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노말리사 Anomalisa

멜랑콜리아 받을 때 ‘같이 받은 영화’ 뭐시기로 뜨길래. 뭔가 제목 어감에서 연상이 이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사전정보 없이 즉흥적으로 받아본 영화다.
보고 나서... 아주 기분 그지같다. 기분이 축 쳐져서 바닥을 기는 느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삭막하고 우중충하기 짝이 없다.

모든 사람 얼굴이 다 똑같아보이고. 모든 사람 목소리가 다 똑같이 들린다는 건... 뭔가 나한테는 부정적인 투사에 사로잡힌 상태와 연상이 닿는다.
사람들의 실제 모습. 개성을 보기보다. 뭔가 천편일률적이고. 다 뻔하고. 다 거기서 거기 식의. 자기 입장에서의 일방적인 투사.
남들에게 일방적으로 투사한 ‘뻔함’. ‘몰개성’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본인이 사로잡힌) ‘좋음’-‘특별함’을 찾아 헤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분열의 뉘앙스. ‘나쁨’을 온 사방에 투사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좋음’의 (헛된) 환상을 좇고 있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뭔가 색감없는 세계. 회색..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물 속에 잠긴 듯. 감각 없이 붕 뜬. 이인감. ‘세계와 한꺼풀 떨어진’... 느낌과 연상이 닿는다.
(...왠지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닥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의 느낌이다.ㅠ)

리사와의 섹스 이후 주인공 꿈을 보고 나면. 이게 좀 더 확실하게 뚜렷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i had to get you away. you weren't safe.
they don't want us to be together. i think they'll kill you if they need to.
they explained it to me. the hotel manager, he explained it to me. they're all one person and they love me.
everyone is one person, but you and me. you're the only other person in the world!
--really? (샤랄라~) that's so beautiful. i'm gonna cry.
we need to stay together, forever. to protect each other, to nurture each other.
finally, finally i found you.
--i've waited so long for someone to... and you're so smart.
we have to get out of here.
--your wife and son?
they don't exist! they're just, ‘them’!

대놓고 편집적인 이미지다. *실제론 한 사람인* ‘그들’이 자기를 감시하고 집착하고. ‘특별한’ 그녀를 박해하고 자기와 떼어놓으려 든다는 식의....
정작 ‘그들’은 자기를 사랑하고. 아낌없이 베풀어줄 자세로 다가오지만. 본인은 그걸 끔찍하게 여기고. 거기서 벗어나 그녀에게 가려 한다.
다들 자기를 사랑하고. 꿈 속에서도 ‘똑똑하다’는 칭찬을 듣는 걸 보니.-_- 그런 쪽으로 자기애적 성향도 강한 것 같고...
이 세상엔 너와 나뿐이다... 했을 때. 샤랄라~ 빤짝하는 거 보고.-_- 뭔가... 이 양반 마음 속에 돌아가는 유아적인-_- 이미지가 구체화되는 것 같다.
뭔가. 의식적인 인격이 ‘그들’을 경멸하고. 리사를 이상화하고. 성찰되지 않은 아니마... 분열적인 ‘특별함’을 투사하고 있음에도...
정작 꿈 속에선 모든 인물들과. 심지어 떨어진 자기 얼굴마저 not lisa...를 외치고 있다는 거.
(그림자의 엄습. 무의식의 직면의 느낌이다. 스스로를 ‘특별함’의 사상누각에서 내려놓고. ‘평범함’. ‘일상적인’ 가치를 받아들이라는... 그런...)

멘탈 나간 듯. 최소한의 ‘가면’을 유지할 의욕마저 사라진 듯. 연설도 꾸역꾸역. 개냥저냥 아무 말이나 던지고. 집에 돌아와서도 뭔가... 아...
“i don't want you to leave.“에. 쳐진 눈썹으로 허공 보면서. 허탈하게 “i'm not leaving. ...where would i go?” 할 때... 처량함의 끝이다.
다 똑같아보이는 사람들 속에. 인형이 부르는 동요.. 들으면서 축 쳐져서 앉아있는 게. 뭔가... 이 남자한테 구원은 없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ㅠ
(-지금의-내가 좋아할 수가 없는 부류의 인간이지만.-_- 아주 불쌍하고 처절하고 안쓰럽고 허해서 미치겠다.ㅠ)
리사의 나름 희망찬 편지(남자 덕분에 스스로에게서 -남들에게 투사하던-특별함을 -되-찾은)와 대비돼 보이면서 남자가 한층 더 비참해 보인다.

당분간 우울한 영화는 보지 말아야겠다.-_- 뭔가 죄다 과거의 (맘에 안 드는) 나를 돌아보는 듯한 -불쾌한-느낌이다. 목록에서 다 빼버려야겠다.

+나중에 찾아본. 인형이 부르는 모모타로의 노래... https://ko.wikipedia.org/wiki/모모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