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Posted 2017. 6. 21. 01:17,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아직도 덜 풀린 공포영화... 뭐시기에 대한 감각을 더 파보고 싶어서... 무서울 것 같은 것 중에 최신 유명한?것 중에서 골라본 영화다.
무섭고 놀래는 거랑은 거리가 있는데.. 뭔가 이미지들이 되게 부담스럽다. 맘편히 볼 영화는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슬슬 긁는 느낌이다.
(다 보고 나서 영화정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이게 15세라고-_-? 싶더라. 나한테는 어지간한 19세 영화들보다 훨씬 불편하다.)


일단 오늘의 교훈... 이런 영화는 뭘 먹으면서 보면 위험할 수 있다.-_- 걍 간단히 콜라 정도에 빈속에 보는 게 젤 나은 것 같다
집에서 다운받아서 컴퓨터로 보면서... 초반에 고라니+현장 시체 피칠갑 장면을 불끄고 비빔면;; 먹으면서 보는데...
나름 비위가 강한 편인데도... 뭔가-_- 색감부터 식감까지.. 우걱우걱 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해서-_-... 영화 끄고 일단 먹고 감상을 한시간쯤 미루다.


산 속.. 벌거벗고 고라니 뜯어먹는 장면은.. 관념적인 악惡으로서의 악마보다는 오히려 야수.. 냉혹한 야성성의 이미지에 가깝다.
뭔가 scavenger스러우면서... 사라졌다가 기척없이 슥 나타나는 건 고양이과 맹수 느낌이 있고... 이래저래 동물의 왕국?스러운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본거지 뒤지는 장면에서도. 뭔가 나는 무방비한테 적은 준비된. 언제든 기척없이 다가올 수 있는... 그런 느낌(불안감)이 들고...
미끼를 물었다느니. 덫에 걸렸다느니.. 운운 하는 게. 뭔가 목표를 조여가는 냉혹한 사냥꾼..과 몰리며 저항하는 사냥감의 이미지와 연상이 이어진다.


졸라 무서운 뭐가 있을 때.. 머리만 집어넣으면.. 그넘이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훨씬 더 무섭지 않나? 나라면 무서워서라도 눈을 못 뗄 것 같다...
(숨어 있으면 지나갈 거라고 합리화 가능하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근데 문 앞에 대놓고 버티고 서 있는 걸 그런 식으로 합리화는 못 할 것 같은데.-_-)


카섹스 보는 거랑. 머리핀 단 거 보여주고 어뗘? 묻는 거랑. 뒤쪽 장면까지... 미묘하게 오이디푸스적인 이미지가 반복해서 보인다.
그걸 일본인이 지켜보고 있다는 게... 그 안의 -무의식적인- 뉘앙스가 간파당한다는.. 거기가 약점으로서 작용할 거라는.. 그런 느낌으로도 이어진다.
뒤에서. 오밤중에 딸내미 치마 걷어올리고 뭣하냐고? 할 때도. 해명을 안 하고. 답답할 정도로 말로 수습을 아예 안(못?) 하고 있는데...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아닌 건 아니다...랄까. 영화 안에서 그 모호한 뉘앙스를 굳이 부정하지 않고 일부러 노코멘트로 놔두는 느낌이다.


낙서에서 보이는 남자. 하혈. 악마와 기독교. 십자가... 남근의 이미지까지. 이어서 허벅지에 자국. 히스테릭한 반응. 모든 게 한 가지 이미지로 수렴된다.
두드러기가 (실제적인+상징적인) 지저분함. 더러움... 엄청 전형적인 ‘죄’의 상징이기도 하고...
이후의 딸의 날선 태도와. 뚱한. 적의와 짜증이 힌껏 찬 표정에서... 뭔가 성性에 대한. 신경증적인. 결벽적?인 이미지가 겹쳐보이는 것 같다.
뭔가 신경증적인 적대감. 짜증 이빠이. 망친. 놓아버리고픈.. 말 그대로 (낙서에서처럼) 몰라 씨발... 스러운 이미지인 것 같다
(너무 연속으로 후다다닥 난리가 나서 묻힌 감이 있는데.. 딴데 가기 전에 가족끼리 대화부터 하고 먼저 딸부터 제대로 챙겼어야 될 것 같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그렇게 발악을 할 정도면. 딸이 진짜 중허게 여기는 것부터 최우선적으로 챙기고 다뤘어야지...)


뒤쪽까지 보기 전까지는.. 그 일본할배와의 대화가 양쪽의 대화미숙에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느낌에 가깝게 다가왔다.
특히 “말해도 믿지 못할 것이다”에서는. 불신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있음..의 느낌에다가. 뒤의 망연자실함..으로 이어져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but. 뒤쪽까지 보고 나서는.. 말을 배배 돌려대는 태도가. 대화미숙이 아니라. 일부러 놀리고 있구나.. 애매한 걸 즐기는구나..싶은 느낌에 가까워졌다
(어떻게 보면 오해를 일부러 방조한.. 듯한 느낌도 있다. 말만 잘 했어도 어느 선까지는 능구렁이마냥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굿하는 부분에서 긴장감이 제대로 달아오른다. 북소리 울림이랑 같이 뭔가 쪼여오는 느낌이다... 레알로 두근두근하면서 집중해서 보다.


뒤쪽까지 보면...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뭐랄까 판단능력 너머의 불가해함 속에서의 갈팡질팡.. 확신을 추구하는 몸부림..인 것 같다.
주인공의 행적을 보면.. 불가해한 상황이란 걸 감안해도 레알 팔랑귀-_-에 갈팡질팡하기 짝이 없는데...
일본할배도.. 진짜로 확신했으면 떠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잡아 쳐넣든지 죽이든지 했겠지. 자기도 심증만 있는데 성질머리만 앞서니까 그랬던 거고.
자기 판단으론 안되는 걸 아니까 무당을 부른 거면서. 믿고 맡길 것처럼 하다가 그 무당을 또 못 믿어서 결국 굿을 중간에 깽판놓질 않나...
그래 놓고선 신부가 귀신은 무슨 캄다운...하니깐 다시 거기에 솔깃해서 일본할배 잡으러 떼거지로 올라가는 등...
애초에 온전하게 판단가능한 상황이 아니니.. 약간이나마 판단가능성을 주는(것 같은) 작은 단서 하나에도 좌솨우솨 팔랑팔랑 우왕좌왕하는 느낌이다.


(나라면 무당을 부르는 시점..부터 나의 무능을 인정하고. 의구심이 생기더라도 걍 내 손 너머의 일로.. 치부하고 맡겼을 것 같다.)
(무당을 부른다는 것 자체가 나의 불가해를 인정한 셈인데.. 내 이해 너머로 끼어들어 말리는 게 나한테는 앞뒤가 안 맞는 거다. 첨부터 맡기질 말든가.)
(내 판단능력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어떻게든 모지란 대로 부여잡고 통제력을 쥐려 드느냐.. 걍 불가해에 맡기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나중 가면 주인공을 아예 대놓고 ‘시험에 빠뜨린다.’ (걍 가만 놔뒀으면 밖에서 딸 찾느라 오히려 안 들어갔을수도 있지 않을까-_- 싶은 생각도 들다..)
정체가 뭐냐고 암만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주고. 말을 해 보소 왜 그런가.. 해도 대답을 안 해주는... 사람 빡치게. 돌게 만드는-_-이미지다.
양쪽에서 서로 저눔 믿지 말어.. 하는 상황에서. 판단기준은 없고. 선택은 내손위에 주어진 채로 귀가 양쪽으로 팔랑대는... 피말리는 심정이 이해된다.


사람이여 귀신이여? 나가 그것을 알아야 니 말을 믿을 거 아이야..
그냥 믿어. 니 식구들 살리고잪으면...
너 뭐냐고!!!
니 딸을 살릴라카는... 여자.


끝까지 대답을 안해주니-_- 빡칠만하고 불신할만 한거같다. 나라도 몇 번을 묻는데도 저지랄로 대답 안하고 빙빙 돌리면 온전한 신뢰를 못 줄 것 같다...
결국에 이 불신이 결정을 판가름낸 셈이다.. 귀신인 걸 얼버무리려 말을 빙빙 돌렸는데 귀신인 걸 스스로 ‘들통낸’ 모양새가 돼버렸으니.
허탈하게 주저앉은 귀신이 안쓰러우면서도. 인간한테 신뢰를 주는 데 실패한 본인 탓도 있다는.. 생각이 어쩔수 없이 든다.-_-
어차피 주인공 능력으로는 달리 판단가능한 능력도 기준도 없었다.. 본인이 아무리 스스로를 구원하려 발버둥쳐봤자. 눈먼 장님 꼴이라는 느낌이다.
아무리 머리를 쥐굴려서 잘 고르려 해봤자. 본인 생각에나 판단이지. 결국 눈먼 동전던지기나 다를바없는.. 그리스 비극스러운 이미지가 연상된다.


하나만 묻자. 도대체... 니 정체가 뭐냐.
내 정체가 뭐라 생각하는데?
너는 악마다. 악마. 너는 악마다. ...왜 대답을 못 해.
자네가 이미 말했잖나. 내가 악마라고. 자넨 이미 내가 악마라고 확신했어.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야. 그걸(낫을) 들고. 내가 누군지 내 입으로 아무리 말해봤자 니 생각은 바뀌지 않을 거야.


동굴에서.. 이 할배도 끝까지 지 입으로는 한 마디도 안 하고 대답을 배배 꼬아댄다. (답답...) 상대가 불확실성에서 고통받는 걸 즐기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남자한테 이입해서 보면... 결국에는 정체가 중요한 건가? 불가해성의 퍼즐을 맞추고. 정합성을 잡는 걸 가장 원하는 건가... 싶다.
음.. 이 대화에서 내가 스크린 밖에서 맘편히-_- 도출가능한 결론은... 지금 눈앞의 실체가 중요하지 이놈의 정체 따윈 중요하지 않다. 이것뿐이다.
(끝까지 자기 입으로 악마라고 한 적은 없다.. 음-_-) (이 정도로 대답을 빙빙 돌리고 회피하면.. 나라면 걍 악마가 아니라고 칠거 같다.-_-)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나는 있느니라... 하는 걸 보면서. 이전에 쫓기던 게 생각나면서. 몸이 있으면 낫질하면 (또) 죽겠네?하는 속편한 생각이 떠오르다;;


(막판에 기독교 은유들을 대놓고-_- 떡칠하다시피 하는데... 그쪽으로는 오히려 별로 할 얘기가 없다.)

(다 보고 나서 감독인터뷰랑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뭔가 영화감독들은 생각 자체가.. 좀.. 또라이-_-같은 면모가 있는 것 같다. 좀비장면이 웃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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