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 Mother!

Posted 2018. 8. 2. 17:30,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오랫만에 영화나 볼까 하고... 여기저기서 얼핏 제목 들어본 거 같고. 유명한가? 싶어서 사전정보 없이 보다.
보는데... 남편 하는 짓부터. 여자 태도까지 너무 깝깝해서-_- 레알로 씨발씨발-_-+ 하면서 보다...
고구마 백 개 먹은 듯한 답답함- 뭔가 소심하고 자기주장 못 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답답이 스타일 여자가 꿀 법한 악몽 같기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침범과 소외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본인 의사와는 일절 상관없이 플로우에 휩쓸려가며 혼자만 고통받는 느낌...
남자새끼는 말만 사랑한다 어쩌고 번지르르하고 행동은 죄다 씹창인데- 여자는 매번 ‘스스로를 속여 가며’ 혼자 이해하고 어정쩡 넘어가고 삭이고...
어떤 무미건조한... 감정에 서툰... 억압. 분열. 감정의 소외가 엿보이네...
싫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화도 잘 못 내고. 단호한 소리도 못 하고 비웃기고 폄하받고 휘둘리기만 하면서도 억지로 미소지을라고 하는데...
그 기저. 무의식. 지하실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고. 화로에는 분노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손놈 손년 손새끼들도- 아주 작정한 것처럼- 하나같이 여자 속을 슬슬 긁어대는데- 여자는 뭐 제대로 단호하게 대처할 줄도 모르고...
말투 자체가. 단호하게 열불내고 빡 끊는 게 아니라- 상대한테 징징대듯 ‘부당함을 호소하고’ ‘지레 물러나길 바라는’ 그런 것밖에 할 줄 모르는 거 같다...
집 구석이 검게 말라비틀어질 듯- 환상과 함께 찾아오는 진통... 첨엔 걍 임신했다는 (부정적인) 암시... 정도로 봤는데...
보면 볼수록... 슬슬 긁히고 열불나고 속이 뒤틀리는데- 그걸 의식상에서 못 다뤄내니- 에둘러 표출되는 어떤 신체화 증상처럼 다가온다...


노란 가루는 뭐지- 진통제인가- 뭔가 마음의 고통을 회피하고 안 보려는 해리제인가- 집 칠할 때도 비슷한 노란 색으로 칠하더만...


이 손년은... 뭔가 여자의 그림자스런 면모로 다가온다... 일방적으로 침습당하고 휘둘리고- 거의 절절매다시피 하네...
무미건조한 여자에 비해 굉장히 동물적인 느낌... 관능적이고. 키스건 쎍쓰건 보든 말든 거리낌없고- 온갖 금기를 건드리는. 무례하고 이드적인...
주인공이 이입해서 ‘매달리는’ 집 꾸미기도 폄하해오고- “uh, you *really* love him.” “no, *obviously* he still loves you.”
부부사이 관계를 슬슬 찔러오고. 미묘한 불안을 심고. 암시를 걸어오고- 여자는 거기에 또 흔들리고- (죄다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으니까-)


이건 뭐 쉴새 없이 몰아치듯 뭔 일이 벌어진다.ㅋㅋ 헛웃음 나올 정도로- 아주 드라마틱하네-
바닥이 삭아 지하실로 흘러내리는 피... 피로 드러난 지하의 감춰진. ‘잊혀진’ 공간... 거기서 튀어나온 개구리(‘괴물’. ’생명’...) ‘불타기 쉬운’ 기름탱크-


“it's not my fault! they never really loved me. they always loved him more. they were leaving me behind. just tell me you understand-
they left you all alone? you do understand. ...good luck.”


남자랑 말하는 거 볼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있는데... 그러고선 나오는 말은 죄다 허울좋은 말들이고- (불일치-) 여자는 또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남편놈새끼가 믿을 인간이 못 된다는 암시가 거의 대부분의 대화에서 지속해서 감지되는데... 본인만 못 깨닫고 있고...


저딴 식으로 이중메세지 쩌는 인간이랑은 일부러라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명확히 하는’ 시비를. 싸움을 걸어야 된다...
여자가 자기 감정에 어둡고.. 남자가 은근슬쩍 긁어오는 거에 또 나쁜 사람은 되기 싫어서- 얕은 명분에 호구마냥 끌려다니니 끝까지 휘둘리는 거지...
(내가 이런 조작...적인 면모에 굉장히 민감하다.-_-)
Rosemary's Baby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데- (여자 입장에서의) 기본 정서가 거의 똑같지 않나...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없는 것마냥 하면서도... 기저에는 만연한 불편함과 불안감- 그 미묘한 불일치와 자기의혹- 가스라이팅마냥-


but... 온갖 침범과 깽판 어쩌고 하기 이전에... 여자가 남편과 집에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단. 집과 남편에 ‘갇혀 있단’ 느낌이 든다...
집과 ‘교감하는’ 느낌... 집을 굳이 직접 다 칠하고. 굳이 직접 다 꾸려나가고. ‘침범’으로부터 꾸역꾸역 ‘지키고’ 싶어하는 느낌...
왜 거기서 ‘당연한 듯’, ‘자발적으로’... 식모짓을 하고 ‘시키지도 않은’ 뒤치닥거리를 하고 앉아있냐...
애초에 자기 집이 아니라고, 남편 집이라고 생각하면... 뒷처리도 지가 안 하고 모르쇠할 거면... 인간들이 침범하든 말든 조까라 넘길 수도 있을 거고-
남편과 제대로 된 정서적인 분화를 이뤘다면... 저렇게 절절매고 끌려다니기 전에 제대로 경계선을 그었겠지...
남자새끼한테 저리 정서적으로 얽매여갖고- 걍 내려놓든가- 조까고 이혼이든 쿨하게 걍 떠나든가- 아니면 아주 그냥 불을 확 싸질러버려야지-


“...am i going to lose you?” (불안한 듯- 남자한테 심적으로 매여 있듯-)
“look at me! i'm about to have our baby. why is that not enough for you?!” (오열-) (남자한테서 기대를 거의 포기하듯-)
“what hurts me the most is that i wasn't enough.” (죽어가면서도...)


문득... 온갖 어처구니없는 뭐시기가 아니었더라도. 여자는 애초부터 무의식적으로.. 집을 불싸질러 버리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도 든다...
(억압된. 파묻힌. 소외된 분노가 간신히 표면으로 드러나기까지의 여정처럼...)


엔딩에 남자새끼 웃음이 열라 기분 더럽게 다가오고.-_- 두 번째 보니... 걍 처음부터... 남자새끼 낯짝 자체가 아주 꼴뵈기 싫어 죽겠다...-_-
예술가 예술가... ‘영감inspiration’ 씨발- 지 멘탈에 사로잡혀 지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저딴 예술가 좀 다 뒤졌으면-
모든 게 지 창작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되는 양- 예민해가 뜬구름 잡고 주변 괴롭히고 있는 척 폼은 다 잡으면서- 정작 현실은 외면하는 게 뭔 예술가라고...
남자의 저런 예술가 연에 anima-possessed스런 모습이 겹쳐보일락 말락...
이상주의적이고 이타주의적이고 지 혼자 무슨 잘난 성인군자 납셔갖고- 남 좋을 일은 다 하면서- 정작 자기 옆의 사람은 무슨 지 몸종마냥-
(아니무스의 부정적 측면...스런 연상도 얼핏 스치고-)


all i'm trying to do is bring life into this house! opened the door to new people, new ideas.
you think you can't breathe?! i'm the one who's suffocating here, while you pretend that nothing is wrong!

‘everything will be all right,’ ‘everything will be good,’ ‘you'll be fine,’...
you know what?! life doesn't always work out the way you want it to!”


영화 전반에서 남자새끼 궤변적인 태도에 속이 뒤틀릴 거 같으면서도... 왠지 이 순간 이 말만은 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집안에 생기가 없었다는 얘기네- 여자의 분열적인 태도와 맞물려볼 때.. 여자와의 생활 느낌이 어땠을지 얼추 짐작이 가기도 하고...)
“i want to make it paradise.” ‘천국’은 원형적인 이미지로 양면성을 내포한다... 진짜 좋은 것.. 혹은 ‘유아적인’ 분열. 퇴행. 회귀...
요런 식으로 보니... 취약한 자아경계와. 분열과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서의 무의식의 침습과. 결과적인 자아파탄...의 이미지와도 연상이 닿고...
(딱.. 블랙스완처럼-)
뭔가- 그만 안달하고- 침입과 침습에 좀 더 내려놓고- 타협하고- 좀 더 릴랙스하는 태도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락말락...


무튼... 여튼저튼 간에... 이건 뭐 욕을 빼면 깝깝해서 리뷰가 안 나올 것 같다...-_-;; 감독이 무슨 고구마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음.-_-)
(요즘엔 영화 볼 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구도..에 가장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거 같다...)
무슨 기독교적 뭐시기 알레고리 우화 어쩌고 하는데... 솔까... 대놓고 알레고리로 갈려는 이야기는 영화든 소설이든 (대개) 굉장히 하급이다.-_-
(문득.. 예전에 잭 런던 소설 중에 대놓고 유치한-_- 애들 동화 읽는 느낌이던 사회주의 우화 읽었던 게 생각나네...)


(더 깊게 생각하길 포기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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