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 융 - 감정feeling과 정서emotion
Posted 2018. 3. 12. 23:33,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박종수 - 융 심리학과 정서 (학지사) 中 p.23-p.24 발췌.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인 칼 융(Carl G. Jung)은 감정(feeling)과 정서(emotion)를 구별한다. 그는 ‘느낌 혹은 감정’을 일종의 판단과정으로 간주한다. 감정은 가치를 구별하는 이성적 기능으로서 그러한 기분이 나에게 유쾌한 것인가 혹은 불쾌한 것인가를 판단하며(CW 6, par. 724), 그것을 결국 수용할 것인가 혹은 거부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할 모토가 된다. 감정은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의되지 않을 때는 단순한 현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정이 분화될 때 그 의미가 드러나며 이성기능이 된다.
“당신은 내가 감정을 일종의 가치판단 기능으로 설명한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떤 특별한 의미(significance)도 감정에 덧붙이지 않는다. 감정은 분화될 때 하나의 이성기능이다. 하지만 분화되지 않을 때 감정은 그냥 발생할 뿐이다. 그러고 나서 감정은 ‘비합리적’이라는 단어에 의해 요약될 수 있는 모든 고태적 양상이 된다. 그러나 의식적 감정은 가치를 구별하는 일종의 이성기능이다(CW 18, par. 45).”
융에 의하면, 감정은 자아와 주어진 내용 사이에서 발생하는 과정이다.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대상으로부터 오는 자극에 대한 수용 혹은 거절(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의 차원에서 감정은 한정된 가치를 부여한다. ...부분적 감정이거나 무의식적 내용을 담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지라도 어떤 가치를 내포한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의식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어떤 순간에 전체 상황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따라서 감정은 수용과 거절에 대한 용어다(CW 6, par. 724). 예를 들면, 도서관에서 어떤 사람이 소음을 냈을 때, 그 소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단지 소음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할 때, 그 소음은 거부되어야 하고 비판받아야 할 불쾌한 감정을 자아낸다. 즉, 감정은 구체화되지 않으면 비합리적이지만, 분화되어 구체화될 때 가치를 판단하는 합리적 기능이 된다. ...
감정은 비록 가치판단의 근거가 되지만 지성과는 구별된다. 융은 감정과 사고를 대극적 심리기능으로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융에 의하면, 지성과 감정은 판단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성기능에 속한다. ...
박종수 - 융 심리학과 정서 (학지사) 中 p.27 발췌.
감정은 일단 인식 가능한 신체 반응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서나 정동과 구별된다. 융에 의하면, “감정은 확실한 신체 반응 없이 이루어지는 판단이다. 반면에 정서와 정동은 신체 반응을 동반한다.” (CW 18, par. 502) 예를 들면, 직장 상사에 대해서 불쾌한 생각을 하면서 오는 느낌은 감정이다. 그 감정이 언어로 표출될 때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가슴의 통증을 느끼는 등의 신체 반응이 동반되면 그것은 정서가 된다. 융은 생리적 변화를 동반한 강한 감정이 발생하면 순간 해리 상태가 되며, 마치 자기 집을 악마가 점거함으로써 집 밖으로 내쫓기는 신세와 같다고 말한다(CW 18, par. 50). 콤플렉스와 결합된 감정은 마치 원형의 강력한 힘에 사로잡힌 상태와도 같다. ...
박종수 - 융 심리학과 정서 (학지사) 中 p.34-p.44 띄엄띄엄 발췌.
...쾌와 불쾌, 수용 가능한 감정과 수용 불가능한 감정, 행복과 고통, 희망과 절망 등의 감정은 어느 정도 인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인격 곳곳에 불안이 스며 있거나 오랫동안 죄책감 또는 수치심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내면의 감정을 전혀 모르고 있으며, 그 결과 마치 감정이 없는 냉혈한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이것은 정서가 무의식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현대 정신분석학자들은 대체로 정서가 단순한 방출과정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심리내적 긴장 현상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런 감정과 정서는 현실에서도 경험되며 동시에 꿈속에서도 재현된다. 특히 폭발적인 정동은 개인을 완전히 침범하여 마치 적이나 사나운 동물처럼 덤벼든다. 전형적인 외상적 정동은 가끔 꿈에서 사납고 위험한 동물로 출현한다(CW 16, par. 267). 꿈에 나타난 이미지들은 현실 속의 정서를 대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면의 정서 상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맥커디(MacCurdy, 1925)에 의하면, 정서적 경험은 무의식적 이미지의 산물로서 비의도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목적이 분명한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p.567; Hillman, 1960, p.171에서 재인용). 이런 관점에서 카스트는 정서야말로 한 개인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말한다. 외부세계(의식)와 내부세계(무의식)는 정서에 의해 관계를 맺는다.
...융은 정서야말로 무의식의 자율성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주장한다. 정서와 정동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인간의 의지를 초월해서 발현되며, 결국 정서가 강화될수록 병리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무의식의 자율성은 정서가 발현되는 곳에서 시작된다. 정서는 본능적이며 비의지적인 반응으로서 그 본질적인 폭발성에 의해 합리적인 의식의 질서를 와해시킨다. 정동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의지적으로 생산되지 않는다. 정동은 단순히 발생할 뿐이다. 정동 상태에서는 인격의 성향이 가끔 관련자에게 생소하게 나타나거나 숨겨진 내용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침입할 수 있다. 정동이 격렬할수록 더욱 병리적이 되어 이전에 무의식이었던 자율적인 내용들에 의해 자아의식이 밀리게 되는 상태에 이른다(CW 9i, par. 497).”
...우리가 콤플렉스를 가진 것이 아니라 콤플렉스가 우리를 소유하듯이, 정서는 우리를 지배한다. 융에 의하면, 순수한 정동은 몸의 영역에 나타나 본능적이고 맹목적이며 강압적인 성향이 있다(CW 6, par. 235). 정동의 본능성은 그 자체의 원형적 성향에 토대를 둔다(CW 6, par. 765; CW 8, par. 846). 그것은 인류의 집단 무의식 안에 정서가 이미 내재해 있다는 말과도 같다. ...
...꿈, 환상, 연금술 등에 나타난 동물 형태는 주로 인간의 동물적 속성, 즉 정서를 표현한다. 통제 불가능한 정동의 의미에서 정서성은 본질적으로 야수성이 있다(CW 14, pars. 404-405). 정서 조절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정서적-역동적 요소들의 기초가 되는 감정의 색조는 발달사적으로 뇌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 즉 뇌간 부분과 시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러한 뇌간의 중심들이 자율신경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서적 요소들은 항상 무의식의 내용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무의식의 내용이 정서를 유발하고, 그 반대로 정서가 무의식의 내용을 활성화한다는 이중의 관계가 끊임없이 생겨나게 된다. 정서, 그리고 무의식적 내용이 갖고 있는 교감신경계와의 연결은 이러한 점에서 생리적 기초와 함께한다. 정서는 내부의 분비, 대사 순환, 혈압, 호흡 등과 같은 것의 변화와 더불어 등장하고, 마찬가지로 그것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경증의 경우 무의식의 내용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정서를 지배하여 자율신경계를 방해한다(p. 360).”
정동의 무의식적 성향은 나쁜 무드를 조성하고, 부정적인 정동과 공포(phobias)에 휩싸이게 하며,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하거나, 퇴행이나 비행 등을 야기한다(CW 7, par. 307). 통제 불가능한 정서는 우리를 동물적 삶으로 인도함으로써 본능의 지배 아래 있게 한다(VS, p. 875).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정서를 배제한 채 살아갈 수 없다. 정서의 역동적인 힘이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융은 『환상 세미나(Visions)』에서 본능과 동일시하는 삶을 배제하고, 본능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역설한다. ...
본능과의 동일시는 정서와 동일시된 상태와 유사하다. 잊힌 기억이 갑작스럽게 출현하여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외상 혹은 내부적 충동이 자아를 지배할 때 의식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져서 적응력을 상실하게 된다, 분화되지 못한 정서는 아직 의식화되지 못한 채로 무의식에 숨어 있다. 이런 미분화된 정서와 동일시될 때, 주체와 객체는 분화되지 못하고 원시적 무의식 상태가 된다(CW 13, par. 66). 정서의 분화와 의식화는 오직 높은 수준의 의식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용의주도하게 밀림을 헤쳐 나가는 지혜나 동물을 훈련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CW 14, par. 405). “내 안에 독특하고 불가항력적인 정서가 있어 언제나 나를 삼킬 수 있다.”는 사실만 인지하는 것도 정서와 동일시되는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해 준다. ...
박종수 - 융 심리학과 정서 (학지사) 中 p.47-p.50 발췌.
정신활동은 종종 신체 반응으로 나타난다. 언어와 행동으로 표출되지 못한 정서는 신체적 결함이나 사고로 위장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융은 정신현상과 육체가 통합된 본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
감정과는 달리, 정서는 신체 반응을 동반한다. 부끄러울 때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과 같은 보편적 신체 반응이 있는가 하면, 문화적 배경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김병훈(2011b)은 몸으로 드러내는 긍정적 감정만이 치료의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고 강조한다. ...
정서를 담지하는 몸은 콤플렉스를 비롯하여 의식이 모르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몸(body)으로 대변되는 그림자는 일종의 영혼을 가진 동물과 같다. ...융은 몸이 때때로 자아에 대한 그림자의 역할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
콤플렉스와 관련된 정동은 주로 그림자의 영역에서 작용한다. 융에 의하면, 그림자를 구성하는 열등한 요소는 절제하지 못하는 정서를 포함한다. 이런 정서에 사로잡힌 사람은 낮은 (의식) 수준의 원시인처럼 행동하며 독자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
“그림자를 구성하는 열등한 요소, 즉 어두운 성향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서적 본질, 일종의 자율성, 이로 인한 완고함과 더 심하게는 소유욕을 지닌다. 감정은 개인의 활동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우연히 발생한 어떤 것이다. 정동은 보통 적응이 최고로 약한 상태가 될 때 발생하며, 동시에 그 약점의 원인을 드러내는데, 그것은 곧 상당한 정도의 열등감과 낮은 인격(의식) 수준이다. 통제 불가능하거나 거의 절제하지 못한 정서에 부수된 이런 낮은 수준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원시인처럼 행동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신의 정동에 의한 수동적 희생자일 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박종수 - 융 심리학과 정서 (학지사) 中 p.50-p.53 발췌.
박종수 - 융 심리학과 정서 (학지사) 中 p.56-p.58 발췌.
프로이트는 감정의 분출만으로도 어느 정도 병세가 완화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융은 감정의 표출은 심리치료에서 지극히 부분적 효과를 거둘 뿐이라고 말한다.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만으로는 무의식의 심층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CW 16, pars. 274-275). 융은 심리적 질병의 치료는 발병 원인을 찾는 데 있다기보다, 병으로 표출된 심리적 사건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함으로써 치료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주장한다(CW 16, par. 11). 그와 마찬가지로 정서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 역시 외상의 원인을 발견해 내거나 제거함으로써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 문제는 일단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미 인격의 일부가 되어 버린 개인의 정서는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다. 그것은 모두 한때는 자신을 지켜 주었던 생존 전략으로서 유효했다. 그러나 외상적 환경이 사라져 더 이상 그러한 정서양식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그것이 계속해서 자신을 지배하게 될 때 문제가 된다. ...
...정서의 조절은 가능한가? 이에 대한 이론은 다양하다. 인지행동주의 입장에서는 정서는 인지 가능한 주관적 작용으로서 인간의 의지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본다. 비합리적으로 형성된 정서양식을 바로잡고, 바람직한 정서 조절을 통해 인격의 성숙을 도모하는 것이 인지행동주의의 경향이다. 이와 다르게, 심층심리학은 대체로 완벽한 정서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정서에는 주관적 의식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되지만, 자아의 한계를 초월한 무의식적인 내용이 정서의 구조물을 형성하고 있다. 융에 의하면, 우리는 정서를 우리 의지대로 온전하게 억압하거나 조절할 수 없다. 그것은 정서를 포함한 심리적 현상들이 대체로 의식의 조절로부터 철수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쾌한 기분을 좋은 기분으로 바꿀 수 없다. 우리는 꿈을 마음대로 오가게 할 수 없다. 대단히 지적인 사람이라도 때로는 가장 위대한 의지로도 제거할 수 없는 생각에 빠질 때 강박적이 될 수밖에 없다(CW 8, par.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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