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알긴 알았지만. 얼핏 줄거리만 들어도 전혀 보고싶지 않은-_-... 볼 생각이 안 드는 크리피한 느낌이었는데...
최근에 책 소개하는 프로에서 보고.. 간단 줄거리만 듣고 스친 감상들 조금씩 써보다가... 이왕 쓰는 거 더 제대로 봐볼까 해서 영화로 찾아보다.


Jean-Baptiste Grenouille- 이름이 세례 요한에 개구리라-


악취로 가득찬 파리.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 그중에서도 제일 지독한 생선시장- “On the most putrid spot in the whole kingdom...”
진흙. 진창. 오물- 생선. 구더기. 내장. 지느러미. 물에 젖은 쥐- 피와 체액- 흐물한. 물컹한. 질척한- 비. 공기 중의 습기- 부패- 퀴퀴한 초록색- 구토-
어케 보면 죽음으로 가득찬 공간에서의 출생... (나 요런 거 꿈에서 본 적 있다...)
모성적인 이미지(의 크리피한 면모)- 게임 등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등장하고. 릴리스나 라마슈투 등으로 상징되는 어둠의 모성. 긍정적 모성의 결핍...
가장 낮은 위치에서 태어나. 최악의 환경(극도의 애정과 모성성의 결핍-)에서 혹독하게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의 감각이 있다.


‘향기’는 뭔가 고상한. 영적인. 직관적인. unearthly한 가치가 투영된... 보통 사람들이 못 느끼는 걸 느끼는. 비범한. 초인적인 감각의 느낌이다.
본인의 비범함과 ‘남들은 못 보는 걸 봄’으로 인해. 이질감을 상기시키는.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unnerved 만드는. 섞여들어가지 못하는. 겉도는 존재...
얘도 태생적으로 니힐한. 주변에 죽음을 이끌고 다니는. 삶과 인간과 관계보다도 죽음에 이끌리는 타입이네.
죽음에 이끌린다는 건... 어떤 심연과 나락과 침잠과 포옹과 깊은 잠...같은. 어떤 수렁같은 무언가에 대한 어떤 합일감. 가라앉음. 일종의 회귀본능...
(의식의 경계 너머... 무의식에 닿아 있는 감각이다.)


애가 어눌해가 말도 잘 못 하고. “Something, something, something...” 언어가 자기의 후각경험을 표현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초감각에 익숙해서 일상적인 소통에 꽤나 서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말할 수 없는 건 말하지 않는다’ 식의 요런 소통방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어케 보면 굳이 주변과 섞이려 들지 않듯... 어케 보면 의식적인 측면으로의 통합을 포기한 느낌일 수도 있고...
어떤 통합의 도구. 의식화의 도구로서의 언어의 감각을 깨달아야. 자기의 막연한 초감각을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남겨두지 않게 될 텐데...


(써놓고 나서 다른 리뷰들 몇 개 보면서. 유독 이 그르누이의 결핍과 고독과 단절에 이입하고 연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끼다...)


애초에 그 정도로 이런저런 냄새 하나하나 다 맡을 수 있으면서도. 굳이 고급지게. 정제된 향수에 꽂혔다는 건...
어떤 좋음과 나쁨의 가치편향의 감각이다. 귀부인들. 고급진. 우아한. 그런 류의 감각에 대한 이끌림- 저런 고상한 예술가artiste연 하는 어떤 감각-
‘온갖 악취가 가득한’ 파리에서. 어떤 순수한. 궁극의 향기(소녀의. 아름다움의 향기-)를 향한 광적인 집착- (어떤 가치의 분열이 암시된다...)


어리고 생기 넘치는 소녀의 뒷덜미. 젖가슴. 매혹되듯. 사로잡히듯- 놓쳐버릴까봐 따라가듯- 냄새 맡고 킁킁 헤벌레- 헤벌쭉- (ㅋㅋ)
솔까 냄새로만 따질 때 뭐 그리 좋은 냄새가 나겠나.ㅋㅋ 요 초감각이 단순 냄새가 아니라 본능적인. 정신적인 무언가가 투영돼 있을 수밖에 없단 거지.
계속 연거푸 그 죽은 소녀 꿈을 꾸고. 그 매혹적인 향기를 보존하고 영원히 간직하고픈 감각에 *굉장히* 집착적으로 매달린다...
“I have to learn.. how to capture a scent and reprose it forever...”
극도로 이상화된. 합일화해야 할 그 무언가. 어떤 삶의 의미- 아련하게 사라져 버릴. 어떤 ‘상실’에 대한 감각이고. 딱 아니마-사로잡힘적인 감각이다-
(‘innocent little girl’스런. 천진하고 순수하고 아련한 감각. 어케 보면 모성적인 수준에서 더 발달을 못 한 미성숙한 아니마...)
여기서는 초감각적인 향기에 투사돼 있지만. 그 속은 전혀 별날 거 없는. 익숙한 감각이다... (다소 크리피한. 신경증적인 면모가 있다.-_-...)


“Imagine, Baptiste. Ten thousand roses to produce one single ounce of essential oil. The very soul of the rose-”
“We have to let them go to their deaths with their scent intact-”
“The whole art of Enflourage is to allow the flowers to die slowly, in their sleep as it were...”


요런.. 아련한 향기를 붙잡으려는 어떤 적극적인 추구로서의 미친 실험들.-_- 실험이라- (왠지 유리정원이 연상되네-)
게다가 자기가 기대하던 지혜를 얻지 못했다고 바로 스승 앞에서 깽판이라- 애가 뭔가 위험한 새끼네.-_- 굉장히 사로잡힘쪼가 다분하다...
감정의 소외처럼. 정신성이 고스란히 감각으로 치환되고 동일시되어가... 뭐가 진짜 중요한지.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거지...
분화되고 인식되지 못한 채로 향기에 투사된 정신적인 가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쫓듯- 애초부터 헛된 꿈을 쫓고 있는 게 너무 보이지 않느뇨...


“The soul of beings is their scent. You said that, master-” 결국 (본인에게 결핍된) ‘영혼’과 ‘존재’를 얻고 싶다는 거지.
재료들의 죽음 어쩌고 했음에도 아랑곳없이 디스틸할라 들었다는 건. 죽든 말든 자기를 자극하는 그 향기만 얻으면 된다는 굉장히 환원적인 태도고...
(대상을 죽이고 그 영혼을 훔친다는. 빼앗는다는 감각...) (그런 식으로밖에 합일을 추구할 줄 모르는. 성장이 없는...)
미해결된 콤플렉스의 주위를 자각없이 맴돌듯...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뭔가를 구체화하고 현실화하고 증명하려 들듯...
..솔까... 정성들여 한땀한땀 야동을 선별하고. 속옷과 스타킹ㅋㅋ을 모으고. 요런 식의 미묘한 감각에 탐닉하는 거랑 솔까 뭐 그렇게 크게 다를 게 있느뇨-
(바꿔 말하면. 그런 크리피한ㅋㅋ 행위들에조차. 사실 깊숙히 들어가면 그르누이마냥 어떤 ‘종교적인’ 무언가가 있다...)


“Why did you kill my daughter?!”
“I just... *needed* her.”


기어코 완성한 사랑과 관계와 합일환상의 향수- 집행인마저 무릎꿇고 “This man is innocent-” 모두가 그를 숭배하고 찬양하듯. 사랑하듯-
저 파란 벨벳 옷 귀족적으로 차려입은 거랑. 대놓고 연극적인. 과시적인 제스처. 눈빛이랑. manipulative한 느낌... 저 의기양양한 썩소스런 표정 보소.ㅋㅋ
but... 꽤나 꿈속처럼 비현실적인 감각이네.-_- 사실상 전능환상적인 (유아적인) 희망사항에 가깝지 않느뇨-
내가 저런 감각을 숭고하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되냐- 오히려 어떤 크리피한-_- 불안정한. 아슬한 느낌이 더 오는 느낌이다...


어떤 관음적인 감각... 향수가 잘 먹힐수록 오히려 본인만 전지적으로 군중보다 우월하게. 위에 서서 점점 더 삶에서 소외되고 분리되는 느낌도 있고...
스스로를 속이는 게 불가능한 인간이. 남한테 어떤 찬사나 칭송을 받아봤자 실제와의 괴리를 더욱 실감할 수밖에 없단 생각도 들고...
처음엔 자기를 칭송하듯 하다가. 결국 자기만 뺴놓고 전부 다 지들끼리 뒤엉켜 즐기고 있는 게 어떤 노골적인 자아의 소외의 감각으로 다가온다...
군중 속의 고독처럼. 자기혐오처럼. 본인도 해놓고 나서 꽤나 현타가 온 듯. 허탈한 듯...
어케 보면. 향기 외엔 아예 관심이 없단 건. 꽤나 unearthly하게. 육체와 실제 인간 삶과 괴리되어 붕 떠 있단 얘기가 될 수도 있고...
수많은 알몸들과 폭풍쎍쓰를 보면서 어케 느꼈을까. 혐오감 또는 혼란..처럼 있지 않았을까. 살아지지 않은 삶의 영역에 대해 뭔가를 느꼈으면 다행이고...
아직도 그 소녀에 사로잡혀 있냐... 결국 소망하는 건 그 소녀가 순수하게 자기를 받아들여 주는 그 온전한 합일환상인데...
바꿔 말하면. 어떤 모성콤플렉스적인 감각이고... 지금의 나는 이것도 의식화하고 분화하고 동일시에서 벗어나야 할 ‘어린’ 감각으로 여기고 있다...


“It could not turn him into a person who could love and be loved like everyone else.” “So, to hell with it, he thought. To hell with the world.”
자기가 태어난 곳. 고향. 어떤 상징적인 자궁으로 돌아와서. 자기가 만든 궁극의 향수와 함께 ‘사랑으로’ 갈기갈기 찢기고 먹히는 거-
먹힌다는 건 어케 보면 자기를 잃고 삼켜지는 거(devoured-) 모태로 돌아가는 것. 하나가 되는. 통합된단 얘기도 되고...
뭔가 신화적인... 어떤 어머니와 강하게 얽힌 소년신의 죽음-희생제의가 연상되는데...
어케 보면 우리 안의 그르누이 역시 희생되고. 찢겨 죽고. 먹혀서 더 제대로 된 (성장으로 이끌) 사랑으로 변환될 원재료가 되어야 될 수도 있다...


(내가 이 그르누이에 대해서 연민이나 동정심이 거의 없다시피 하네...) (아마 더 옛날에 봤더라면 그르누이한테 더 많이 이입했을 것 같다...)
(정서적인 쪼에서 미묘하게 유리정원...이 자꾸 연상된다.) (비슷한 쪼임에도 메세지 자체는 살짝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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