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내가 파온 꿈, 최근의 방어기제, (그 중에서도) 억압, 투사 등의 모든 핵심 키워드가 궁극적으로 ‘그림자’로 수렴된다는 느낌이다.

(열등한 것으로 치부되어 의식에서 억압된 무의식의 내용들. 보상작용으로 꿈에 나타나고. 인식되지 않은 채로 타인에게 투사되는.)

사실 그림자 관련해서 파기 시작한 지는 좀 됐다. 진도가 지독하게 안 나가서 그렇지.ㅠㅠ 이게 두 번째로 고른 책이다.

그림자 작업이 예전처럼 단순히 책 읽고 지식 습득하는 거랑은 전혀 느낌이 다르다. ‘수련’이란 말로 표현하는 게 더 가깝지 싶다.
그림자를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써, 반복되는 꿈을 해석하고, 억압을 파헤치고, 타인을 향한 부정적인 투사를 거두어들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그림자는 의식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무의식의 내용이며, 그림자 작업은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아니마 아니무스니 뭐니 나오긴 하는데... 시작 단계에서는 그냥 그림자 = 무의식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하는 것 같다)


그림자 작업의 기본 전제는, 인간은 모든 측면과 성격 특성을 내면에 가진 존재이며 어떤 측면도 인위적으로 없애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성격 특성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특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림자 운운 하는 게, 결국 인간 보편적인 한계와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는 느낌이다. (바벨탑처럼)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가 열등하다고 믿는 측면들을 깔끔히 분리해낼 수 있다고 믿는 오만. 그렇게 함으로써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착각에 대하여.


“...한편으로 그림자는 ‘무의식의 다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며... 만약 윤리가 의미를 가지려면 다르게 하고 싶을 수 있음이 살아 있어야 한다...

이건 내가 얼마 전부터 생각해오던 것과 통하는 게 있다. (상충되는) 각각의 욕망이 살아 있을 때에야, 비로소 기준이 의미를 갖는다.


무의식은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뜬구름 같은 어렴풋한 느낌이자 감정이자 정서이므로, 우리는 우리의 무의식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없다.

그런 무의식의 내용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책에서는 투사를 (그리고 정신분석을) 꼽고 있다.

투사가 그저 방어기제의 일종이 아니라, 인식의 근간을 이루는 굉장히 복잡한 기제라는 것. 모든 게 기승전투사로 이어지는 느낌이다.

꿈의 대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투사이다. 투사의 맥락에서 볼 때 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이 나라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

(꿈 속에서 나 외의 다른 인물이 등장할 때, 나는 나 자신의 어떤 성질을 -아마도 현실에서 비슷한 성질을 지닌- 다른 대상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적 무의식 운운... 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아직 긴가민가하다. 실증이 안 되는 영역에다가 너무 신비주의적인 느낌이라 와닿지 않는다.

(개인적 무의식에 속하는 그림자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집단적 무의식 운운은 내가 굳이 지금 결론내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림자 자체가 은유적인 표현일진대, 실제 그림자에 대한 문화적인 고찰이 그림자 개념과 어디까지 연결될런지 모르겠다.-_- 불필요한 사족 같다.

(우리나라 설화에서 드러나는 그림자 운운은, 연구적인 가치가 있을지는 몰라도 입문자 입장에서 그림자에 대한 이해에 크게 도움되진 않는 것 같다.)

서양과 -기독교- 동양 -유교, 불교, 도교- 종교의 그림자를 다루는 데서는 살짝 동양에 대한 미화-오리엔탈리즘이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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