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영화감상 기록

Posted 2015. 11. 2. 19:42,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국제시장. http://delliny.tistory.com/119
너무 간단한 인상만 적어놓고 만 것 같아서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덧붙이자면...
초중반의 젊고 책임감넘치는 주인공과, 중년 이후 (베트남 갈때부터) 중후반의 꽉 막힌 주인공 사이에 뭔가 단절이 있다는 느낌이다
영화 내에서 드러난 뚜렷한 계기도 없이 어느 순간 영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 되어 있어서 보는 내가 답답할 지경이다
(우리시대 보편적인 아버지상을 표현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하면 --그런 이미지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좀 슬프지만-- 이해는 간다)


어릴 때의 트라우마가 있다고 치더라도, 주인공이 (인생 초반부터 나중에 늙어서까지) 아버지한테 지나치게 집착하는 감이 있다.
자기 꿈까지 포기해 가면서, 주위사람이 파병 가지 말라는거 윽박지르고 뿌리쳐가면서까지 가게에 그리 집착해야 했나.
거기다가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없고 매사 윽박질이니 가족들이 이해해줄 리 없다. 그나마 아내는 속마음을 좀 알아주는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 괜찮을까.
본인이 주위에 얘기를 하든지 말을 해줘야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주지. 본인의 꽉 막힌 속사정을 영화가 우리에게 대신 말해주는 셈이다


사실 이 영화는 배배 꼬인 속으로 보려면 얼마든지 꼬아서 삐뚤게 볼 수 있는 여지가 넘쳐나는 영화다.
(예를 들어 헌신적이고 책임감넘치고 이해심 터지는 아내와 말도 안 되게 무책임하고 개념없는 여동생으로 나타나는 여성상의 대비라든지)
근데 이 영화는 굳이 그런 식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과거를 돌아보고 어르신 세대의 노고를 치하하고 예우하는 영화지, 나 보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까.
(내 관점에서) 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옛날 가치관이 은근슬쩍 드러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느낌이다. 여기선 중요한 게 아니니까.



마더. (2009, 봉준호) 여기저기서 흘끔 본 것만 갖고 모성애 싸이코패스 영화겠거니 했는데, 생각했던 거랑은 많이 달랐지만 괜찮았다.
아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완전 동물적이다. 본능에 충실하고 말 잘 듣다가도 ‘바보’ 소리에 확 드러나는 앙칼짐이라든지.
잘생기고 모자라고 (...) 천진난만하게 말썽피고 다니는 게 딱 우리집 고양이-_-... 보는 것 같았다
...좀 희한한 포인트에서 어머니한테 계속 이입하면서 봤던 게, 나도 우리집 고양이가 말썽피고 다닌 걸 수습하러 다닌 적이 있었으니까.
(잘생기고 귀여움 + 보호본능 + 좀 모질라서 일을 내고 다님 + 자기변호능력 없음 + 모든 게 보호자인 내 책임이자 나 하기에 달렸음...의 콤보랄까ㅠ)
모성이고 뭐고 이전에, 걍 얘 일이 내 일이니까 당연히 내가 수습할 수밖에 없는 거다. 특히나 ‘얘가 안 그런 거 같은데 억울하네...’ 싶으면 더더욱.


둘 사이의 관계도 암만 봐도 일반적인 모자관계는 아니다. 오히려 애정+의무감+부채감을 가진 반려동물 돌보는 거랑 비슷하지 싶다
(아들이라는 사회적인 타인이 아니라, 그냥 내가 돌보는, 나와 사회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동물적인’ 유대를 가진 존재랄까...)
무슨 근친 코드니 뭐니 하는 리뷰도 본 적 있는데, 나한테는 그냥 내가 고양이 쪼물딱거리고 발라당-_-거리는 거랑 비슷한 맥락으로 보였다


동물적인 관점에서 보면 선악의 경계가 참 애매해진다. 뒤에 주저리주저리하는 걸 봐도 진짜 악의를 갖고 죽이려던 거랑은 거리가 있는 것 같고.
(그닥 적절하진 않은 것 같지만, 교도소 “바보” 장면이나 살인장면 보면서 사실 이 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_-...)
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했을 뿐, 그 뒷감당과 고뇌는 다 어머니-보호자의 몫이다... 왜냐면 남일이 아니라 자기 일이니까ㅠ
아들 대신에 잡혀들어온 다른 바보(...)를 보면서 넌 엄마 없어? 엉엉ㅠ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이 영화의 백미인 것 같다...


(바보도 역시 잘생기고 봐야 해... 하면서 봤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원빈이라...-_-)



호빗 - 다섯 군대 전투. 애초부터 기대가 없었기에 (...) 그냥저냥 볼만했다. (왠지 시리즈 완결상 꼭 봐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요즘은 영화보는 데 별 흥미가 없다. 뭔가 잉여로운 ‘이야기’를 곱씹고 즐길 만한 심적인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호빗 원작만 가지고는 스케일이 작다고 느꼈는지 (또는 반지의 제왕과 엮을수록 잘 팔릴 거라 생각했는지) 반지의 제왕 떡밥을 계속 끼워넣는다.
은근히 동화적이고 발랄한 기운이 묻어나는 원작과 달리, 곳곳에서 반지의 제왕스러운 음울한 기운이 스멀스멀 묻어난다.


늘 베오울프랑 호빗이랑 용 잡는 장면이 헷갈리곤 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겠다. (활로 쏴죽이는 게 호빗, 직접 싸우는 게 베오울프...)
(다 보고 나서 관련정보 찾아보다 보니, 실제로 톨킨이 해당 장면이 베오울프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댄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마우그가 너무 멍청하다...-_- 그래도 이번에는 용 특유의 말빨이 조금은 살아 보여서 다행이다. (이 정도가 어디냐...)
새가 새 언어로 (빌보가 알아낸?) 용 약점을 바르드한테 전해주는 게 안 나와서, 더 닥돌하다 죽는 근육바보처럼 보여지는 것 같다.
스마우그가 떨어져 죽고 나서야 비로소 영화 타이틀이 뜬다... 이해는 가지만 드래곤 입장에서는 완전 굴욕 아닌가.-_- 인트로 쩌리 취급이라니.
...용 시체가 떨어지면서 저주받은 (불타는?) 불모의 호수가 되어버리는 설정이 있었지 싶은데, 영화에서는 표현이 안 된 것 같다.


타우리엘 킬리 러브라인은 여전히 뜬금없다. 영화 전편부터 끝까지 하나도 녹아들지 않는다. 다 편집해버려도 별 무리없을 것 같다.


며칠간 이어진 소린의 꽉 막힌 짓거리... 광기, dragon sickness가 하룻밤의 현자타임만에 뜬금없이 말짱해지는 게 뭔가 너무 동화적이다-_-...
무슨 중이병이냐. 용의 탐욕의 저주를 무슨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다가 현자타임 온 것마냥 뜬금없이 풀어주는 게 좀 어이없다.-_-
그렇게 애가 하룻밤만에 돌변했는데. 주위 사람들도 아 애가 이제야 철들었나보네.-_- 정도로 별 놀람 없이 곧바로 받아들이는 것도 대단하다.


원작에서 마지막 전투가 문장 몇 개로 뭉뚱그려 처리되는 거랑 다르게, 반지의 제왕 스케일의 대전투신을 연출하고 싶었나 보다.
(애초에 2편을 원작 90%에서 끊어놓은 상태에서 당연한 귀결이지만... 너무 전투신이랑 반지의 제왕과의 연계점 놓기에만 치중한 느낌이 있다)
(두 개의 탑 헬름 협곡 공성전이 워낙 전율적이었기에, 이후 시리즈의 전투신을 쭉 봐도 그다지 임팩트가 없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드워프들이 아조그 잡겠다고 출동할 때 타고 가는 산양이 인상적이었다. wow 얼라 종족탈것 전투산양이 딱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근데 무슨 잠입하는 것도 아니고... 오크들 하나하나 때려잡으면서 올라갈 때부터 제발로 사지로 걸어들어가는 게 너무 뻔히 보여서 답답했다.-_-
(이놈들이 자기들이 세다는 걸 아니까 자만심에 그렇게 목숨을 함부로 굴리지 싶다.-_- 머리 안 써도 어차피 이길 거라 이건가.)
드워프 형제들 죽을 때도, 안타까움과 별개로 그렇게 대책없이 쳐들어와놓고 당연하지 싶더라. 매번 주인공빨로 살아남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아조그. 못 해도 몇십 킬로그램은 돼 보이는 쇳덩어리를 별 반동도 없이 휘둘러대는데 보는 내가 위압감이 느껴지더라. 레알 괴물이구나.



인사이드 아웃. 혼자 불꺼놓고 술먹으면서 봐서 그런지 펑펑 울면서 봤다.-_- (복숭아맛 순하리 맛있다.+_+ 소주보다 리큐르 느낌이다)
슬픔을 억압하는 것...에 대한 영화다. 억압 하면 또 남얘기가 아니라는 느낌이라,ㅠ 엄청 이입하면서 봤다.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조이가 새드니스를 너무 대놓고 개무시-_-하는 게 보여서 쪼까 불편했다.
기억들을 노란색으로-기쁨으로- 채워가는 것에 심취해서, 새드니스가 조금이라도 기억을 건드릴라 치는 걸 ‘강박적으로’ 저지하려는 게 보인다.
(“니가 한번이라도 만지면 슬픔이 깃들어서 돌이킬 수 없어.” 식의 사고 자체가 꽤나 강박적인 측면이 있다)
저 다섯이 라일리를 조종해서 감정을 유발한다..라고 생각하면 감상이 산으로 갈 여지가 있다. 라일리의 감정선의 의인화..라고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즉, 슬픔이가 ‘자기도 모르게’ 나서는 건 *슬플 만하니까* 나서는 거다. 화날 만한 상황에 앵거가, 위험할 상황에 피어가, 디스거스트가 나서듯이.
라일리가 느끼는 슬픔이, 슬픔이가 기억을 건드리는 걸로 나타난다. 슬픔이가 제멋대로 나서서 일을 망쳐놓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현이다.
정당한 슬픔이 전면에 나서려는 걸 답답하게 여기고, 한심해하고, 무시하고, 억지로 억압하려 하면서 온갖 문제들이 발생한다.
제시된 해법은, 억압된 감정들을 풀어주어 다시 제자리를 찾게 만드는 거다. 슬픔으로부터 강제로 격리했던 기억들을, 슬픔에게로 열어두는 거다.
-인위적인 의식적 조작을 통해- 기쁨의 기억만을 추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무의미한 강박이다.
조이가 깨달음을 얻고, 그토록 빼버리려 했던 슬픔의 핵심기억을 메모리 덤프에서 주워와 다른 핵심기억들과 함께 슬픔이에게 넘겨주는 장면...이 좋았다.
(조이가 펑펑 우는 장면에서 나도 울었다.-_-) (영화는 영화관보다도 혼자 불꺼놓고 맛난 거 먹으면서 히키코모리처럼 봐야 제맛인 것 같다...)
+ 슬픔이 조낸 귀엽다.-_=- 누워서 끌고가라고 발 척 드는 거. (+후반부에 조이가 따라하는 것도 귀욤귀욤 터진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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