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Posted 2018. 1. 13. 23:52,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게임 스타바운드 하면서 (커스텀) 우주선 짓다가. (잘 지어보겠다는 의욕에 비해) 구체적인 이미지가 생각처럼 잘 안 떠올라서 골골하다가...
결국.. 내가 집은 알아도 우주선에 대해서는 감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ㅠ 적극적으로 레퍼런스를 찾아 돌아다니다.
일단 번지르르한. 미래적인. 깔끔한 느낌의 거대 우주선 나오는 (나올 것 같은) 영화들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올라서 첫번째로 받아본 영화다.
일단 시각적으로는 보길 잘 한 것 같다. 우주선+이것저것 스샷만 한 백 장은 찍은 것 같다.ㅋㅋ
but... 사실 우주선 아니었으면 내가 굳이 이 영화를 찾아봤을까 싶다.-_- 확실히 난 과학덕후 쪽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분류상 (나름) 공대 출신에다. 중력이니 시간이니 상대성이니 하는 개념들이 낯설지 않게 다가옴에도. 뭔가... 그런 쪽으로는 so what?스런 느낌이다.


--this world is never enough for you, was it, coop?
what, because heading out there is what i feel like i was born to do? and it excites me? nah, that doesn't make it wrong.
--it might. don't trust the right thing done for the wrong reason. the why of the thing, that's the foundation.
...and the foundation's solid.


개인적으로는 솔까 플랜B가 뭔 그리 대단하고 숭고한 계획인가 싶다. 여기 사람들 다 죽더라도 인류라는 종을 존속시키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인류를 죽어가는 노인으로 비유할 때.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쩌고 하는. 그런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중세 유럽이나 조선시대 양반들이 ‘가문의 대가 끊기는 걸 막으려’ 첩을 들이고 꼼수를 쓰고 아둥바둥하는.. 그런 느낌과도 연상이 겹친다.
뭐랄까. ‘인간’은 없어지고 ‘인류’만 남은 느낌이랄까... 뭣이 중헌지 모르는. 주객전도스런.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기 딴엔 인류를 구하는 ‘숭고한’ 명분이랍시고 쌩판 거짓말을 쳐발라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사람들을 내몬 셈이니. 더더욱 좋게 안 보인다.


23년간 밀린 송신들을 받아보는 장면에서 같이 울었다.ㅠ 아...


브랜드 박사가 (옛 연인이 간) 에드문드 행성으로 가자면서. 뜬금없이 감정예찬론...-_-을 펼치는 게. 뭔가 얼척없게 다가왔다.
감정-사랑은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게 아니니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아마도 더 고차원으로부터 주어진 어떤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자기 감정을 정당화하는-_-식으로 호소하다가 묵살당하고. (그래놓고는 뒤끝 쩔고..-_-+)
나중에 (주인공-머피 간의 ‘사랑’을 한번 더 강조하고 나서) 영화 결말에선 결국 그 촉이 맞았다는 식으로 끝나버리는데...
딴에는 감정의 중요성을 역설하려던 거였겠지만... 오히려 나한테는 자기 내면의 투사로 외부 현실을 뒤덮으려 드는 정신증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자기가 글로 가고 싶은 거면 가고 싶은 거지 무슨. 자기 감정에 서툴수록 저런 식으로 신비한 뭔가를 덮어씌우려 들게 되지 않던가...
(‘사랑’이니까 얼핏 숭고하고 그럴듯해 보이는데. 저기에 ‘사랑’ 말고 온갖 부정적인 투사들을 집어넣어 보면. 딱 정신분열증적 사고방식 아닌가...)


닥터 맨. 누군가는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 답답하고 짜증나더라고 하는데.-_- 난 반감과 함께 안쓰러운... 느낌이 공존했던 것 같다.
작정한 악惡의 느낌보다는. 멘탈 나간. 취약한. 이성을 잃고 살고자 하는 본능만 남은 동물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주인공을 죽이려 드는 것도. 뭔가... 냉혹한 살인자의 느낌이 아니라. 뭔가 ‘해본 적 없는’ 살인을 큰맘 먹고 벌벌 떨며 저지르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 쿠퍼한테서 돌아서면서. 미안하다고, 니가 죽는걸 못 보겠다고 하는 것도. 모순 같겠지만 아마 진심일 거다...)
(몇년 전 같으면 마냥 극혐했을 인간상이지만.-_- 요즘의 난 이런 식의 ‘무너진’ 인간상들에서 뭔가 안쓰러움과 연민을 느끼고 있다...)
“don't judge me, cooper, you were never tested like i was. few men have been.”


but. 무너진 멘탈과 나약함에 대한 연민과는 별개로. 기저에 엿보이는 뉴로틱한 끼미에는 민감한. 적대적인 반응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the truth is, i never really considered the possibility that my planet wasn't the one.”
자기애적인. 스스로에게 부여한 특별함의 사상누각이 흔들린 듯한. ‘천재의 실패’..의 이미지다. 아직도 그 허상을 못 내려놓고 있는 느낌이다.
이어서 나오는 내가 인류를 구할거다. 인류를 위해서다. 운운에서는. 자기 동기를 뉴로틱한 대의로 가리려는 자기기만의 느낌이 들어 반감이 확 온다.
(지금의 내가 제일 반감을 갖는 인간상이 요런 느낌인 것 같다.) (거창한 대의 지껄이는 인간 치고 제대로 된 인간을 본 적이 없다...)


(차라리 깨어나고 안정 찾자마자, well i lied. see? let's go to edmund's. 식으로 능청스럽게 나왔으면.-_- 내가 이 캐릭터를 덜 싫어했을지도 모르겠다.)
(우주개발은. 유능하고 삶에 의욕이 (연결이) 강한 사람들 말고. 메이저 탐.. 같은 사람들로 꾸려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


stay- 하는 데서 두번째로 같이 울었다.ㅠ (뭔가 비참한. 실패. 절망의 느낌...)


보면서 계속 느낀 게... 딸과 아들이 둘다 아버지한테 어지간히... 엔간히 (자아상적으로) 묶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딸은 말할 것도 없고. 아들도 얼핏 의연한 듯하면서도 끝까지 (아버지가 남긴) 농장을 못 떠나는 고집스런 모습을 보인다. (살짝 국제시장이 연상된다...)
아버지가 가시처럼 틀어박혀 있는 느낌...쟤네들은 아버지 얘기가 없으면 대화를 못 하나-_-?싶은 생각도 얼핏 스치고... 
‘시공간을 넘어서도 연결되는 힘, 사랑’ 뭐 이런 얘기를 하고팠을 거 같은데... 지금의 나한테는 그게 좀 너무 질기게 다가온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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