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심리학적 민담해석이 내가 감상문 쓰던 거나 꿈 보는 거랑 일맥상통한단 걸 느끼고.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도서관에서 빌려보다.
‘이 책은 융 심리학적으로 민담을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 도서 중 하나이다.’ (폰 프란츠 추천사- 서문부터 기대를 갖게 만드네-)
‘비르크호이저 여사는 모성상을 탐구하면서 이 책에서 무의식에 관하여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미지를 풀어놓았다.’
요 책이 결국 다양하게 ‘의식의 어머니처럼 작용하는 무의식’, 모성 원형과 모성 콤플렉스를 다루고 있다는 거...
이런저런 면모들로 챕터를 나눠놨지만 결국엔 다 같은 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모든 챕터가 다 연결되어 있고. 내용상 다 한 뭉태기로 얽혀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꽤 전문적이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어느 정도 융 심리학적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심리적인 흐름으로 가다 보니. 어케 보면 글 흐름이 ‘논리적으로’ ‘정합적으로’ 봤을 때는 훌쩍 뛰는 비약...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사실 몇 년 전의 나였더라면 아마 이런 거 못 읽었을 거 같다.-_-...)
내가 융심리학을 겉핥기로 파서 어느 정도 익숙한 것도 있고. 보면 민담들과 (내) 꿈 속의 이미지들이 상당히 닮아 있어갖고-
내 꿈에서 등장하던 이미지들과 감정들이 떠오르고 연결되니 대부분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요런 이미지들을 ‘그냥 캐릭터일 뿐’ ‘플롯일 뿐’으로만 보고 ‘감정적인’ 정신 현상으로 못 느끼는 사람이 보면 이런 게 아마 뇌리에 잘 안 들어오지 싶다.


내 어려서부터의 남의 ‘어두운’ 측면에 유독 촉이 서는 직관 같은 게. 제대로 다뤄내기 전까진 되게 ‘악마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걸... 새삼-_- 되새기다.


끊임없이 인간을 자연-본성으로 끌어당기는. 자아의 입장에 따라 양면성을 띠는 모성...
저항하지 못하는 자아에게 잠과 침잠과 독毒을 주거나. ‘자신의 입장을 잘못 설정한’ ‘붕 뜬’ 자아를 추적하고 가두고 죽이는. ‘변환’을 유도하는 모성...


의식 너머의 어스름한 무언가- 모성원형-무의식에 ‘사로잡혀’ 본능과 충동에 쩔어있는 삶은 어둡고 의미없는 삶이라는 경고를 반복해서 전하고...
집단적 무의식과의 동일시에서 벗어나. 의식의 가치를 세우고. 개인적인 삶을 살아내는 것의 가치를 거듭해서 강조하고...
모성의 어둠으로 하강해서. 모성의 감옥에서 모성이 부과하는 과업에 충실하게 봉사하고. ‘모성의 불’을 극복하고. 용의 보물을 찾아 빛으로 되돌아오는...
(지혜. 무의식적 인식. ‘자연-모성의 빛’... 원래 신들의 소유이지만 자아가 획득한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모성 콤플렉스의 (잠재적) 선물’인 의식과 무의식의 가치를 통합하는 능력... 그런 것들에 대한 얘기들을 이런저런 면모에서 반복해서 한다.


동물이라- 내 꿈에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동물은 흑표범인데... 어케 보면 내 흑표범이 더 의식화되고 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거...
생각해보면 한 번도 흑표범이 내 꿈에 부정적으로 등장한 적은 없다. 야성적이지만 비적대적인. 내가 긴장감을 갖고 조심스레 길들이는 느낌에 가까운...


(동물을 길들이고 불을 다스리듯... 무의식의 에너지에 휩쓸려가기보다 의식적인 통제와 타협과 길들임의 이슈를 어느정도 갖고 가야 된다...)


모성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지하의 ‘어둠의 모성’과 직면하고 자신의 아니마를 구출하는 극한의 과제가 일종의 ‘운명’처럼 부과된다는 거-
(유리산으로 간 민담 주인공과. 지하세계로 간 오르페우스와. 카다스를 찾아간 랜돌프 카터 등. 다 비슷한 느낌적인 느낌들...)
“네가 원해서 왔느냐, 원하지 않았는데 왔느냐?” “원해서 왔다고는 할 수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죽음이 고스란히 부활과 변환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 지하로 하강했다고 거기서 모두가 살아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
(나 요즘 이 죽음과 부활- 재생과 변환의 테마에 굉장히 꽂혀 있네...) (예수에 관심갖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있고...)


이 ‘운명적 힘의 모성’의 (피할 수 없는) 숙명성은... 내가 (보웬적인) 가족체계 팔 때에 이미 고스란히 느꼈었단 느낌이다.
내가 전 세대들의 문제를(‘악마’를-) 고스란히 물려받았고. 관점에 따라서는 내가 우리 가족에 ‘새로운 가치를 가져올’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는 거...
(보웬에서 보던 의미가 융에서 더 확장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인 가족들로 나타나지만 그저 개인들로 환원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내가 가족문제나 꿈 파면서 멘탈 갈아넣던 게. 민담에서 무성한 숲을 베어내고 쪼개고 분류하고 태우는 뭐시기랑 고스란히 연상이 닿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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