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hur J. Clark - 방어기제를 다루는 상담기법. (김영애가족치료연구소)

방어기제 관련해서 두 번째로 고른 책이다. 서점에 비치가 안 돼 있어서 제목이랑 목차만 보고 걍 질렀는데 사길 잘 한 것 같다.
제목 그대로, 방어기제 그 자체보다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방어기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꼭 상담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본인이 내담자가 될 경우 또는 일상에서 타인의 방어기제를 대할 때 가질 태도...에도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각 챕터마다 해당 방어기제에 대한 개념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긴 하는데... 사실 그쪽으로는 살짝 미흡한 감이 있다.
예시에 대한 설명도 크게 없고, 몇몇 개념을 문장 한두개로 뭉뚱그려 언급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서 위키백과에서 막 검색해가며 읽고 그랬다.

상담 개입의 과정을 모델화하여 세 단계로 나누고, 그걸 여러 방어기제마다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내용을 대상 방어기제만 바꿔서 계속 반복하는 형식이 된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니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더라.

방어기제는 의식적이기보다 자동적이고, 보통 핵심신념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에 거기에 대한 도전은 종종 강력한 방어와 저항에 부딪친다.
방어기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방어기제에 도전하는 것은 흔히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상대의 -특히 뿌리깊은- 방어기제를 다루는 것이, 상담사의 입장에서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진다.)
(상담이란 게, 결국 이런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상대가 스스로 본인의 문제를 인정하고 변화의 과정을 받아들일 때까지 유도하는 과정인 것 같다)

챕터마다 반복해서 강조되는 게, 상담 초기에 섣불리 내담자의 방어기제를 직면시킬 경우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초기에 내담자의 관점에 대해 논쟁하거나 반박하는 것은 내담자의 방어를 강화시키기 쉽다.” “내담자의 저항은 종종 정서적인 철회로 이어진다.”
고로 환자를 지지하며 신뢰를 쌓고, ‘도전’에 쉽게 깨지지 않을 좋은 상담 관계를 만드는 관계 형성 단계의 중요성을 *몹시* 강조한다.
라포 형성 과정으로 감정에 대한 반영, 의미에 대한 반영, 자기노출 등을 반복 소개하는데... 이건 일상 대화에 그대로 가져다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에 대해 반영하는 목적은 내담자의 정서적인 기능에 대한 이해를 전달하고 좀 더 솔직한 대화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담자의 부정적 감정의 강도가 줄어들었을 때, 비로소 상담사는 내담자의 경험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의미의 반영)”

(어찌 됐든 결국 제 발로 찾아온 내담자의 방어를 슬슬 달래서 느슨하게 만드는 데만 해도 이토록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할진데...)
(일상에서 종종 눈에 밟히는 -온라인 포함-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은 타인의 방어기제를 다루려는 것은 걍 포기하는 게 낫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형성된 신뢰와 이해를 기초로 해야, 비로소 우리가 으레 생각하는 상담 단계-직면, 인지 재구조화, (의미의) 재구성, 해석-로 들어갈 수 있다.
(내담자의 부적응적인 관점에 지속적으로 도전하여, 스스로 문제를 직시하고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의 핵심과제다)
라포가 형성된 단계에서조차, 직면의 효과들은 단호한 거부에서 회피, 말돌리기, 수용과 통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며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상담자는 반영과 더불어 지지적이고, 서술적이고,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확실히 정신력 소모가 심할 것 같다...)
항상 단정의 말이 아니라 제안이나 가능성, 대안의 견해의 말투를 쓰는 게 좋다고 한다. 결국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지만 의미가 있다는 얘기 같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그런 반응은 ...를 의미할 수도 있겠지요.” 기타 등등.

방어기제를 다룰 때, 행동 그 자체보다도 내담자의 동기-그것을 사용해서 어떤 정서를 완화하려고 하는가?-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직면이 모순적인 행동 자체를 밝히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기저의 동기를 다루려면 내담자의 방어기제에 관련된 핵심신념을 다루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일 상담사가 그 내담자의 이러한 핵심가정을 언급해 주지 않으면 ...방어의 중간 수준에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질 것이다.”

내담자가 본인의 방어기제에 관련된 갈등과 그 동기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상담의 최종 목적은 1)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본인의 방어기제를 자각하고, 2)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좀더 의도적인 행동을 개발하는 것이다.
‘자신 멈추기’ 기법은 뭔가 상징물 또는 상징적인 생각 및 행동으로 방어기제가 떠오를 때마다 스스로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고.
‘마치 그런 것처럼 행동하기’는 주위에 그쪽 방면으로 제대로 행동하는 것 같다 싶은 사람의 특징을 분석하여,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단순히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식으로 모방을 통해서 대체행동을 찾는다는 것이 포인트다.
(단순히 문제행동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바람직한 대체행동으로 문제행동을 차츰차츰 대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느껴오긴 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재확인받은 느낌이다.
특히 ‘내 사람’의 범위 바깥쪽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과정에 성실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그냥 내려놓는 게 답이 아닌가 싶다.
“자기방어라는 몸에 배인 패턴을 깨뜨리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사실 내가 무슨 상담사가 될 것도 아니면서 이런 상담 관련 책들을 읽는 건, 자기성찰에 뭔가 방법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익숙해지면 내가 상담사 역할이 되어 내담자로서의 나 자신을 잘 이끌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잖아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각종 방어기제 관련해서 이래저래 자기를 돌아보게 될 때도 많았고, 예전에 받았던 상담 생각도 나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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