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Kerr, M. Bowen - 보웬의 가족치료이론 中 p.202-248 군데군데 발췌.


-핵가족 정서체계-

-배우자의 역기능-


 핵가족 내에서 어떤 한 배우자가 다른 가족원들에 비해 신체적이거나, 정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역기능의 증상을 나타낸다는 것은 각각의 핵가족 전체 구성원들의 미분화된 기능들을 이 배우자가 다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생활에 갈등이 있을 때, 가족 내의 불안은 두 배우자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어린아이가 신체적, 정서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을 나타낸다는 것은, 바로 이 어린아이가 가족 내의 불안을 다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핵가족 체계 내의 미분화된 정도가 부부관계 혹은 한 가족원의 역기능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것은 다른 가족원의 미분화가 증상을 나타내는 어느 한 가족원에게 영향을 주게 되고, 바로 이 구성원의 역기능으로 말미암아 다른 구성원들은 역기능의 증상들을 나타내지 않게 된다. ...

 분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의 만성불안수준은 너무 높기 때문에, 가족원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어느 한 가족원에게 일어나는 역기능이 가족 내에 자리잡고 있는 높은 불안수준을 다 처리할 수 없다. 이러한 가족에서는 여러 가족원들이 만성적인 역기능적 증상들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세 종류의 정서기능의 패턴들이 증상들을 일으킨다. 즉, 부모들이 역기능을 나타내던가, 부부갈등이 심화되던지, 아니면 여러 어린아이들이 심각한 역기능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좀 더 분화가 잘된 가족에서는 가족원들의 관계, 혹은 형제자매들의 관계 그리고 가족 내의 어느 한 구성원이 역기능적 증상을 보일지라도, 나머지 구성원들이 그 역기능이 야기시키는 문제들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이고 자녀는 비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하자. 하지만 어머니와 다른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행동하며 다른 심각한 증상들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 가족문제는 두 패턴에 의해 흡수, 처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부부 사이에서 한 배우자의 역기능(알코올중독)과 한 자녀의 비행이다. 이 가족보다는 조금 더 분화가 이루어진 가족에서는 불안이 주로 어느 한 가족관계나 혹은 기능을 잘못하는 어느 한 가족원이 떠맡게 된다. ...


 핵가족 내에서 어떠한 종류의 역기능적 반응들이 나타나는가는 그 가족의 부모들이 그들의 원가족에서 어떻게 성장해왔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족 내에서 행해지는 정서기능들은 변한다. 예를 들어, 결혼 초기에 나타나는 주된 기능의 유형은 부부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 한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보다 결혼에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기능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바로 결혼 초기의 수년 동안, 이 때가 불안정도가 높을 때인데, 부부관계에 적응하려고 더 많은 기능들을 수행하는 배우자가 증상을 일으킨다. 나중에는 부부관계 내에 갈등이 일어나고, 대체로 부부의 조화는 사라지고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 대해 몹시 싫은 반응을 보인다. 커져만 가는 부부간의 갈등에 의해 만성불안의 정도가 높아가는 동안에는 그 두 부부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부부관계 내에 일어나는 모든 불안을 흡수하여 증상을 나타내던 배우자가 그 불안을 부부관계로 쏟아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볼 때 상황들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볼 때, 그 관계 내에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불안을 배우자에게 떠넘기거나 그 불안을 흡수해버리는 부부간의 주요한 상호작용의 유형은 변하였지만, 기본적인 부부 사이의 관계문제(개인화되려는 힘과 함께 하려는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기능의 유형들은 가족 내의 각각의 가족원들을 돌아가면서 역기능의 증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느 일정한 기간 동안에는 어머니가 가족 내의 모든 불안을 흡수하여 신체질병을 나타낸다. 그 다음 기간에는 아버지가 우울증과 같은 역기능적인 증상을 나타낸다. 만약 가족의 감정 전달과정에 있어서, 예전에 그랬던 것과 같이, 어느 한 가족원 혹은 어느 한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가족원들 중 어느 한 가족원이 만성적으로 역기능의 증상을 나타내는 현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분화를 잘 이루지 못한 어떤 문제가 일어나 이에 대처하려 할 때, 가족 내에 유연성이 적다면 그 가족원들이 어떻게 기능하는가에는 아주 큰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가족 내의 불안이 어느 한 어린이에게 강도 높은 초점을 맞추게 되어 그 어린이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든다면, 이 어린아이는 정신분열증의 증상을 나타나게 되고, 다른 형제자매들은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 만약 가족 내의 불안을 어느 한 자녀가 아닌 자녀 모두들에게 돌아가면서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 그 자녀들은 정신분열증상을 일으키지는 않을 만큼 가족으로부터 분화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부모들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여러 자녀들에게 자신들의 불안을 투사하기보다는 한 어린이에게 모든 불안을 투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이러한 과정들이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자동적인 감정반응에 의하여 휘둘림을 당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하여 정서적 거리를 두는 것은 역기능의 유형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느 정도의 정서적 거리를 두는 것은 인간의 모든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가족 내에서 정서기능의 유형과 함께 뒤섞여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기능적으로 정서적 거리를 두는 것은 미분화 현상을 보여주는 명백한 요인이기 때문에 주시해야 한다.



-부부갈등-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갈등하는 결혼은 증상을 나타내는 조화로운 결혼과 비교해 큰 차이를 갖는데, 이는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배우자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증상을 나타내는 부부관계에서 각 배우자들은 자기 자신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아이들에게 문제가 일어나는 결혼생활에서는 각자의 배우자들은 변화해야 하는 대상이 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더욱 감정적으로 반응할수록, 누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고정되고 가족은 유연성을 잃게 된다. 만성적 염려가 증가할수록 가족원들의 생각의 유연성 또한 줄어든다.

 사람들은 부부갈등의 ‘원인들’이 자녀들과 돈 그리고 성적인 문제들에 대한 부부간의 의견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들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러한 문제들이 터짐으로써, 가족원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감정적 미성숙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들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미성숙이 문제인 것이고, 바로 그 미성숙이 갈등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갈등을 없애기 위하여서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인식할 때, 사람들은 그 문제에 대하여 두 편으로 갈린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갈등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때, 대립은 사라진다. 문제는 문제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아니다. 문제는 관점의 차이에 대한 감정반응이 문제인 것이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면, 의사소통은 활짝 열리게 되고 의견 차이는 결혼생활에 있어서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 된다. 어느 누구도 모든 것에 전문가일 수는 없다. ...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는 핵가족 내 혹은 확대가족 내의 다른 관계와 함께 상호 맞물려 있는 삼각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부부관계가 그 한 예다. 부모 사이의 정서적 거리감으로 인해 그 어머니가 자녀들에 대해 과도하게 관여할 위험이 많아진다. 혹은 어머니가 자녀들에 과도하게 관여하기 쉬우면 아버지는 그것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부인으로부터 더 멀어지며 결국 어머니와 자녀는 정서적으로 서로 분리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아버지는 부인의 정서적 요구를 채워주어야 할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인이 자녀에 대하여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아이로 하여금 어머니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막는 다른 방법은, 아버지가 자녀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안한 점들을 자신이 해결하지 않고, 그 책임을 어머니에게 맡기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계속적으로 아이에 대한 걱정을 말함으로써 이와 같은 일을 한다.


 한쪽 끝에서는 어머니의 기능이 아이의 정서적 독립에 방해가 되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반해, 다른 극단적인 면에서는 아이의 정서적 분화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여러 어머니들의 기능은 이 양극 사이에 각기 다른 수준에 따라 다르게 존재한다. 그러므로 결국 아이가 그의 가족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자라나가는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가족에서 먼저 생기는 것이지 아이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가족 안에서 시작되지만(가장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은 어머니), 곧 아이 안에서 강화된다. 어머니와 아이는 서로에게 조율을 맞추게 되며 정서적 분리에 방해가 되는 만큼과 같은 정도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는 청년은, 그의 가족이 그 청년이 정서적으로 분리되는 것을 막는 것만큼이나 스스로가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분리되는 것을 막는다.

 주위 사람들은 그 청년의 가족이나 부모 중 한 사람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곤 한다. 청년과 그의 가족 간에 정서적 분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마치 전체 오케스트라의 음악에 대해 한 사람의 음악가에게만 공을 돌리는 것과 같다. 어머니들마다 아이의 정서적 분리를 막거나,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양이 다르기도 하지만, 같은 어머니라도 이러한 점에 있어서 자신의 아이들 각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어느 한 어머니가 그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저는 우리 첫 아이와 가장 미성숙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둘째 아이와는 아마 가장 성숙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남편과 다른 두 아이들과는 중간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 어머니는 그 관계에서 그 아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자연스런 과정으로 보고 있었다. 어머니와 가장 ‘미성숙한’ 관계를 가졌던 아이는 그의 형제 누구보다 정서적 자율성을 가장 적게 갖게 된다. 형제들과 비교할 때 그는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분리가 가장 안 된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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