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아니마-사로잡힘’적으로. 라헬을 편애하고 그 아들인 요셉-베냐민을 편애하고 나머지 아들들에 무관심한... 이 가족역동적인 흐름-


중요하게 봐야 될 에피소드가... 만화에선 안 나온. 야곱의 외동딸 (레아가 낳은 딸) 디나의 에피소드...
가나안에 돌아온 이후에. 디나가 또래 애들을 만나러 놀러 나갔다가. 현지 유력자-지배자의 아들-소년에게 ‘추행’당하고- (이 ‘추행’이 어디까지일까-)
걔 소년이 나름 순애보스레. 디나한테 홀딱 반해갖고. 사랑에 빠져갖고. 야곱한테 큰 예물을 보내면서 정식으로 혼인을 요청해온 걸...
야곱은 되게 우유부단하게. 족장인 자기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아들들이 돌아올 때까지- 사실상 선택을 디나의 남자 형제들한테 미뤄버리네-
“너희가 내게 말하는 것은 내가 다 주리니 이 소녀만 내게 주어 아내가 되게 하라 아무리 큰 혼수와 예물을 청할지라도 너희가 내게 말한 대로 주리라.
“우리는 그리하지 못하겠노라 할례 받지 아니한 사람에게 우리 누이를 줄 수 없노니 이는 우리의 수치가 됨이니라-”

어케 보면. 한 지역의 지배자가. 원하는 건 다 주겠다고. 세력 간의 동맹처럼 극도의 호의를 제시했는데도... 야곱의 아들들은 뻐팅기듯. 더 세게 나가듯-
바꿔 말하면. 동물적인 성적 쾌락을 절제하고 ‘잘라내지’ 않은 남자에겐 우리 누이를 줄 수 없다고- 어떤 절제적인. innocent little girl적인 감각-
그래 놓고서는. ‘더럽혀진’ 누이의 복수- 시므온과 레위의 주도로. 계략. 술수. 한 족속을 몰살시키는 잔혹한 피의 학살-
야곱이 부족의 안위를 염려하며 질책하자. 아들들이 외려 날세우듯- “그가 우리 누이를 창녀 같이 대우함이 옳으니이까?” 하니 야곱은 입을 다물고-


보면. 이 야곱이 애초에 디나(레아의 딸)의 거취에 별로 관심이 없지 않냐.ㅋㅋ- 니들 소생 떨거지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듯-
아버지의 노골적인 방기에 비해. 동복 오빠들이. 여동생을 극도로 아끼고. ‘아버지처럼’ 나서서 해결해주듯- (어떤 정서적인 단절과 연합이 엿보이네-)
이 아들들이.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있다는 게. 날이 빡 서 있는 게 엿보이지 않느뇨- 야곱도 그걸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무시하듯-


뭔 느낌이냐. 일단 디나가 남자들로 드글드글한. ‘여성원리가 부족한’ 곳에서. 그 밖에서 좀 다른 여자애들을 만나고픈 감각이 있었을 거고...
가족 내의 졸래 깝깝한ㅋㅋ 분열적인 여성상의 투사적-동일시됨에서 벗어나 다른 가족-문화와 ‘섞일’. ‘벗어날’ 기회였음에도...
무관심한 아버지와 강하게 융합된 오빠들의 결벽적인 개판으로 그 꼴이 났고.ㅋㅋㅋ- 그 이후로 그대로 이집트로 같이 들어왔지. (결혼 못 했다는 거지-)
어케 보면... 요 형제들이 여동생을 ‘옭아매는’ 것도 되게 모성콤플렉스적인 거 아닌가- 미분화된 아니마가 여동생한테 투사된 거 아닌가-


또 *특별히* 중요한 에피소드는... 가나안 복귀 행렬 도중에. 라헬이 죽고 나서. 맏아들 르우벤이 야곱의 첩 빌하와 간통했다고-
요 빌하는 어머니-서모 취급을 받았을까. 아니면 계속 종 취급 받았을까- 하갈의 케이스를 볼 때 아주 홀대받진 않았을 거고. 나름 지위가 있었겠지-
다른 전승에서는 빌하와 질파가 라반의 첩의 딸- 레아와 라헬의 이복자매들로 나온다. 이럴 경우 어떤 자매연합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
아버지의 첩. 라헬의 시종이자 유사 라헬. 이모- ‘젊고’ 여리여리 소녀스레 기민한. +아버지에게 외면받은 ‘유사 어머니’. 오이디푸스적 유사 근친-


무슨 다른 해석에선. 야곱이 라헬 사후에 빌하를 제일 총애할려는 걸 르우벤이 방해할려 그런 거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고 보기에는... 야곱 입장에선. 빌하는 레아와 마찬가지로 꽤나 아웃오브안중이었던 것 같다. (가나안 돌아올 때 자식 줄세우기도 그렇고-)
단과 납달리가 요셉이 아니라 다른 형제들과 연합했다는 건. 아버지의 사랑을 못 받았다는 거고. 빌하도 레아처럼 소외됐단 거지-


요 야곱과 그 자식들 간의 역동에서 중요하게 봐야 될. 가족역동의 덫에 가장 강하게 얽혀든. 독특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르우벤인 것 같다.


르우벤이 태어날 때부터ㅠ 대놓고 삼각관계에 끼워넣어져서. 치열한 가족투사의 알력의 한가운데 있었고-
“레아가 단순히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을 넘어 ‘미움을 받듯’...” “여호와께서 나의 비참함을 돌보셨으니 이제는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리로다...”
어머니와의 융합- 안쓰러움- 합환채 운운으로 거기에 개입하려 시도했었고- 아버지를 사랑했고- 어머니한테 아버지를 좀 사로잡아 보라는-
but. 야곱한테 르우벤과 레아는 아웃오브안중이고- 무려 장남인데 이름도 직접 안 지어줄 정도로- 무관심의 극치-
르우벤과 레아가 ‘감히’ 넘볼 수 없이. 틈을 안 줄 정도로 똘똘 뭉친 야곱과 라헬- 어머니의 그림자적ㅠ가치를 가진 라헬에게 양가감정이 있었겠지-


라헬이 죽자마자라는 시점도 상징적이다. 일단 살아있을 땐 할 수 없었다는 거지- 똘똘 뭉쳐 있던. 굳건하던 융합이 무너진 시점일 수도 있고-
마치 라헬과의 배타적 융합이 단절된. 연합을 잃고 가족관계에서 고립된 야곱을 상대로. 무력하게 남은 ‘라헬의 잔재’를 마저 무너뜨리고 마무리짓듯-
아님 어케 보면... 라헬의 종이었던 빌하마저 야곱을 외면하고 르우벤 쪽으로 돌아섰단 얘기가 될 수도 있지 않느뇨- 야곱의 고립-
라헬을 잃은 야곱한테서. 알코올 중독의 ‘늙은 왕’스런 감각 오지 않냐- 아니마의 상실- 형편없이 낡아버린 지배원리-
요 시점 이후로. 야곱이 거진 뒷전으로 물러나듯- ‘적대적인’ 아들들 틈에 외롭게 둘러싸여. 되게 감상적이고. 유약하고. 외롭고. 무력하게 있지 않냐-
레아-라헬로 나타나는. 야곱의 배타적인 여성가치의 분열의 ‘필연적인’ 결과를 맞이하듯. 뿌린 대로 거두듯- 기댈 건 요셉 하나밖에 없이-


저 디나 일도. 빌하 일도. 야곱이 생전엔 입을 다물고 아무 대처도 못 하다가- 골골하고 죽을 때 돼서야 꽁해놓은 걸 갖고 저주처럼 내리지 않냐-


그럼에도. 르우벤이 단순히 아버지에게 쌩 엿을 먹였다고 보기에는. 이후에도 르우벤이 쭉 아버지에 대한 연민?처럼 뭔가 그런 걸 보이지 않느뇨-
르우벤은. 아버지를 맘 놓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애증이 있는. 아직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픈. 잘해보고픈 감각이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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