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화감상 기록

Posted 2017. 12. 30. 09:25,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내가 영화를 잘 안보게 된 게, 소설을 잘 안 읽게 된 거랑 비슷한 맥락에 있는 것 같다.
but, 영화가 꿈보다 개인적이지 않음에도, 의식에 가까운 수준에서 이미지로 생생하게 때려박는 임팩트가 (어지간한 꿈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모아나. Moana. (2016)

나는, 모아나가, ‘아버지’로 상징되는, 전통적이고 ‘완결적인’, 소위 낙원의 섬에서... 지속적인 이질감을 느끼고 거기서 이탈하려 드는 게,
내가 어려서부터 느껴온 -쉽게 벗어날 생각을 못 한-가족문화의 ‘자기완결적인’ 뉘앙스와, 거기에 대한 미묘한-억압된- 위화감과 연상이 이어진다.
뭔가 지금 내 처지, 내가 그것들을 파헤치고 표면화하려 하고 있는 거랑 겹쳐보이면서... 살짝 울컥하는(울 것 같은) 느낌이다.
“as long as we stay on our *very* safe island...” “you're the next great chief...” “like my father did, and his father and every chief...”
보면서 -지금의-내가 전통이란 가치에 어지간히 적대적이구나-_- 싶은 생각이 들다. (내가 속한 전통이 내게 독이 되었다는.. 어렴풋한 감각이 있다)


(특별한 역경이나 도드라지는 문제가 있는 게 아닌, 정상적인, ‘완결적인’ 문화에서,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는... 이 감각이 핵심인 것 같다...)


할머니도, 엄마도, 뭔가 엄연히 전통에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묘하게 비껴나 있는... 이탈에 도움을 주고 지지해주는 그런 존재의 이미지다.
모계와 부계..의 대비적 이미지.. 미묘하게 여성주의적인 뉘앙스가 있는데.. 희한한 건 현실에서도 (우리 가족의 경우에도) 뭔가 비슷한 느낌이라는 거.-_-
전통이란 개념 자체가, 부계... 가문, 대물림.. 뭔가 남성적인 이미지와 더 연상이 와닿는 것 같다.


wayfinder로서 부족을 이끌고 섬을 떠나는 걸 보면서... 뭔가 자기성찰이 가족, 전통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구원자적 뉘앙스를 느꼈던 것 같다.
but... 현실에선 그렇게 (나이브하게) 쉽게 될 것 같지는 않다...-_- 뭔 소리를 해야 고집스럽게 섬을 지키던 아버지가 한순간에 맘을 돌려먹을 수 있을까.


내 옛날 꿈들에서, shapeshifting은 어떤 -각종 상황을 모면하고 직면을 피해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방어기제..와 연상이 닿는 이미지로 등장했었는데...
뭔가 좀더 *능동적인*, 다양한 역할능력, 가면들, 페르소나들, 임기응변, 적응..에 대한 이미지로 연상을 틀어 볼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곡성. (2016) http://delliny.tistory.com/254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http://delliny.tistory.com/258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 (1994) http://delliny.tistory.com/259



새. The Birds. (1963) http://delliny.tistory.com/293



리얼. (2017)

원래 내가 그닥 관심가질 장르는 아닌데... 설리 보고 싶어서 봤다. 개인적으론 만족이다.ㅋㅋ 노출부터 연기. 분위기까지 전부 맘에 든다.
윌리엄 윌슨류의 이야기... 자기자신의 일부를 죽이고파하고. 죽인 줄 알았는데 다시 돌아와서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결하는... 뭐 그런...
명성?이 자자해서.-_- 이런저런 안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딱히 그리 망작소리 들을 영화였나에 대해서는 글쎼. 난 무난했다.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고. 구체적으로 딱딱 들어맞는 서사 없이도. 보는 순간순간 몰입은 되더라...)
다만. 뭔가 설명이 대폭 잘려나간... 중간중간 연결고리가 많이 빈 듯한 느낌이 있긴 했다.
특히 설리 말고 다른 여자..에 대한 설명이. 나중에 다른 설명글을 읽어보니 꽤 중요인물이더만. 영화 속에서는 왜 중요한지 거의 부각이 안 되고...
어떤 관계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핵심 실마리. 충격이어야 했을) 환각같은 과거회상신이 뭘 의미하는 건지 영화 안에서는 거의 알 도리가 없다.-_-
(어떻게 보면 이게 핵심 아닌가.-_- 이 ‘노지은’ 떡밥만 초반부터 꾸준히 제대로 뿌려줬어도 영화가 훨씬 살았을 것 같다...)
아마 인물관계라든지 세세한 설정 등에 구구절절 자세한 묘사-설명이 가능한 소설이라든지로 나왔으면 차라리 더 흥했을 것 같다.


+블랙미니드레스에 포니테일 살랑살랑 흔들면서 파워도도워킹... 김선아? 좀 쩌는듯. (주연이 아닌데도. 어떤 면에서는 설리보다 더 눈에 들어온다...)



디바이드. The Divide. (2011) http://delliny.tistory.com/311



멜랑콜리아. Melancholia. (2011)

제목부터 대놓고 우울이라.. 예전에 체크해두기도 했었고. 최근에 우울감 폭발하기도 했고. 사이니 죵현 일도 남일같지 않고 해서... 이래저래 보게 되다
but 보면서 무쟈게 졸렸던 영화다.-_- 저스틴이 이해가고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졸라 꼴보기 싫기도 하고.
내가 아는 우울은. ‘인생 졸라 재미없고 귀찮고 버겁다. 내가 뭘 얻겠다고 이러고 있나. 아이고 의미없다. 그만하고 싶네.’ 이 정도로 요약된다.
다 의미없고 살기 싫은 건 알겠는데. 그거 갖고 졸라 벼슬이라도 되는 양 주변사람 신경 슬슬 긁어대는 꼴이...-_- 씨발 우울할 거면 솔직하기라도 하든가.
클레어의. “you're lying to everyone.”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자기 딴에는 했다는 -사실 시늉만 한-그 노력 자체가 애초에 기만에 불과한 걸.
자기 우울에 잔뜩 심취해서. 몰라 씨발. 다 좆돼든 뭔 상관이야. 내 알바 아니라는 식의 무책임한 -수동-공격성이 팽배해 있다.
엔간히 말하는 거 보면 중2병도 있는 것 같고...
존내 쿨내나게. 지상의 모든 생명은 악이라면서...-_- 계속 꾸준히 자기 챙겨준 클레어 대하는 것도 겁나 싸가지없는데. 애한테만 졸라 잘하려 드네.
(분열적인 태도가 엿보인다) (정작 클레어 대하고 주변사람 신경 긁는 자기 태도는 악에 안 가까운가 좀 생각해봐야 된다)
우울증의 본질이 졸라 의미없고 짜증나는 현실에 대한 공격성에 있기에. 우울증의 귀결은 -현실에선-자살이고. 환상 속에서는 세계종말이다.
뭔 감정을 표현할려고 한 건지는 *너무* 잘 알겠는데... 나로서는 저항없이 거기 푹 빠져들 수가 없다. 경계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온라인 게임에서 졸라 재미없고 의미없고 하던 판 놓고 나가더라도. 자기 챙겨주는 파티원한테 기본 예의는 있어야 되는 거다.)


(뭐랄까... 내가 정신줄 놓고 다 좆되란 식으로 개판으로 가면 저스틴이 될 수도 있다는... 반면교사같은 느낌이다. 아주 남얘기 같지가 않다)



아노말리사. Anomalisa. (2015) http://delliny.tistory.com/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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