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푼젤 Tangled

Posted 2019. 6. 26. 21:22,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저번에 민담 책에서 라푼젤 운운 봤던 것도 있고.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본. 유명한 느낌이라... 한번 봐보고 싶어져서 보다.
근데 원래 민담이랑은 분위기가 은근히 많이 달라서... 걍 원작은 잊고. (비교-참고 정도만 하고) 지금 여기 보여지는 이 이야기 자체를 보는 걸로...
쓰다 보니 되게 떠오르는 것도 많고. 글이 구구절절 투머치스레 길어지는데. 예전 같으면 걍 큰 줄기 몇 개만 빼고 다 잘라내버렸을 텐데...
지금의 나는 오히려 이거보다 더 멘탈을 갈아넣을 수도 있어야 된다... (어떤 과도기적인 느낌...)
+나 요새 이런 거 볼 때마다 스샷을 엄청 열심히 찍고 있네... (예전엔 안 이랬는데...) (글보다도 이미지로 느낌을 붙잡는 거-)


영어 제목 tangled. 제목부터가 뭔가 엉킴. 얽힘.. 얽매임을 암시하는 것 같네.
원전 민담에서 통합되어야 하는 가치가 라푼젤=들상추=녹색의 뿌리채소. 대지의 생명력. 야생에서 자라는 싱싱함. 파릇파릇함이었다면...
여기서는 천국에서 떨어진 햇빛 한 방울- 어떤 의식화. 통합된 자아. 또리또리한 자의식의 가치에 가까운 무언가다.
이미 태양을 상징으로 삼는 왕국인데. 갱신을 위해 필요로 하는 가치가 햇빛 한 방울.. 새로운 인식이고. 지금 마녀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상태고...
의식에 얼핏 감지되었지만 다시 집어삼켜진. 다시 의식화되기 위해 일종의 투쟁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새로운 치유의 가치고...


라푼젤을 통해 어떤 여성원리가 갱신되어야 하는데. 그건 어떤 ‘꽃밭스런’. ‘동화적인’ 환상에 차 있는. 모성 콤플렉스에 차 있는 상태겠고-
보다 보니... 영화에선 일절 언급없는. 캐릭터가 없다시피한 왕비의 성격이 왠지 대충 짐작이 갈 것 같네.
의식적이지 않은 채로 ‘빛의 원리’에 동일시한 ‘좋은’ 어머니처럼. 그림자에 적대적인. ‘소녀’스런. 진지하게 의심된 적 없는 동화적인 ‘옳음’에 집착하는...
‘착하면서도’ 고상하고 은근 유도리없고 ‘나쁨’에 대한 날선 완고함이 묻어나는. 순한 맛 예민 단호박..일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딸도 ‘제 몸처럼’ ‘교조적으로’ 아꼈을 것 같고- but 딱 그런 (융합적인-) 내리사랑이. 딸이 무의식과의 치열한 투쟁을 거쳐야 했던 이유지...


원전 민담에선 마녀한테 붙들려 있다는 걸 본인이 잘 알았지만. 여기서는 마녀가 아니라 어머니로. 그것도 ‘아주 좋은’ 어머니로 인식되고 있다.
‘좋은 어머니 마녀’를 힘써 탑 위로 끌어올린다는 건. 뭔가 ‘착한 딸’스레.. 의식 차원에서 긍정적 모성 콤플렉스를 곱씹고 되새기는 느낌처럼 다가온다.
‘영원히 젊은 엄마’라- 여기서도 뭔가 떠오를락 말락... (‘영원’... 동화적-회귀적이기도 하고. 긍정적 모성 콤플렉스와 연결된 어떤 감각...)


탑은 전형적인 ‘머리로 사는’ 이미지고... 화려한 동화적 색채의 그림들과 몇 안 되는 책으로 꾸며져 있고. 매일 쓸고 닦고 깔끔히 정돈되고-
온갖 예술들로 드러나는. 어떤 동화동화 꽃밭같은... but 한편으론 어케 보면 꽤나 감각있는. 잠재력 있는. 탁월한. 공상-환상세계에 사로잡힌 의식상태-
취미들이 보면은 다 여자여자한. ‘엄마’스런... 가정적인 실내활동들이다. 공주 옷에 앤틱한 전신거울에 치렁치렁한 긴 머리까지-
머리카락은 머리에서 자라난 나풀나풀한 것들- 그 중에서도 특히 황금색인 (탁월한) 동화적인 공상들인데...
어찌 보면 탑에 감금되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던 귀중한 것들이고. 분명 어떤 잠재적인 치유의 가치를 갖고 있지만... 지금 이 ‘붕 뜬‘ 상태로는 아니다.
작은 통합의 가능성이 ‘꽃’으로 피어났고. 자율적 ‘인간’으로 발전했지만- ‘머리카락’으론 부족하고. ‘눈물’- 감정- 인간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동물 친구- 카멜레온- 사실상 라푼젤의 바램. 속내. 충동처럼. 무슨 라푼젤의 제2의 자아- 대변인마냥- “Pssh- Pascal- Don't let her see you-”
왜 굳이 카멜레온이냐...를 깊게 따져볼려다가... 살짝 꼬치꼬치 투머치같아서...-_- 걍 말았었는데...
신화 보다가 신기한 우연처럼 “카멜레온은 신의 전령으로서 말을 잘 듣지 않는다.”라는 글귀를 보다. (온혈동물보다 더욱 트릭스터적인-)


라푼젤도 18살- 이제 어른이 되고... 매년마다 어떤 직감처럼. 전조처럼 무의식의 흐릿한 인식들이 저 멀리 밤하늘에 떠오르고...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온 그 과정의 구현화처럼. 결국 ‘좋은 어머니’의 대극적 가치스런. 껄렁한 도둑놈이 탑 위로 끌어올려지면서- (=의식화되면서-)
사실 그 ‘좋은 엄마’ 자체는 변한 게 없음에도. 성장한 딸 입장에선 상황이 더 이상 예전같을 순 없게 되고-
자아가 성장하고 상황이 바뀌고 새로운 욕구와 에너지의 흐름이 일어날수록. 똑같은 모성이 나중에는 부정적 모성으로 재경험되게 된다.


저 플린 라이더- 도둑놈- 왕관을 도둑맞는다는 건. 저 억압된 껄렁함의 가치가 ‘빛의 가치’로 편향된 의식을 위협할 정도까지 왔단 뉘앙스로 다가온다.
왕국의 군인들과 추적자들에게 살벌하게- (잡아죽일 듯이-) 쫓기고 박해받는. 아직 이해받지 못한 어떤 가치...
기존 질서의 ‘정의’..의 화신 같은 왕실의 말 막시무스와 치열하게 치고박고- (대극의 갈등-) 도망치듯 쫓긴 끝에 결국 탑 위에까지 올라오고- (의식화-)
저 사정없이 후려패서 기절시키는 거랑. 옷장 속에 애써 쑤셔넣는 걸 길게 보여주는 데선... 어떤 억제와 억압..의 감각이 올락말락 한다.
but 그렇게 쑤셔넣어 가둔 (얼핏 부정적인. ‘탑을 부술지도’ 모를) 가치가 실은 그 안에 어떤 특별한 가능성- 왕관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붙잡아 구체화한 도둑놈의 도움으로. 기존 가치들로는 이뤄낼 수 없었던 어떤 틀에 박힘에서 벗어나고. 자기실현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라푼젤이 탑에서 떠나 대지로 내려오면서. 먹구름 낀 하늘처럼 우중충하게- 화려하고 아기자기하던 탑이 어둡게. 황량하게 버려지게 되고...
원전에서 라푼젤이 황량한 ‘황무지’에서 살아야 했듯. 이때부턴 어떤 고난과 역경. 투쟁. ‘통과의례’를 겪듯 대지를 ‘겪어내게’ 된다.
오리새끼 선술집- 그동안 쭉 악마화되어 온 온갖 ‘악당들’- 험상궂은 남자들의 ‘그리 다르지 않은’ 이면의 가치도 체험되고 의식화되어야 했고...
“It's part man-smell and the other part is really bad man-smell. I don't know why, but overall it smells like the colour brown- (갈색-)
모닥불에서 도둑놈의 불우한 (고아-) 과거 얘기 들으면서. 냅다 후려패던-_- 첫인상과 달리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저런 험상궂은 외모와 태도 뒤에 있는 순하고 감성적인 취미들- 험악한 외면 속에 ‘꿈꾸는 소년’이 살고 있다고- “There's a child behind it dreaming-”
사실 여기선.. 그림자를 ‘진짜로’ 겪어내기보단 공상의 연장 같은. 살짝 나이브한 거 아닌가-_-하는 느낌이 올락말락 하지만서도...
최소한 기존의 질서처럼 뒤쫓고 잡아 죽이고 사형에 처하려 들던... 일면이 겪어질 틈조차 없이 칼을 맞대던 적대적인 관계보단 더 낫겠다 싶기는 하다.
(동화 애니메이션이니 걍 감안해야...) (현실 같았으면... 저 한 씬짜리 그림자의 통합에만 영화 거의 반 이상을 할당해야 될 거다-)
(저 마녀 놀란 표정만 보더라도- 라푼젤이 저러고 노는 게 되게 의외였겠지-) (기존 입장에서 저런 측면은 그 두 형제...처럼 구현되는 거고...)


도둑놈을 추적해오는 왕국 군인과. 라푼젤을 추적해오는 어둠의 모성의 추격을 (양면으로. but 사실 같은 것으로서-) 받게 된다.
(죽음의 지하통로와. 바위사막과. 홍수와 물에 잠김 등-) (뒤쫓는 어머니와 그 수하들- 살벌한 단검. 검은 망토. 그림자 속에 숨듯. 어둠 속에 암약하듯-)
애초에 이런 추적으로부터 완전히 달아나는 건 불가능하고. 언제든 어떻게든 붙잡히고. 직면당하고. 어떤 종류의 해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 도시에서의 축제- 등불- 멀리 저 마녀의 손아귀 안에서 어둠 속에 머무르던 빛-인식이. 거의 의식의 영역에까지 가까이 닿은 감각일 수도 있고-


기존 중심가치에 의해 이해받지 못하고 억눌리고 ‘되삼켜질’ 위기에 있던 라푼젤이. 끊임없이 유발되는 죄책감과 의혹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야 했고-
‘왕국의 룰에 대항해’ 라푼젤의 구원을 도운 건. 결국 쭉 왕국에 추적당하고 잡혀 죽일 듯 적대시되던 플린 라이더와 오리새끼들이고-
(라푼젤이 막시무스를 길들이는 것도 뭔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플린 라이더는 싸우거나 쫓기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
그 여정을 통해서. 내면에 가라앉아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막연히 팟- 하기만 하던) 태양의 형상을 (재)의식화하게 되고-
더 이상 ‘중얼대지’ 않고. 뚜렷하게 의식된 자기의식을 갖고. 마녀-어머니의 이상화된 상을 벗어내고. 정면으로 맞서서 단호하게 NO를 외치게 된다.
결국 의식의 태도가 변화해야 되는 거고... 스스로를 알아야 되고. 더 많은 자연스런 흐름과의 (현실과의) 통합이 필요하고...
그건 아예 쌩으로 새로 짜낼 낯선 가치가 아니라. 이미 자연발생해서 어렴풋이 의식화되었다가 (억압이든 뭐든) 가라앉은. 도로 찾아와야 되는 가치다.


무의식이 쥐고 있는 의식화의 싹을 찾아내 현실화- 의식화함에 따라. 관련된 상들이 재배열되고. 일종의 (죽음을 통한-) 변환을 맞게 된다.
플린 라이더도 찔려 죽고 유진 피츠허버트로 거듭나야 했고- (동화적 인물과의 모방적인 동일시에서 인간적인 정체성으로-)
딸을 지배하던 ‘영원히 젊던’ 엄마도. 그 마성적인 ‘사로잡는’ 힘을 잃고 늙은 채로 탑에서 떨어져 죽어야 했고-
라푼젤의 ‘금빛’ 머리카락도 평범한 ‘갈색’ 단발로 가차없이 잘려지고- 붕 뜬 공상으로부터 더욱 현실적인. 인간적인 감정의 힘으로 변환해야 됐다.

어찌 보면 저런 공상들의 유치한 (부정적인. 붕 뜬-) 면을 잘라내고 그 현실적인 가치를 살려서 통합하는 느낌일 수도 있고...
결국 붕 떠가 황금빛 머리카락처럼 구구절절 공상을 펼치고 ‘머리로 살고’ 자아인식 바깥의 세계에 부정적인 상상력을 펼치고 주저하기보다...
나가고. 경험하고. 꿈(=매혹. 리비도의 흐름-)을 쫓고 직접 현실로서 체험하고 살아내고-
공상의 붕 뜬. ‘유치한’ 면모를 잘라내되 동시에 그 현실적인 가치를 소화하고. 눈물을 흘리야 된다는... 뭐시기... (의식적 가치에 통합된 감정의 가치-)


“The kingdom rejoiced, for their lost princess had returned.” ”She was a princess worth waiting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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