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 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 고통과 치유의 상징을 찾아서 (한길사) 中 내림굿거리 사례1 p.136-p.147 발췌.


-최초의 신내림-


 입무 후보자에게 여러 벌의 무복을 겹쳐 입힌다. 입무 후보자는 오른손에 방울을, 왼손에 부채를 들고 제금, 장구에 맞춰 춤을 춘다.

 남법사와 여법사가 마당에 나가서 동서남북에 재배한다. 거기서 신을 받아오라고 권해 박 씨는 밖으로 나간다. 마당에서 하늘로 양손을 올리고 신내림을 기원한다. 신어머니는 옆에서 징을 계속 쳐준다. 굿청에서는 계속 장구와 제금으로 무악(巫樂)을 울린다. 입무 후보자는 마당에서 신명을 돋우고는 격렬하게 춤을 춘다. 그런 다음 천천히 방으로 들어오더니 맹렬한 무악에 맞춰 다시 격렬하게 춤을 춘다. 함께 나온 옆집 아낙네는 며칠 전만 해도 서지도 못했다고 신기해한다. 계속 격렬하게 춤추고 뛴다. 춤추다가 언월도와 삼지창을 집어 들고 시위하듯 휘젓는다. 칼을 목에 갖다대고 통돼지를 쳐다보며 시위하는 흉내를 내며 춤을 춘다. 이윽고 입무 후보자의 춤이 멈추자 무악도 그친다.

 주무: “가만히 보시오. 장군이 들어오셨어.”

 다시 징, 제금, 장구의 격렬한 무악에 맞춰 입무 후보자가 춤을 춘다. 15분이 지났다. 신명이 내린 듯 홀린 듯 맹렬히 춤을 춘다. 입무 후보자의 춤이 멈추자 무악도 따라 멈춘다.

 무당들이 누가 오셨는지 말씀하라고 거듭 묻자 입무 후보자는 숨이 찬 듯 몰아쉬며 선뜻 대답을 못하다가 갸냘프고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입무 후보자: “내가 대신할머니야.” (숨을 헐떡이며) “내가 말문 주고 글문 주고...”

 주무: “옳습니다.”

 주위: “네, 옳습니다.”

 신모: (확인해주듯) “○○하는 대신할머니.”

 다시 격렬히 무악에 맞춰 춤추다가 멈추고 팔도명산 보살령님이라고 댄다. 또 춤추고는 천하장군, 일월도사까지 그럭저럭 댄다. 신모가 계속 누가 들어오셨는지 묻자 조상불사, 삼천명기도사, 삼천명기 바우할머니, 최일 장군 등으로 신의 이름을 대는데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신명이 감소한다. 때로 신모가 재촉하듯이 입무 후보자에게 누가 오셨는가 물으면 “그렇게 다그치면 누가 왔는지 잊어버린다”며 다급하게 말을 막기도 한다. 그 뒤에 “누구시오?” 하고 물으면 약수보살, 호구별상 동자마마 등 신의 이름들을 자신 없게 호명한다. 감소된 신명을 돋우려는지 밖으로 나가서 마당을 건너 산 쪽으로 올라간다. 그곳에는 바위에 산신령상 등이 놓여 있고 어두컴컴하다. 남법사가 징을 들고 마구 쳐대며 따라가고 신모도 따라간다. 박 씨는 방울을 흔들면서 계단을 올라간다. 징의 반주가 따라간다. 굿청 안에 남은 무당과 여법사는 계속 무악을 울린다.


-신명의 감소 및 좌절-


 굿당 뒤편의 산신각을 찾아서 산신령상에게 절을 한다. 남법사는 계속 징을 쳐댄다. 입무 후보자는 산신령상에게 이배, 삼배, 사배, 오배하고 제자리에서 도무한다. 양손을 들고 원을 그리며 돈다. 다시 제자리에서 뛴다.

 신모, 남법사: “누구 오셨어요?”

 입무 후보자: “삼천명기도사.”

 (입무 후보자는 다시 도무하다 멈춘다.)

 신모, 남법사: (재촉하듯이) “명호를 딱딱 붙여주세요... 제자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입무 후보자: (풀이 죽어서) “나도 누군지 모르겠네...”

 신모: “누군지 잘 모르는 게 어디 있어요?”

 (신명이 빠져버린 입무 후보자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대답해 어색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는데, 남법사는 신명을 돋우려는 듯 징을 마구 쳐댄다.)

 입무 후보자는 불안한지 자기의 대답이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고 확인해달라고 자꾸 부탁한다. 이에 대해 신모는 나오는 대로 말하라고만 한다. 신명이 완전히 빠져버린 입무 후보자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산신각 밖으로 나간다. 신모와 남법사는 그 뒤를 따라가서 “여기가 어딘가”, “누구를 모셨는가” 하고 묻는다.

 입무 후보자: (불안하게) “최일 장군 아니야?”

 신모: (냉정하게) “잘못 보셨어요... 다시 봐야겠어요. 다시 봐야겠어요... 신령도 아니고 개막대기도 아니야. 다시 봐야 돼요...”

 (이때는 산신령상 앞에 있었는데 입무자가 최일 장군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남법사: (꾸짖듯이) “누구보고 물어요? 누구보고...”

 신모: (꾸짖듯이) “내가 누구다 호령을 해야지 누구보고 물어보는 것 아니에요.”

 입무 후보자는 말이 없고 남법사는 신명을 돋우려는 듯 징을 치며 독경을 한다.

 입무 후보자는 산신각 안에 들어가서 절을 하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도무를 시작한다.

 입무 후보자: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여긴 산신님 아니야?”

 신모: “맞습니다.”

 그러더니 밖으로 나간다. 징도 멈추고 입무 후보자는 신령이 빠져버렸다. 산신각을 내려가 굿청으로 간다. 남법사가 징을 치기 시작한다. 굿청으로 가면서 입무 후보자는 방울을 흔들기 시작하고 신명을 좀 느끼는 듯하다. 그러다가 굿청 안에 들어가서 도무를 시작한다. 무복을 다 벗어버리고 계속 뛴다. 두 팔을 치켜들고 원을 그리며 돈다. 다시 제자리에서 도무한다. 오방신장기 중 오른손에 청홍 백기를 왼손에 다른 색의 기들을 들고 도무하다가 양손을 뒤로 해서 섞은 다음에 뛴다. 하나를 뒤에서 뽑는데 노란색 깃발이 잡혔다. 다시 기들을 등 뒤에서 섞는다. 그중 하나를 뽑는다. 청색기가 뽑히자 버리고 그 자리에서 뛴다. 다시 절을 한다. 남편을 부른다. 그리고 쉰다. 대화가 시작된다. 입무 후보자는 신명이 사라지자 풀이 죽어 있고 좌중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신모는 “다시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이판사판이라는 각오로 하라”고 냉정하게 농담한다. 그래도 지난번에 비해 말을 했으니 낫다는 지적도 한다.


-좌절 및 울음-


 입무자는 신을 받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고 서러운 듯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한다.

 남법사는 말한다. “제자님, 실컷 울어. 엉엉 울어.” 신모도 말한다. “울어야지. 울면서 들어오는 사람, 뛰어서 들어오는 사람, 별별 가지야. 울고 싶을 거야.”

 입무 후보자는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말문 열게...” 하며 운다. 울면서 창(唱)을 하듯이 자기 처지를 한탄한다.

 입무 후보자: “...아버지 가실 때에... 아이고... 불쌍해라... 아이고 불쌍하지... 스물두 살부터 오늘날까지 갖은 풍파 겪고... 갖은 고생하고... 엉엉... (흐느끼며) 삼우제 적에는... 응... 어떻게 살았나? ...아빠도 몰라... 아는 건 알고 모르는 것은 몰라요... 엉엉...”

 남법사: “누가 오셨어? 누가 오셔셔 울리는 거야?”

 입무 후보자: “...아이고 아버지... 우리 아버지... 아버지 얼굴도 몰라요... 나 하나 살려놓고... 북망산천 왜 가는가? 아버지... 나 좀 도와주세요... 응, 응... 천하에 원도 많고 한도 많은 사람...”

 입무 후보자는 구슬피 울며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고 한탄한다.


-다시 신이 내림-


 입무 후보자는 울다가 갑자기 입무 후보자라는 현실로 돌아온 듯 스스로를 꾸짖지만, 다시 슬픔에 잠기다가 신내림 상태에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입무 후보자: (큰 소리로) “야! ... (방바닥을 치며) 울지 마... 내가 도와줄 텐데 왜 우니? 너 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스스로를 꾸짖는다.)

 무당들: (고개 끄덕이며) “그럼요...”

 남법사: “아버지가 무슨 명호로 오셨어요?”

 입무 후보자: “일월도사.”

 남법사: “일월도사? ...아버지가 일월도사로 오셨구만요... 빌어줘야죠... 자손이 불쌍했어요?”

 입무 후보자: (아버지의 신이 내린 듯) “우리 막내딸 내가 도와줄 거에요...”

 입무 후보자: (다시 흐느끼며) “나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아플 때나 서러울 때나 괴로울 때나 아버지 생각만 하면 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엄마는 정이 없어. 내가 다달이 엄마한테 가도 정 소리도 못 듣고 맨날 욕만 얻어먹고 와요... 그래도 부모라고 찾아가는데... 아이고, 아버지... 내가 아버지를 찾는데... 내가 왜 아버지 얼굴을 몰라?”

 (흐느끼며 창을 하다가 시아버지의 신이 내린 듯)

 입무 후보자: (스스로에게) “아가, 나도 왔어...”

 신모, 모두: “누구세요?”

 입무 후보자: “우리 시아버지.”

 신모: “그러면 들어오셨으면, 누구로 들어오셨어요?”

 입무 후보자: “아가, 내가 너를 얼마나 도와주고 아끼는데... 우리 아들이 너 속 많이 썩히지?”

 남법사: “시아버지는 뭘로 오셨어요?”

 입무 후보자: “신장님...”

 (그러자 신모가 입무 후보자에게 시험을 내린다.)


-시험-


 신모는 신장님이 오셨다면 자기 양손 중 어디에 분홍 꽃과 빨간 꽃이 들어 있는지 알아맞히라며 박 씨에게 시험을 내린다. 박 씨는 풀이 죽어 모르겠다고 대답하고는 자신 없이 회피한다. 신모는 집요하게 입무 후보자를 달래기도 하고, 틀리면 다시 온다며 위협을 하기도 한다. 제자 노릇하기가 수월한 줄 아느냐며 시험에 대한 입무 후보자의 대답을 재촉한다. 결국 입무 후보자는 내가 그걸 알아맞히면 발바닥에 흙을 안 묻히고 다닌다며 끝내 신모의 시험을 회피한다.


-다시 신내림 유도-


 주무: “한 번 더 뛰실까?”

 입무 후보자: “싫어... 힘들어...”

 입무 후보자가 끝내 신모의 시험을 회피하자 다시 도무시켜 신내림을 유도하려고 주무와 신모와 여법사는 입무 후보자에게 열두 거리 옷을 한꺼번에 입힌다. 입무 후보자는 거부하며 “뭘 알아야 하지. 망신 주려고 그래”라며 아예 포기하듯 대답한다. 그러나 주무와 남녀법사들은 “이게 요술바가지야, 입으면 술술 나온다” “이게 뭐 수월한 줄 알았어?”라며 입무 후보자에게 무복을 입힌다. 결국 입무 후보자는 “죽기 아니면 살기겠지”라며 무복을 다 입는다.

 새벽 2시 45분경, 서서히 무악이 울리자 입무 후보자는 도무한다. 점차 격렬해진다. 춤추면서 양손에 언월도와 삼지창을 들고 밖으로 나와 사방에 절을 한 후 굿청으로 들어간다. (옷을 벗고 잠시 쉰다.) 다시 신을 내리기 위해 12가지 무복을 차례로 입고 열심히 도무하다가 잠시 말문을 열 듯 쉬자 남법사가 “누구세요, 누가 오셨어요?” 하고 묻는다.


-신내림 성공-


 입무 후보자는 “최일 장군”이라고 답한다.

 제금과 장구가 울리고 입무 후보자는 자신이 생기는 듯한 어조로 천불산의 대신령님이 왔다고 한다. 다시 도무하다가 멈추고 “칠성님이 왔구나...” 한다. 격한 도무를 하고 나면 무당들은 계속 “누구세요, 누구신지 말씀하셔야 알지요?” 하고 다그친다. 입무 후보자는 대답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남편을 찾는다. 마당에 있던 남편이 걸어서 굿청 안에 들어온다. 남편은 여전히 무표정하고, 우두커니 손을 모으고 서 있다. 입무 후보자가 도무하다가 멈추자 무악도 따라 멈춘다. 남편을 향하여 불쌍하다고 말한다. “내가 누군지 알아, 대주야? 내가 말을 막 하더라도 이해해야 돼. 난 내 정신이 아니니까.” 양손에 쥔 연꽃 두 송이를 내밀고 남편에게 돈을 달라고 한다. 남편이 돈을 놓자 잘못 놓았으니 바로 놓으라고 꾸짖듯이 호령한다. 그러고는 조상으로서 그럴싸한 공수를 남편에게 내린다.

 입무 후보자: (타이르듯) “재수를 열어줄게. 걱정하지 마라. 못 다 먹고 못 다 쓰게 시켜주고 쓴 자리 다 메꿔주마. 네 삼 남매 자손, 옷가지 잘아도 숲속같이 키워주고, 인삼 녹용 먹었더냐 불로초를 먹었더냐 건강하게 해주마.“

 신모: “예, 아주 영험하시네요.“

 입무 후보자: “손주 같은 지암석도 다 걷어주고 받들어주마. 천리도 굽어주고 만리도 굽어주고. 다 산 처맹기도사님, 바우 할머님, 유황 불도사님, 나 알아. 옛날에 셈자를 못해 우리 시아버지가 도와준 거 다 알아.“

 (꽃을 손에 든다. 하얀 꽃과 빨간 꽃을 양손에 바꿔 쥔다.)

 입무 후보자는 무악에 맞춰 도무하다가 멈추고 도무하다가 멈추면서 자신 있게 일월도사, 신장군님, 산신님, 대감님, 호구별상 동자마마, 열두 장군 대신, 조상님 등 신의 이름을 댄다. 그러면서 무당들에게 명리를 주고 부귀를 준다고 공수를 내린다. 통돼지가 작다고 호통치고, 남편에게 자기를 이해해달라고 한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마마(천연두)를 앓다가 나으면서 ‘엄마’ ‘아부지’ ‘인내’ ‘업어달라’는 말을 했다는 내력을 얘기한다.

 입무 후보자는 조상이라며 노란 치마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춤을 춘다. 주위에서 벗으라고 해도 치마끈으로 묶는다. 남편이 돈을 주자 벗는다. 그러다가 다시 뒤집어쓴다. 주무와 남법사, 신모가 버릇없다고 꾸짖는 가벼운 실랑이도 있었다. 차비를 줘야 벗겠다고 하다 신모에게 야단을 맞고 벗는다.

 마지막 빨간 치마를 벗어 건네주고 나서 오방신장기를 들고 남편에게 간다. 남편에게 깃발을 뽑으라고 시킨다. 초록색 기가 나왔다. 파란 기가 나왔다. 흰색 깃발까지 뽑은 후 완전히 펄펄 뛴다. 좌중을 휘어잡고 오방신장기를 다 던지고 털썩 앉는다. 다 끝내고 앉아 물을 마신다. 주무와 신모와 남법사들은 입무 후보자에 대해 흐뭇해하고 똑 소리 난다고 칭찬한다. 주무는 입무 후보자가 자기를 따라잡겠다고 농담을 한다. 여법사가 치던 제금을 치겠다고 입무 후보자가 들자 제금을 빼앗겼다고 농담을 한다.


 주무가 입무 후보자에게 “이제는 낙인 찍혔으니까 불러야지” 하며 “나오면 미친 척하고 지껄여줘”라고 한다.

 입무 후보자: “아무거나 지껄여줘요?”

 주무: “오냐 그럼. 아, 지껄여주면 어떠냐?”

 입무 후보자: “틀리면 어떻게 해?”

 주무: “니 말마따나 다 그냥 말끝마다? 할아버지도 한마디에도 바라도 보고 그러는 거야.”



이부영 - 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 고통과 치유의 상징을 찾아서 (한길사) 中 내림굿거리 사례2 p.151-p.156 발췌.


-신내림 유도-


 오후 9시 50분, 입무 후보자 김 씨에게 무복을 입힌다. 김 씨는 바깥쪽을 쳐다보며 오른손에 부채를 들고 왼손에 방울을 들고 서 있다. 이때 무당들이 힘차게 제금과 장구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조무 2는 입무 후보자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조무 1은 입무 후보자의 몸집이 애기 같다고 한다. 주무가 무가를 시작한다. 김 씨는 그 자세로 바깥쪽을 보며 서 있는데 무악이 점점 커진다. 입무 후보자는 오른손을 부르르 떨기도 하고, 오싹오싹 진저리를 치기도 한다. 점차 그런 현상이 잦아진다. 방울을 부르르 떨기도 하고 부채를 살살 흔들기도 한다.

 9시 55분, (장구와 제금에 맞춰) 부채를 점점 크게 흔든다. 턱을 앞으로 들썩들썩하고, 입술도 움찍거리며 진저리를 친다.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며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주무가 얼굴을 보더니 항아리 위에 올라가자고 한다. 대주(남편)가 항아리를 붙들자 김 씨는 창호지를 덮은 항아리의 모서리에 올라선다. 김 씨는 거기에 올라서서 방울과 부채를 떨고 입을 계속 실룩거린다. 김 씨는 2~3분 후 항아리에서 내려와서도 여전히 괴로운 듯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김 씨가 방울을 든 손으로 가슴을 치며 “답답해”라고 하자 주무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고, 뛰고 싶으면 뛰고 그래요...”라고 한다. 입무 후보자는 눈을 감고 “어휴 답답해!”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김 씨는 부채를 마구 흔들면서 자지러질 듯한 몸짓에, 다리를 들썩이다가 방울로 가슴을 계속 치다가 도무하기 시작한다.

 10시, 주무는 입무 후보자에게 “누가 오셨어요? 말을 하세요”라고 말한다. 입무 후보자는 정신 나간 상태에서 눈을 감은 채 “어휴”라는 신음소리를 내며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침을 삼키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다. 입무 후보자는 방울을 든 손으로 가슴을 계속 친다. 눈을 감고 신음소리를 내며 답답한 듯 거친 동작을 반복하면서 춤을 춘다.

 춤을 잠시 멈추자 무악도 멈추면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진행된다.

 조무 1: “누가 오셨어요? 누가 이렇게 뛰셨는지 얘기해보세요, 누가 오셨어요?”

 입무 후보자: (괴로운 듯 울부짖는 표정으로) “아흐...”

 주무: “눌러놓고 덮어놔서 그래. 누구세요? 누가 그렇게 답답해요? 얘기하세요.”

 입무 후보자: “아흐...”

 주무: “입으로 얘기해야 덜 답답해요...”

 입무 후보자: (괴로운 표정으로 신음한다.) “아흐...”

 주무: “말을 해야 덜 답답해요. 얘기해요. 입으로. 그래야 안 답답하다고...”

 (입무 후보자는 춤을 계속 춘다.)

 주무: “말을 해야 안 답답하다고. 그전에는 다 눌러놓고 덮어놓고 지르고 그랬는데, 오늘은 맺힌 맘 푸시고 말루다 술술 얘기해줘요. 그래야 안 답답하지. 불사할머니인가? 산신님인가? 누군가 얘기해주세요. 불쌍하잖아요. 신딸이 저렇게 고생하는데, 오늘 좀 말로 술술 해 주세요... 예? 부처님이 오셔서 그런다고... 그럼... 오늘 얘기를 다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다 잊혀져버린다고... 얘기해주세요... 누구신가?”

 (김 씨는 여전히 눈을 감고 듣기도 싫다는 듯, 짜증스럽고 괴롭고 울부짖는 듯한 표정이다. 방울 든 손으로 가슴을 마구 문지른다. 두세 번 몸을 자지러지듯 떨다가 춤을 추고, 멈추었다가 다시 춘다.)

 주무: “누군가 얘기하세요.”

 입무 후보자: (신음) “아... 아...”

 조무 2: “누구세요?”

 입무 후보자: “아...”

 (심 씨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괴로운 듯 신음하다가 배가 아프다고 울부짖는다. 주무는 누구신가, 누가 그렇게 아프게 하느냐며 계속 묻는다. 김 씨는 말없이 춤만 춘다.)

 주무: “배가 아파요? 그럼 애기 낳다가 죽은 사람이 씌웠어요?”

 (주무가 베를 찢어서 입무 후보자 몸 위로 걸치며 베 가르기를 한다. 입무 후보자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무악에 맞춰 점점 더 격렬하게 춤을 춘다. 깨금발로 뛰기 시작하더니 넘어질 듯이 도무한다.)


-난폭한 공격 반응-


 입무 후보자는 깨금발로 도무하다가 멈추고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다 답답해, 다...”라고 소리친다. 주위에서 뭐라건 전혀 반응이 없다. 발작적으로 뛰다가 격하게 “놔... 놔!”라고 소리치며 쓰러져서 뒹군다. “아 허리야, 아 허리야!”라고 비명을 지르고 부채와 방울을 내던진다. 걷잡을 수 없이 울부짖는다. “아... 배야!” 계속 비명을 지른다. “안 해, 안 해... 안 해!” 옷도 다 벗어던지고 발광을 한다. 주무가 무복을 벗긴다. 무복을 다 벗기자 원래의 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그대로 누워서 울부짖는다. “아... 허리야, 아... 배야... 엉엉!” 주무가 뭐라고 진정시키려 하나 발광하듯 발로 차고 운다. 조무 2가 배를 만지고 허리를 만져주고 등을 두드려주지만 입무 후보자는 광란상태로 신경질을 내며 발작을 한다. 정신이 나간 듯하다. 입무 후보자는 내내 눈을 감고 있다.

 주무: (남편에게) “집에서도 배 아프다고 그래요?”

 (남편은 묵묵부답. 무관심해 보인다.)

 주무: “신을 이기지 못해. 부처님만 모셔놓고 해야 해요.”

 (입무 후보자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남편을 발악적으로 때리고 욕설하고 앙탈을 한다. 무당들이 진정시키려 해도 반발하고 심지어 남편을 발로 차기도 한다. 무당들이 입무 후보자의 발광에 대해 꾸짖지만 “냅둬, 내가 선생이다. 웃기고 있네... 시끄러워... 떠들어 싸?”라며 막무가내로 분노를 발산한다.

 조무 1: “아이고, 여러 가지네.”

 입무 후보자: “그래, 내 맘이다.”

 조무 1: “어허...”

 입무 후보자: “어허... 한 번 가만히 있으라면...”

 입무 후보자: (남편이 뭐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리자) “어허... 정말 웃기네...”

 조무 1: “체... 에이그.”

 입무 후보자: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대든다.) “뭐라고? 왜? 좀 뛰고 놀든가, 가만히 냅두든가?”

 조무 1: “그럼 더 춰. 더 춰봐...”

 입무 후보자: “뭐라고?”

 조무 1: “배 아프다고 그랬다, 왜?”

 입무 후보자: (사납게) “안 아파... 어디 갔어? 나에게 아주 어른처럼 행세하려고 해. (소리치며 명령한다) 불러와봐! 불러와봐!”

 입무 후보자는 다시 남편을 불러다 앉히고 “이리 와, 너 그럴래? 때려봐, 또 그럴래? 때려봐, 또 때려봐” 하며 대든다. 무당들이 타이르다가 꾸짖는다. “이건 뭐 아래위도 없어? 귀신이 진짜 씌었으면 그런 소리 안 해. 영(靈)한 소리 하지.” 입무 후보자는 여전히 눈을 감은 상태로 반발하며 자기 입을 제 손으로 때린다. 그러다가 결국 친구를 붙들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때는 조무의 타이름에 고개를 끄덕이며 순응한다.

 10시 35분.

 입무 후보자: “누가 알아? 말도 마, 말도 마, (울며) 이 속을 누가 알아? 잘해준다 그래도... 내가 남에게 말은 안 해도...”

 주무: “다 그런 거야...”

 입무 후보자: “뭐가 착해? 뭐가? 날 위해 뭐해?”

 (입무 후보자는 손으로 방바닥을 두드리며 화를 낸다. 여전히 눈은 감고 있다.)

 입무 후보자: “답답해, 나도 몰라, 나도 몰라... 아!” (앙탈)

 주무: “이겨야지.”

 입무 후보자: “답답해.” (눈을 감고 가만히 있다.)

 주무: “누가 이렇게 아프게 하니?”

 입무 후보자: “시아버지가.”

 (양손으로 가슴을 계속 쓸어내리며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제정신을 차림(부끄러워하며)-


 입무 후보자는 시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눈을 떴다. 제정신이 들었다.

 주무: “괜찮아?”

 입무 후보자: (고개를 끄덕인다. 부끄러워하는 듯하다.)

 조무 1: “시아버지가 약 먹고 돌아가셨어. 그래서 속이 녹는 것 같지. 진오귀를 해드려야 돼. 당신도 잘 돼. 이 사람도 사람 돼. 그 얘기 하니까 정신이 돌아왔어... 상업적인 게 아니야. 진오귀를 해줘야 돼.”

 주무: “먼저 아버지 진오귀 해드려. 올해 못 넘길 것 같으니...”

 10시 45분. 식사를 시작한다.

 11시. 식사가 끝나고 잠시 쉰다.

 오후 11시 5분. 불사거리로 시작하여 뒷전까지 다음날 오전 1시 30분에 모두 끝났다. 입무 후보자가 광란을 하고 무당 되기 어렵다는 것이 주무와 조무의 공수에서 이미 명백해져서 그 뒤 절차는 다소 활기가 없었다. 주무는 입무 후보자에게 무당 대신 부처님 모시는 보살이 되라는 공수를 주었다.



이부영 - 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 고통과 치유의 상징을 찾아서 (한길사) 中 내림굿거리 사례 고찰 p.157-p.170 발췌.


 신내림과 공수를 통한 말문 열기가 내림굿의 핵심인 점... 강신과 신탁의 주요과정은 한국무속의 보편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된다. ‘말문을 열어’ ‘공수’를 주는 과정... 무명천을 열어 ‘길을 여는 과정’...

 내림굿은 신병, 즉 입무의 병에 걸렸다고 간주되는 사람의 병귀를 내쫓고 신명을 받아들이는 치유 의식이다. 또한 세속의 평범한 사람을 원초적 치료자로 새로이 탄생시키는 창조적 변환에 목적을 두는 통과의례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민족의 이니시에이션과 같은 뜻을 지닌다.

 정서적 고양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질... 그 감정을 무속적 언어로 번역하고 표현하는 것, 즉 말문을 여는 것...

 내림굿 과정에서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첫째, 무자(巫者)들이 입무자에게 어떻게 해서든 감정적으로 고양되거나 변화된 상태를 유도하고자 한다는 것, 둘째, 그 상태에서 신의 이름을 대도록 하고 공수를 주게 하는, 즉 말문을 열게 한다는 것, 셋째, 신내림의 증거로 ‘알아맞히기’ 등을 통한 ‘신통력’ 등 범상치 않은 힘에 관한 시험이 있다는 것.

 신내림과 말문은 무당들에게는 “딱딱 부러지게 얘기해야” 하고 상황과 자세가 신격에 맞아야 한다. 즉 무신에 맞는 무복을 입어야 함은 물론 제단의 무신도(巫神圖)나 제물 등이 제각(祭閣)의 성격과 맞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내림굿이 지닌 고도의 규율과 엄격한 기준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흥분뿐 아니라 무신(巫神)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 지적 판단력과 주의력 그리고 기억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내림굿 전체에서 사례1의 좌절과 울음은 여러 가지로 중요한 측면이 있고 무당들도 그러한 감정표현을 마음껏 지원해주고 있다.

 시로코고로프(S.M. Shirokogoroff)는 샤먼이 제의 중에 엑스터시에 빠지면서도 참여자의 존재와 제의의 목적을 동시에 의식하고 유지하는 이중적 능력(doubling)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필드(M.J. Field)는 가나(Ghana)에서 관찰된 빙의된 사람의 특징은 “의식의 흐름을 두 가지 흐름의 병행으로 분리하는 데 있다”고 했다.

 한 민간치료사의 탄생은 끊임없이 신내림이 반복됨으로써 이미 고정화된 무신의 상들을 입무자의 의식변화 상태에 맞추어 연결하여 표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신내림의 주체인 무신(巫神)들의 기원은 아마도 융의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적 조건에서 나왔을 것이나, 무의식의 정신적 에너지를 가장 잘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집단적으로 규정된 무신상들이라기보다 입무자의 가장 개인적인 마음의 응어리, 그녀 자신의 고통의 역사에서 이루어진 콤플렉스였다. 입무자는 개인적으로 격정상태에 도달해 이를 표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무속세계의 전통적 규범에 따라 의사소통의 무속적 방식(말문 열기)에 적응하려는 노력 속에서 신모와의 실랑이를 거쳐 차츰 독립된 무당으로 주조되기 시작한다.

 신내림과 말문 열기는 단순한 감정의 고양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한국 샤머니즘 문화에서 규정한 일정한 격식에 맞추는 일이라는 사실... 내림굿은 마치 샤머니즘 이념과 의사소통의 독특한 방식에 입무자가 끊임없이 적응하도록 요청되는 과정처럼 보인다. 내림굿의 샤머니즘적 이념이란 신내림, 즉 강신과 말문 열기, 신의 호명과 신탁이 접신의 증거라는 믿음이다. 의사소통의 독특한 방식이란 입무자가 자아의식의 의도적·집중적 분할을 통해서 무의식의 복합적인 감정을 샤머니즘적 전통의 규격화된 신격들의 이름으로 언어화, 행동화함으로써 객관화하는 것이다.

 입무의 주재자들은 입무자들에게 단순한 고통의 푸념이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을 신격 이미지로 대변하도록 요구한다. 이 과정은 단순하고 무의식적인 투사를 촉진시키는 것이라기보다 입무자의 고도의 지적 능력, 샤머니즘의 기초지식과 상상력을 요구하는 일종의 ‘창조적’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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