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일련의 상황들을 거쳐오면서. 뭔가 내 (몇몇-) 상황과 소설 속 이미지들이 고스란히 겹쳐보이기도 했고...
예전엔 못 보던 게 체감적으로 확 떠오르고. 예전에 봤던 거(https://delliny.tistory.com/355)랑 다른 관점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 내친 김에 다시 보다.
(양을 쫓는 모험에서 시작된 ‘과거의 죽음’과 아니마의 상실..에 대해서는 딱히 더 첨언할 게 없고. 그 ‘춤을 추는’ 극복과정 자체에 대해서...)


‘어디에도 갈 수 없다는 것- 마음의 떨림을 상실해버렸다는 것- 무엇을 찾아야 좋을지를 알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는 것-’
‘하지만 나는 무엇인가를 느끼는 거요- 무엇인가 나하고 연결되려 하고 있어- 그래서 꿈 속에서 누군가 나를 찾고,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있단 말이오.’
‘그래, 나는 다시 한 번 고쳐 해보고 싶어.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당신의 힘이 필요한 거야.’


죽어버린 과거가 공백으로 남고 새로운 것이 떠오르지 않은 아노미 상태- 삶과의 모든 ‘연결’을 잃어버렸고. ‘의미’를 잃고 홀로 남겨진 것 같을 때-
그럴 때조차도 변치 않는. ‘부패하지 않는’ 어떤 내면의 지점- 인격의 핵심- 내 정서적인 존재와 정체성의 ‘근원’과도 같은 곳-
내면의 가장 깊고 어둡고 고태적인 곳. 삶의 의미가 나오고. 세상과의 모든 ‘연결점’(이끌림. 의미-)이 시작되는. 어떤 배전반과도 같은 곳-
거기에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흐느끼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감각- ‘그녀가 다시 나를 요구하고 있다.’
무의미 속에서 다시 떠오르는 어떤 ‘의미’들에 이끌리고- 죽어버린 과거의 불씨 위에서 다시 살아가고. 연결을 만들고. ‘춤을 추게’ 만드는 어떤 동기-


‘당신은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을지도 몰라. 당신이 이 세계에서 더 이상 갈 곳은 없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해.’
‘어떻든 스텝을 밟고, 자신의 체계를 유지할 것. 그리고 이 흐름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가는지 주의
깊게 계속 주시할 것. ‘이쪽 세계’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


소설 자체가 어떤 ‘증류’...과정이자 치열한 (능동적인) 탐구의 과정이면서. 동시에 삶과의 ‘연결’의 회복의 과정... ‘재생’의 상징들로 가득하다.
(내가 근 반년간 겪어온 과정과 엄청 겹쳐 보이고... 그렇게 볼려고 보면 온갖 군데에서 더없이 동시성적이다...)“연결돼 있어-” 요런 느낌들의 연속-


그 과정에서 겪는 (이전의 의미를 모른 채 ‘뜯어내어짐’과는 다른-) 어떤 의미를 담은 죽음과 희생제의들.. 포기와 내려놓음... 받아들임...
요 죽음과 통과의례의 상징이 (전에는 몰랐던. 체감하고 나니 보이는-) 이 소설의 핵심 그 자체고...
그 과정이 졸래 고통스러울지라도... 결국엔 새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써 다 ‘죽어야만’ 했던 것들이고... (6개의 백골...)


염소 메이의 죽음은 ‘동창회’.. 캠프의 아침. 학창 시절. 회귀적인 그때 그 시절. ‘소년의 꿈’.. 그런 류의 감각. 정서적 이끌림에 대한 잘라냄이고...
“동화지. 동화지만- 동화도 그리 쉽게 얻어지진 않아.” “그 아이는 동화를 너무 믿었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군-” (ㅠㅠ)
딕 노스의 죽음은 기이하고 위태로운 ‘천재’와 비범함..에 이끌리는. 어케보면 미묘하게 신경증적인 ‘특별함’에 수반하는 뭐시기... 그런 느낌이고...
(그 위태한 ‘천재성’에 매혹되어 이상화하고 주위를 맴돌고 돌봐주고 헌신하는... 사로잡힌 어떤 건실성...)


고혼다의 죽음에선 이 기묘한 유예기간 자체가 산산조각나듯. 마치 과거와 연결된 ‘제2의 나’의 죽음처럼. 결정적인 transition이 이뤄지듯...
고혼다의 죽음에서 울컥- 한참을 펑펑 흐느껴 운 거 같다. 모든 환상?같은 게 무너지고 끝나버린 듯한 감각... 어떤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고혼다에게는 애초에 ‘출구’가 없었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내적으론 결국 수긍되는 느낌이고...
(요 지점이 이전과의 차이란 느낌이다. 받아들일 수 없고 강제로 ‘뜯어내어지던’ 과거와는 달리. 뭔가를 느끼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단 거...)


동시에 유키와의 관계에서도 ‘성장’과 함께 뭔가가 (아쉽지만. 일면 바람직하게도-) 끝나버렸고. 상징적으로 무언가 포기되었다는 건 마찬가지고....


유미요시에 이끌리는 거에 대해서.. 예전에 볼 떄는 뭣도 모르면서 머리로만 보고서 혹평 아닌 혹평을 했던 거 같은데...
내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놓고 보니-_-.. 어케 보면 겨우 내게 찾아온.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줄 어떤 *구원*이자 세상과의 연결점이고...
(어떻고 재고 의미만 곱씹고 있을 게 아니라. ‘진짜 현실’과의 연결. 삶 그 자체라는 게 중요한 거고...)
생각하기에 따라 그것조차 희생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싶으면서도. 동시에 ‘사라져버릴까’ ‘놓쳐버릴까’ 안달나고. 붙잡고 싶고... (ㅠㅠ...)


‘나는 그녀하고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살해되거나 하기 전에. 그녀가 어딘가에 사라지고 말거나 하기 전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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