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유명한 책인데. 내가 이 캠벨 책을 여태까진 왠지 안 봐도 이미 본 듯한-_- 뻔할 거 같은 인상이라 굳이 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다가...
저번 별자리 운운 책에서 언급됐던 것도 있고... (염소자리capricorn- 아버지와의 화해- 속죄atonement-)
지금의 나한테 어떤 변환의 상징... 말하자면 영웅의 상징이 필요하다는 직접적인 뭔가를 보고 나서 바로 떠올라서 찾아보다.
영웅신화의 도식화니 정리니 운운은 1도 관심없고. 결국 내가 필요로 하는 상징을 찾을려는 건데...
뭔가 너무 유명하게. 뻔하게 인용되던 책이라 오히려 걱정되던-_-거랑은 달리 되게 읽길 잘 했단 느낌이다. 내가 얻고 싶었던 거는 얼추 얻은 듯...


꿈과 신화가 같은 근원에서 나왔지만. 꿈과 달리 신화는 그저 무의식의 표현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고찰되고 통제되고 전승된 어떤 고도의 체계라고...
“신화의 주요 기능은, 과거에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끊임없는 환상에 대응하여 인간의 정신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상징을 공급하는 것이다.”
단순히 무의식의 날것의 흐름을 보여주는 투사가 아니라. 무의식 내용의 암암리의 통제 수단이란 거지- discipline-
심층심리학자와 비교종교학자 사이에 관심이 어디서 겹치고 어디서 갈리는지 알만한 느낌이다. (나중에 엘리아데 운운도 볼지도 모르겠다...)


특히 영웅신화가 자아의 발달. 삶의 패턴의 변화. 기존의 낡은 틀을 깨부수는 새로운 의식의 확장(성장과 변환-)과 관련되어 있다는 거...
일종의 통과의례rite of passage처럼. 기존의 삶의 패턴과의 단절-버림받음과. 혼돈으로의 침잠과. 그 속에서 새로운 인식을 얻고 거듭나 귀환하는 거-
그런 (내적인) 변환의 (혼란스런-) 과정을 인도하는. 수백수천년간 고찰되고 이어져온 ‘축적된 진리’로서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고...


...솔까 이런 류의 심리학은 백날 ‘교양’으로 읽어봤자.. 경험적이지 않으면 1도 의미없다.
어떤 내면의 결핍과 변화의 소명...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영웅신화의 도식화니 단계니 작법이니 꼬치꼬치 분석할라고 읽어봤자 시간낭비지...
(내가 옛날에 만가지 행동 처음 읽고 이해한 척하던 것처럼-) (그러고 보니 내가 요즘 종교랑 신화를 엄청 파고 있네...)
문득... 이걸 쓴 캠벨이. 후반부 신과의 합일 운운까지 다 체험적으로 깨달아서 쓸 수 있는 건가-_-?가 궁금하네. 그쯤 가면 거의 현자 수준 아닌가-


애초에 영웅은 ‘영웅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소명을 받았기 때문에’ 영웅이고. 영웅의 행적을 막연히 동경하고 따라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징의 결핍. 방향 감각 상실의 비극...과 상관없는. ‘소명’이 없는 사람이 굳이 억지로 낯선 고뇌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을 필요가 없고...
무의식과 어둠의 위험성에 대해 자각없이. 가볍게. 오만하게 함부로 기웃거리다가 삼켜지고 불태워지고 파멸하는 경우는 민담 책에서도 나왔었고...
but 소명이 떠오르면. ‘더 이상 순진한 평화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면. 싫어도 강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거...


영웅의 소명을 받아들이고. 혼돈에서 새로운 인식을 획득하고. 내가 나 자신의 폭군임을 깨닫고. 십자가에 매달리고. 새로운 왕이 되어야 되는데...
영웅이 이런 소명과 전조들을 알아채지 못하고 거부하다가 역병과 황폐..를 맞이하는 경우가. 오히려 영웅..보다도 흔하다는 거...
어케 보면 이 새로운 인식 자체가 핵심이기에.. 상대적으로 그 뒤에 폭군을 몰아내고 운운은 걍 툭 치면 쓰러지듯. 되게 간단한 일처럼 보이듯...


낯선 영역을 지키는 ‘관문의 수호자’인 ‘극도로 이성적인’. ‘상식적인’. ‘인습적인’ 정령이. ‘대립물의 일치’로 종복당해야만 길이 열린다는 거...
암만 기존 의식에서 ‘마땅히 그래야 하는’ 영웅을 바래봤자. 원하는 모습대로 오지 않은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 유대인의 전철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신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신을 그저 괴물로만 본다. 따라서 그들은 신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일단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무정형의, 유동적이고 모호한, 혼돈의 꿈의 세계... 영웅은 이곳에서 거듭되는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


테세우스를 도와준 뒤에 버림받은 아리아드네가 (뜬금없이-) 디오니소스의 아내가 되었다는 건...
테세우스가 일회적으로 도움받은 ‘미궁을 빠져나오게 해주는’ 내적인 힘을 디오니소스는 영구적으로 갖추었단 (통합했단-) 뉘앙스로 다가온다...


‘어머니상의 파괴자, 즉 천생연분의 신부’...


할례의식이 아티스 제의처럼. 성인식의 과정에서 소년의 모성애착적인 리비도의 ‘자발적인 희생’을 (유년기와의 단절을-) 암시하고 있다는 거...


아버지와의 화해라고 하지만. 실제의 아버지와 헷갈리지 않게.. 더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상. 부성원형과의 화해일 거고...
염소자리스런. ‘토성적인’ 길을 걷고. 유아적인 리비도를 떨쳐내고. 올바른 인식과 입문의 은혜를 입고. 아버지와 내가 사실은 하나임을 인식하는 것-
더 궁극적으로는. 어머니의 어둠과 아버지의 빛이 궁극적으로는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 것...


창세신화는 물리적인 실제 세계라기보다 어떤 주관적인 세계의 탄생... 결국 의식의 탄생. 더 나아가면 새로운 인식의 탄생에 대한 얘기고....
“이러한 창조 신화는 아득한 옛날 일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현재 및 개인의 근본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보면서 갑분 주절주절스레... 우주발생적 순환 주기 얘기를 뭐 이렇게 길게 구구절절 하나 했는데...
나중에 영웅의 업적이 결코 완성이 아니며 다시 갱신돼야 한다는 얘기로 이어지는 거 보고. 아하- 오히려 더 강조돼도 모자람이 없단 느낌이다...
새로운 신도 결코 ‘영원한’ 정신일 수 없고. 언젠가는 결국 낡아버릴 거고. 다시 헤롯 혹은 크로노스 짓을 하게 될 거라는 거... (순환...)
“시간의 순간순간이 이전의 순간순간의 족쇄에서 해방되듯이, 이 괴룡이자 압제자는 구세주가 속한 세대의 바로 전 세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상(stasis quo)이라는 괴물... 어제의 영웅은, 오늘 ‘스스로’를 십자가에 매달지 않으면 내일의 폭군이 된다.”
“폭군인 아버지를 제거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는 구세주적 인물... 아들은 아버지를 시해하지만,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다.”


“너의 적이 태어났다. 네가 죽을 것임에 분명하다.” (폭군이 되어버린 기존 질서를 무너뜨릴 신성한 아이divine child의 탄생-)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나는 아들이 그 아버지와 맞서고,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서로 맞서게 하려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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