 자...” “교활하고 당돌한 방법으로 자신들을 추방한 세계 속으로 죽음과 저승의 세계를 부당하게 끼워 넣는 뱀파이어...”


“이 부패하지 않는 시체는 신학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신학적인 관점에서는 파문당한 자의 시체만이 썩지 않기 때문이다.” (‘대지에 거부당함’...)


삶에 미해결과제가 있는. 죽음이란 운명에 순응하지 못하는. 산 자들을 착취하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으러 돌아오는 존재들...
공통적인 테마는. ‘이미 죽은’ 존재들이 ‘부패하지 않고’ 기어나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에서 산 자들을 ‘끈질기고 집요하게’ 괴롭힌다는 거고...
산 자와 빛의 세계 바깥에서 활동하는 공포스런 죽은 자들..이란 점에서 자율적 콤플렉스의 뉘앙스가 다분하고...
한편으로 죽어도 죽지 않고 끈질기게 출몰하고. ‘온전히’ 죽이기 위해 말뚝이랑 온갖 수단을 다 쓰는 거에선 강한 억압..의 테마와도 이어진다.


신선한 피와 ‘영혼’, 생명을 갈망하는 속성- 마치 스스로를 밝게 하기 위해 의식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자율적 콤플렉스처럼-
“뱀파이어에 대한 여러 민간적인 명칭은 배고픔먹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게걸스러움. 왕성한 식욕. 탐식하는. 짐승처럼 먹다... 굶주린 죽은 자...”

“마치 일종의 강경증에 빠진 상태로 존재하다가 한 방울의 피라도 마시게 되면 무덤에서 나올 수 있는 잠복 상태의 식물적인 생명을 지닌...”


행태를 보면 산 자들의 심리에 엄청 종속적이란 느낌을 받는다. (심리적-) 생판 모르는 사람보단 친족이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영향받는 식으로...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을 죽게끔 하는 유령... 특히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유혹한다고...”
“연구자들은 여자들이 대부분 남자 뱀파이어의 표적이 되며 남자들은 여자 뱀파이어의 표적이 된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아니마/아니무스-)


이런 ‘죽어서 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대부분 살아있을 때부터도 어떤 얽힌.. 것들이 있거나 의심을 받는다는 거. 늘 여지가 있다는 거...


보면은 뭔가 유독 가족 콤플렉스적인 ‘사로잡힘’의 뉘앙스의 이야기들이 은근히 보이는데...
어머니가 죽은 뒤 시름시름 앓다가 어머니의 시체를 파내 머리를 자르고서 나은 아들과. 죽고도 계속 찾아오는 아버지를 대접하다가 말라죽은 아들...
(딱 봐도 모성/부성콤플렉스적인 뉘앙스 아니뇨...) (모성상으로부터의 해방. 상징적인 모성극복...)
말고도 죽은 자(주로 가족이나 연인 지인. 친구-)가 문을 두드리거나 이름을 불렀을 때. 거기에 응답했다가 죽거나 미쳐버리는 이야기들을 보면...
말 그대로 떠나보내야 할 ‘죽은’ 관념들을 안식에 두지 못하고. 지속적인 침습에 사로잡혀 죽음에 이르는... 그런 뉘앙스로 다가온다.


“뱀파이어가 그저 피를 빨아먹는 존재가 아니라 목을 죄는 (질식- 악몽- 포화-) 교살자임을...”
“다른 작가들이 언급한 (피해자의-) 심한 우울 증상은 괴물들(뱀파이어들-)이 최면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어케 보면. ‘초대받았을 때만’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건. 콤플렉스에 자발적으로 사로잡힐 준비가 된 의식상태를 가리키는 것처럼 들린다.
떠오르는 전조에 응답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의식의 가치를 지킬 것이냐 인격의 주도권을 자율적 콤플렉스에 넘겨줄 것이냐-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 이름을 부르면 곧 살아나게 된다.”


“그녀가 피를 빨아댄 아이들은 아직은 절망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아이들은 점점 더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그녀의 힘에 복종하여 그녀를 더욱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출몰하며 산 자들을 착취하는 이런 공포스런 ‘죽은 자들의 춤’을 ‘철저히’ 끝장내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
일단 마늘 쑥 후추 소금- 향신료- 전부 음식물을 상하지 않게 하는? 향신료들- 딱히 뱀파이어가 아니더라도 마법을 막는 힘이 있다는 오래된 관념-
뱀파이어가 자연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혼란. 일종의 질병. 부패. ‘오염’처럼 여겨졌고... ‘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단 거고...
관을 꽁꽁 밀폐하고. 시체에 말뚝을 박고. 목을 잘라 머리를 발 끝에 두고. 완전히 불태워서 재를 물에 흘려보내는 거에선 어떤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이 말뚝은 뭔가 미심쩍게 죽은 위험한 자들을 땅속에 고정시켜 놓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물건이다.”
but 상징적인 말살 의례를 통해 *철저하게* 억압하고 ‘죽여버리려’ 했음에도- “죽음을 봉인한 인장이 죽은 자들이 되돌아오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또 다른 방향의 해결책들이 보이는데.. 여기서는 뱀파이어의 피를 마시고. 태운 연기를 흡입하고. 재를 삼키는. 흡수. 먹음. 통합의 뉘앙스를 갖고간다.
“악마를 먹어 버리세요! 소금에 절인 음식이라고 생각하세요! 기대를 저버리지 마세요!”
뱀파이어에 시달려 피골이 상접해진 남자가 무덤을 헤치고 들어가 석관을 열고 벌벌 떨며 심장에 말뚝을 박고 터져나오는 피를 마시는... 그런...


뱀파이어가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매혹의 대상이기도 한 건. 뱀파이어가 ‘침습하는 무의식’. 트릭스터. 메르쿠리우스적 속성을 띠고 있으니깐...
의식의 세계에서 거부당한 것들이. 집요하고 끈질기게 의식을 자극하고 괴롭히고 ‘피를 빨아먹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끼인...” “죽은 자도 아니고 살아 있는 자도 아닌 존재, 대립적인 것을 합하는 존재, 모든 규칙을 위반하는 존재... 검은 그리스도...”
“계몽주의 시대 이성의 맹공... 새로운 도그마로서의 과학... 역사적으로 볼 때, 뱀파이어 이야기가 18세기에 꽃을 피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승과 기록에서는 주로 죽음과 혼돈으로 점철된 공포의 대상이었던 뱀파이어가. 낭만주의 사조에서 뚜렷한 매혹과 죽음의 양가성을 갖게 된다.
(묘하게 슬프고 아련한. 구원적인 무드를 동반하는-) 저항할 수 없는 호소. ‘운명적인’ 매혹. 낭만. 관능적. 육체적 쾌락- 합일감-
거기에 동반하는 우울증. 몽롱. 최면. 무기력... 그 허상 뒤에 감춰진 (점차 드러나는-) 시체. 죽음. 자기파괴의 이미지... ‘영원한 하나’로서의 죽음-결혼...
“사람들은 죽음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여자 뱀파이어의 유혹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근대적인 요 부분... 성적인 뉘앙스를 띠는. 낭만적. 매혹적으로 사로잡아 오는 이성의 뱀파이어...에 대해서는 이 책에선 자세하게 다루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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