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투 더 와일드

Posted 2014. 1. 22. 15:33,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
인투 더 와일드. 여기저기서 언급되길래 일부러 찾아봤는데. 뭐라 말하기 애매한 영화다.-_

한 마디로 대리만족 영화다. 그 누가 사회 스트레스 안 받고. 돈 학위 다 똥이야. 하며 사장 면전에 사표 던지고 뛰쳐나오는 생각 한번쯤 안 해봤겠는가.
한때는 비인간화된 삶에 대한 의미있는 반기였겠지만. 지금은 디제이디오씨. 돈 싫어 명예 싫어. 딱 이 정도 전형적인 이미지로 전락.
기업광고 등에서 자주 보이는 청춘이여 즐겨라 식의. 지나치게 많이 소비된 이미지다. 더 이상 반항을 상징하지 못하는. 이미 순응에 포섭된 이미지.
...하지만. 돈을 태워버리는 등. 실제로 실행에 옮긴다는 점에서. 마음 속 깊이 믿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이 또라이는 진짜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거기에 대한 확신이 있다. 뻔한 상투적인 이미지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그걸 현실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but. 거기까지. 애초에 크리스가 그리 건강한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니다.-_ 그렇다고 또 드문 케이스는 아닐 것 같다만.
대학 등록금을 죄다 몰래 기부한다고. 그게 니 돈이냐? 니 부모 돈이지. 기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수동적) 적개심이 강하다. 나중에 사연이 나오긴 하지만.
인간이 경직돼 있고. 무슨 일마다 쉽게쉽게 유도리있게 넘어가는 일 없이 도덕적. pc함의 잣대를 들이밀고. 사고방식이 다소 극단적이다.
fucking society. why *every* fucking person is so bad to each other so fucking often. parents. hypocrites. politicians. pricks.
웨인이 하는 말이 내가 하고픈 말이다. 도대체. what *people* are we talking about? 추가로 뒤의 할아버지는. boy, what the hell are you running from?

...매사 도덕적 관념을 들이미는 사람이. 혼돈의 카오스이자 약육강식의 장인 자연에 로망을 갖는다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미스매치다.
그런 도덕적 관념이야말로 사회의 상징 아닌가. 자연이야말로 그런 도덕적 관념과 가장 동떨어진 곳 아닌가. 사자가 임팔라 잡아먹는 데 무슨 도덕이 있나.
남아공 인종차별정책. 아프리카의 현대 정치와 식량 위기. 이런 게 자연이랑 무슨 관계가 있나. 지극히 문명적인 것 아닌가.
이건. 자유로운 영혼이라기보다. 단지. 기성질서에 대한 부정 및. 사회에 대한 회의가. 자연에 대한 센티멘털리즘적 태도로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자연을 갈망하는 건 역설적으로 지독히 사회화되었기 떄문. 자연이 좋아서 자연으로 가는 게 아니라. 사회가 싫기에 (대안인) 자연으로 도피하는 거다.
그렇게 떠받들다시피 하던 자연에 대해서도 애초에 잘 모르지 않나. 기껏 잡은 소 다 썩히고. 쫄쫄 굶다가 결국은 독풀 먹고 저세상 가는 거지.

왜 성욕에 대한 얘기는 쏙 빼놓은 듯 없지. 왜냐면 그건 성이 사회에 대한 도덕적인 강박과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되는 테마니까 그렇지.
트레이스였나. 대놓고 유혹하는데 거기다 면전에 대놓고 No. 너 미성년이잖아. 아주 단호박이시다.
이런 식의 도덕적 낭만주의에는 아주 학을 뗐다. 이딴 건, 그 반대쪽 극단에 대한 반면교사로서가 아니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러고 나서 기껏 같이 하자는 게. 고작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거라니. 대단한 예술혼 나셨다. 껍데기밖에 없다. 이미지뿐이다. 근데 무슨 대단한 것마냥.
데이빗 소로우. 톨스토이. 등등 책 읽고 구절 인용하는 게 거의 성경 읽는 수준이다. 마지막에 한 줄 써넣을 때 와서야 자기 얘기를 한다고 느껴짐.

대사에서 나오듯. 자유는 역사와 상충되는 일부 개념을 포함한다. 저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이름을 버리는 건. 과거가 자신을 얽매고 있기 때문.
some people feel like they don't deserve love. they walk away quietly into empty spaces, trying to close the gaps to the past.
이건 남한테 한 말이기 이전에 그냥 자기 얘기잖아.-_ 과거와의 단절. 모든 사람으로부터 내 존재를 지워버리고픈. 아무도 나를 기억 못했으면.
그래 놓고서 죽을 때는 본명으로 돌아가서 죽는다는 건. 지금까지의 도피는 정답이 아니었다, 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게 자연을 찬양하는 영화인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런 센티멘털리즘적인 태도가 나오는 전형적인 코스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결국 자연에서 죽지.

알래스카 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나라였으면 저게 다 논밭이었을 텐데...-_ 애초에 이런 도피는 국내에선 거의 불가능한 얘기지.
사실 보면서 계속 김씨표류기 생각났다. 저 불안한 평화가 언제쯤 깨질까. 언제쯤 intruder가 등장할까. 그러다 결국 죽음으로 마무리한다. 다소 싱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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