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 Burning

Posted 2018. 8. 8. 20:17,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이것도 여기저기서 얘기 많이 들어서- 유명한 것 같아서 사전정보 없이 찾아보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하루키는 더 안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보게 되네.-_- (별로 안 보고 싶었던) 하루키 특유의 그 느낌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전형적인 ‘영원한 소년puer aeternus’, ‘아니마-사로잡힘anima-possession’, 상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그림자..에 대한 얘기 아닌가...
(앞부분 30분 정도만 봐도 걍 벌써 파국적인 결말이 눈 앞에 선한 느낌이다...-_-)


주인공은 문예창작과 나와갖고- 자리 못 잡고 알바 전전하며. 소설가가 꿈이라면서도 막상 글 한 편 못 써내는- 붕 뜬 면모가 있고...
가족이고 뭐고 온갖 깝깝한 상황들 한가운데 놓여진 채, 억압된 분노... 소외의 이미지... 니힐한, ‘살기 싫은’, 죽음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느낌이다...
(‘영원한 소년puer aeternus’의 부정적인, 무기력한 측면...) (내가 저런 부류를 살짝 동족혐오..처럼 싫어한다.-_-)


우연처럼 한순간에 훅- ‘휘감아오듯’ 남자의 삶에 들어온 여자... 바로 술 먹고... ‘경계를 허문’ 부탁을 해오고... 집에 들이고.. 쎍쓰까지...
여자 판토마임- 귤 먹는 시늉 하는 게 되게 동물적으로 다가온다- (devouring-)
여자는 본능과 관능성, 관계성의 화신이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위험하게 느껴진다. (얼핏 ‘이끌릴’, ‘홀릴’ 듯하면서도. 살짝 촉을 세우게 된다...)
침습해 오듯- 다가오는 모든 측면이, 굉장히 ‘마술적인’ (동시에 파괴적인) 느낌이 있다... (부정적인 아니마 그 자체...)
같은 동네 살던, ‘어린 시절로 이어진 친구’라는 것부터가 기본적인 회귀쪼의 뉘앙스가 있고.... (어릴 때 딱 *한* 번 말해본 사이라..-_-)
아프리카는 엄청 전형적인. 미개. 원시. 본능. 비문명화. 야성... (퇴행...) 이런 것들의 이미지고...
‘집시’같은, 마술적인 느낌... 감성 충만- 툭하면 눈물- 술. 만취. 노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싶다 운운... 온갖 공허한, 니힐한 정서가 한가득...
리틀 헝거 그레이트 헝거- 삶의 의미 운운 들으면서, 아 이건 위험하다-_-는 경계가 빡 선다... (주인공은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느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내가 키우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데, 내가 아프리카로 여행가는 동안 니가 밥 좀 줄 수 있어?”
“니가 우리 집에 와서.”
“왜냐면, 고양이는 사는 곳을 옮기면 안 되거든.”


“우리 보일이는 낯선 사람이 오면 어딘가에 숨어서 절대 안 나와. 자폐증이 좀 심해 갖고.”


보지도 않은 채 틀어놓은 TV- 혼밥- 청년실업- 고독- 밤중에 걸려오는, 매번 아무 말 없이 끊겨버리는 전화들- (온갖 소외의 이미지들...)
(무의식의 신호들... 베타 요소..들은 자꾸 올라오는데... 의미화되지 않은 채로. 응어리처럼 곳곳에 엉겨 있는 느낌...)
이틀만에 쎍쓰까지 나누고- (급진전-) 마치 ‘환상’처럼. 금방이라도 합일할 수 있을 것 같았을 텐데...
정작 남겨진 건 그녀의 텅 빈 방과.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고양이뿐이고... (고양이가 있다는 걸 ‘암시’로만 알 수 있는...)
빈 방에서 그녀를 떠올리며 자위... (아나마와의 합일욕구...) (어지간히 강하게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다...) (퇴행. 자궁회귀. 죽음본능...)


변호사가 아버지 돌려까며 고집- 또라이- 자존심- 어쩌고 하는데, 애초에 딱 보아하니 아들도 부전자전이구만.ㅋㅋ 더하면 더했지-


그 와중에... 기다림 끝에, 드디어 그녀와 단둘이 재회할 (합일화할) 기대를 ‘방해하듯’- 그녀와 함께 등장한 낯선 남자- (벤-)
‘졸부’에 콧수염- 껄렁하고 속물스런 투도 왠지 재수없고- ‘싸이코패스마냥’ 감성이 메마른- 바람둥이 양아치스런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들...
(순수하고 이상적인 ‘영원한 소년puer aeternus’의 상극 같은.. 그림자스런 느낌이 있지 않나...) (세속적인 ‘세넥스senex’-)
동시에, 부정적 아니마로의 합일... 퇴행적 회귀를 방해하는, 부성원형적 이미지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남자보다 나이도 많고. (‘형’-) 느긋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능글능글- 생활. 사교. 취향까지 모든 면에서 ‘우월하고’ 여유가 넘치는 느낌이다...
마치 대놓고 보라는 양- 굳이 불러내서- 둘이 시시덕대면서 스킨쉽 운운 하면서도- 여자는 계속 남자를 묘한 눈빛으로 보는데...
남자는 애초에 패션부터 교포 스딸- 계산부터 대접- 외제차까지 빡 주눅들어갖고... 배웅도 걍 둘이 가라고 ‘지레 물러나듯’ 보내주고... (ㅠㅠ)


윌리엄 포크너- 딱 떠오르는 건 음향과 분노인데... 옛날에- 도서관에서 읽을라고 폈다가 조금 훑어보곤 뭥미- 하고 접었던 (...) 기억이 있는데...
대충 남은 인상은... 이것도 엔간히 배배 꼬인 집안사- 깝깝한 상황에서 분노의 절규- 어쩌고 하는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어떤 무력감. 열등감과 더불어. (은연중에) 분노와 증오가 엉기면서... 온갖 부정적인 그림자 투사가 일어나는 듯...
‘감성적이고 섬세한’ 본인과 그녀와는 다르게. 벤에게 속물적이고. 세속적이고. 감정이 메마르고- 등등- 온갖 악마적인 면모를 덧씌우듯-
내겐 너무나 ‘소중하고’ ‘이상적인’ 그녀를 가볍게 대하는- 그럼에도 그녀와 결속된 그- (마치 엄마를 괴롭히는 아빠처럼-)


“(충고하듯- 미소 띠며-) 종수 씨는 너무 진지한 거 같애. 진지하면 재미없어요. 즐겨야지.”
“여기서, (심장에 손 대며-) 베이스를 느껴야 돼요. 뼛속에서부터 그게 좀 울려 줘야, 그게 살아 있는 거지.”


대마초는... 뭔가... 애들 꿈에 등장하는 담배처럼- 어떤 ‘더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어린아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엄마가 떠난 것도 다 아빠 때문이고. (본인에겐 소중한) 엄마의 옷을 강제로- 직접 태우게 시킨 것도 아빠였고... (꿈에 나올 정도로 트라우마...)
그런 아빠의 모습이... 여자와의 결속을 방해하고. ‘쓸모없는’ 비닐하우스를 태워버린다는 벤과 겹쳐보이는 느낌이다...
여자 만나고부터 밤마다 걸려오던 대답없는 전화가... 하필 엄마에게서 온 전화와 겹친다는 것도- (아니마의 모성결합을 암시하는 듯한...)
결속... (아련한. 회귀적인. 특별한) 연결고리로서의 우물의 존재를 굳이- 어머니로부터 확신받는 것도 그렇고...


여자한테 단단히 ‘사로잡힌’ 듯... (anima-possessed-) 여자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야... 비로소 그 상실을 원동력으로 글을 써내기 시작한다...
but. 딱 하루키 소설처럼... 잃어버린. 텅 비어버린 것마냥- 상실을 제대로 다뤄내는 느낌이 아니다... (‘사로잡힌’ 채로의 대상상실-)
무력한, 초라한 (‘권위를 잃은’-) 아버지가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걸 지켜보고...
‘해미하고 같이 보자고’ 벤을 불러내서- ‘아버지의’ 칼로 찔러 죽이고- 차째로 불태워버리는 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극복 실패를 암시하는 느낌이다...
부정적인 아니마에 집어삼켜지듯- 부성원형에 적대하고- 퇴행쪼의 (상징적인) 근친- 죽음본능에 투항하는 듯한 느낌이다...
별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해서 특별히 정신차린 것 같지도 않고... 정신적으로도... 이 남자의 미래가 썩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_-


(아마 어릴 때 같았으면... 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를 보고 완전 다른 감성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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