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코너 둘러보다가 발견하고. 예전부터 제목은 들어본 적 있기도 하고. 목차 보고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다.
이거 제목만 알 땐 막연히 변신 이야기스런... 더 고전스러운 걸 줄 알았는데 근대 연구서구만- (1890년 간행-)
원전은 열세 권(!)에 이르는 황금가지인데. 이거는 사진 자료를 곁들여 핵심만 추려낸 한 권짜리 축약-편집본이라고- (근데도 꽤 두껍네-)
‘살해되는 신’. ‘신의 죽음’과 재생과 갱신과 부활... 내가 찾던 주제 (상징) 중 하나고. 이 책이 내가 원하던 그런 걸 줄 수 있기를 기대했었는데...
음... 그런데... 생각보다 기대 이하다. 되게 길게 읽은 거에 비해서 기대했던 건 하나도 못 얻은 듯...
나 이거 왤케 자의적으로 지 하고싶은 말에 자료를 끼워맞춘 듯한-_-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얕은. 하나마나한 얘기처럼 느껴지냐...


걍 하고싶은 말- 의견만 놓고 보면 몇 장도 안 될 텐데. 거기에 대한 온갖 증례들을 나열하느라 책이 길어졌단 느낌이다. (투머치스런 느낌...)
증례를 되게 많이. 열심히 했단 느낌인데... 그럼에도 뭔가... 뒤로 갈수록 추론이 좀 점프가 방방 뜨지 않느뇨-


심리적인 의미를 연결시키기보다. 겉으로 보이는 상과 상의 유사성을 짚는 위주로. 이건 이거고 이건 이거다... 식의 연속이네.
A ≒ B ≒ C ≒ ... 따지다 보면 ≒ G... 이므로 결국 ABCDEFG는 다 ‘같은’, ‘동일한’ 것으로서 환원적으로 싸잡아 ‘쉽게’ 이해할 수 있단 식의 태도-
보면 내용이 걍... 기승전 곡식의 신이네.-_- (곡식무새-)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으니 책의 80퍼는 걍 훌훌 넘겨도 되지 않나 싶다.
그 기저를 지탱하는 순환과 죽음과 재생의 누미노스한 감정에 대해서는... 딱 두 줄- 언급하는 정도다. (그래도 그 숭고함에 대해선 인지하고는 있네-)
(오히려 중요한 핵심은 그걸 텐데-) (오히려 그런 감정이 자연의 순환에 투사되는 경우까지 죄다 싸잡아 곡식..으로 환원하는 결과를 낳지 않나-)
(성에 투사되는 온갖 관념들까지 죄다 성 자체로 환원해버리는 프로이트랑 왠지 궁합이 잘 맞을 거 같은 느낌이다...)


말투가 죄다... “-라 추측해도 좋지 않을까.” “-가 아닐까.” “-이리라.” “-한 듯하다.” “-고 여겨진다.” “-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요거의 반복이네-
“매우 애매하고 불확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언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얼핏 말은 조심스러운 ‘척’하는데... 태도는 그게 아니다.
정확히 같은 얘기 두 문장으로 반복하면서도. 첫 문장에는 “-라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래놓고 바로 뒷 문장에는 “-임에 틀림없다.” (...-_-)
그래놓고 그 담에는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모호한 자기주장을 확실한 것마냥 비약해놓은 걸 그대로 근거로 갖다쓰는 식으로-


명확하면 명확한 거고 (추측으로서-) 그렇지 않을까면 그렇지 않을까지. “명확해진 것은 아닐까.” 식의 묘한-_- 복합표현들이 자꾸 나오고-
“-인 것은 아닐까. -는 아닐까. -는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는 당연한 일이다. 내 생각이 옳다면 -에 다름 아니다. -인 것이다.
“(증거는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추측해도 좋지 않을까. -한 건 아닐까. -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요건 책 실제 문장에서 내용만 빼고 어미만 남긴 거다.-_- 책 전체 분위기가 약간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료에서 결론을 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입맛에 맞는 자료들을 통해 그리로 가기 위한 여정처럼-
쬐-끔 안 들어맞는 건 있지만. 그건 이래저래하면 대충... 감안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 아니란 증거는 없지 않냐. 식의 느낌-


과정은 그렇다 치고. 그래서 결국 이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 지금의 내게 의미있게 다가오느냐...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_-
불가해하고 미개하고 모호하게 다가오는 뭐시기에 어떤 가해한 의미와 질서를 줄려는 시도처럼 다가오는데... 어떤 중간과정 이상의 의미를 못 두겠다.
(모호한 거를 이해하게 해주는 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얕고 환원적이라고 느끼고 있지 않나...)
(이것저것 자료를 엄청 많이 모아놓고 언급하는데... 여기 언급된 것들을 죄다 곡식의 신 풍요 기원 운운으로 퉁쳐버리는 건 좀 너무하다.-_-)
‘그건 ~일 뿐이다’ 식의 사고방식- ‘환원될 수 있다.’ ‘결국 다 같은 것이다.’ 이런 류의 태도들은 내가 볼 땐 오히려 해롭다.


이 프레이저는... 고릴라가 우두머리 자리 놓고 싸우는 것도. 늙은 우두머리가 젊은 도전자에게 패해서 물러나는 것도 주술의 원리라고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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