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중에 나름 유명하다고 언급되는 걸 자주 봐서.. 내친 김에 다운받아 보다. (영화보는 데 다시 재미가 들린 것 같다.)
지금까지 본 공포영화들이랑은 살짝 느낌이 다르다. 꿈.. 악몽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보다는 불안한 이미지들의 나열에서 스멀스멀 불편함이 온다.


주인공은 수트 쫙 빼입고 담배를 꼬나문.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프로페셔녈한. 프리랜서 보험 조사원... 사립탐정 같은 포지션이다.
보험금 관련해서 뒷조사를 하고. 증거를 찾고. 사기. 거짓말. 헛소리를 조사해서 파쇄하는... 합리성을 신봉하는. 논리와 이성으로 뭉친 사람이다.
“i'm my own man. nobody pulls my string.” “nothing surprises me.”
자기 자신과. 직업과. 현실에 대해서. 딱딱 들어맞는 통제감과 정합성을 가지고. 거기에 자부심을 갖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현실에서) 경찰관이 사람 두들겨패는 장면은... 강박적인 사람이 학교나 군대 꿈에서 볼법한 이미지인 것 같다.
tyrannical superego... harsh supervisor. enforcing the *law* with violence. punitive. oppressive... 군림하는 규칙. 강압. 폭력. 처벌과 쫄음..의 이미지다.
도끼맨들은. 완결적인 현실감+정합성 너머에서 이쪽으로 손짓해오는. 불가해한 무언가들... 괴기함. 역겨움. 광기..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앞에 스티븐 킹 얘기 나오고 나서, 외딴 도로에 차타고 옥수수밭 지나가는 걸 보여주니... 바로 옥수수밭의 아이들이 연상된다.
(뒤에 애들 나오는 것도. 뒤틀린 종교적인 이미지도 그렇고... 이래저래 연상이 겹치는 느낌이 있다.)


“regardless of what you saw, regardless of what you think, we are NOT living inside a sutter cane story.”
합리성의 신봉자답게. 직접 보고 듣는 것 이전에. 이미 현실에 대한 -이성과 논리의 형태를 한-굳건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현실에 대한 주인공의 *완결적인* 인식-믿음이 서서히 잠식되고... 그걸 지켜내려 고군분투 발버둥치는 모양새다.
이미지들이. 전반적으로. 강박적인 사람이 꿀 법한 악몽에 가까운 느낌이다. things gone wild... beyond comprehension.. about losing control...
(비슷한 느낌과 뉘앙스의 이미지들을 간간히 꿈에서 본 적이 있다...)
“but right now, there HAS to be some kind of a simple FUCKING explanation...”
주인공의 아득바득과 멘붕에 이입해서. 두근두근하면서 보면서도.. 한편으로. 좀 릴랙스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안쓰러운?마음도 드는 것 같다.
현실이 뭐랍시고.. 그 ‘믿음’에 어긋나는 감각들을 죄다 부정하고 적대하려 들고. 혼자 멘붕하고. 뭘 그리 아득바득 하고 있나...
사실상.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신변이 직접 위협받는 건 없다시피 하다. (꿈의 문법대로?)
대부분의 공포가. 실제적인 위협보다. 괴기한 이미지들. 주인공의 심리에서 오는 것에 가깝다. (이 정도로 안전한 공포영화 주인공도 드물 것 같다.-_-)


밖으로 나와서도 두 현실감각 사이에서 아득바득 정합성을 끼워맞추느라 고통받는데...-_- 그게 중헌 게 아니라고.-_- 니 태도가 중요한 거라고.-_-
정작 *아무도* 본인한테 실제 해를 끼친 적이 없는데.. 본인은 거기에 사로잡혀 남을 도끼로 쳐죽이고 있는 게.. 이미 맛이 간 거지.
논리와 이성, 합리성이라는 초자아에 사로잡혀 악몽 속에서 아득바득 고통받고 있었다면, 지금은 잠식된 현실이란 초자아가 그 자릴 대체한 느낌이다.
결국 지 생각과 지 행동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에 매여서 아득바득 그걸 지키고 따르려 안달하고 있다.
(인간이 바뀌질 않고. 현실감각만 바뀌니... 그사단이 난다는 느낌에 가깝다. 현실감각이 깨질 때 정신 좀 차리고 그 태도까지 같이 깨버렸으면...)


예전만큼 광기madness의 이미지에 관심이 안 간다. 예전에는 불가해한. 신비한 무언가였다면. 지금은 알 것 같은... 대충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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