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P. 니콜스 - Nichols의 가족치료 이론과 실제 (시그마프레스) 中 보웬 부분 얼기설기 발췌.


 프로이트가 자기분석을 토대로 정신분석 치료 방법론을 만들기 시작했듯이, 보웬은 자신의 가족에서 정서적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을 찾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이론을 만들었다.

 보웬은 농촌 가정의 다섯 자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농촌가족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자신의 가족이 서로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게 된 보웬은 성인이 되면서 부모와 친척들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곧 거리를 두는 것은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닌 단지 회피일 뿐이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해결되지 않은 정서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되며 다른 인간관계에서 그러한 문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보웬이 이루어 낸 가장 중요한 작업은 서로에 대한 불평을 장남인 보웬에게 쏟아 놓았던 부모로부터 벗어나는 일명 ‘탈삼각관계화’였다. 우리는 대부분 이러한 관계 속에서 마치 아버지가 또는 어머니가 자신을 당신의 배우자보다도 더 믿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웬은 삼각관계의 기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저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왜 어머니가 아버지께 직접 말씀하시지 않고 저에게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말했고, 당황한 어머니는 보웬에게 화를 냈다. 이러한 보웬의 시도는 가족의 규칙을 깨뜨리고 부모를 화나게 만들었지만, 이를 통해 더 이상 부모가 아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게 하였다. 이제 부모는 문제를 회피할 수 없게 되었고, (중간에 아들을 끼워넣지 못한 채)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다루어야 했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 대해 말했던 것을 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드러내어 반복하는 것은 즉석에서 삼각관계를 해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어느 세대에서나 가족과의 융합이 심한 자녀일수록 만성적 불안 수준이 가장 높고, 융합이 덜 될수록 불안 수준이 낮다. 자신의 불안을 자녀에게 전가한 부모는 자녀가 부모에게 동조하거나 반항하는 방법밖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이러한 자녀는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하려 한다. 또한 독립하여 스스로 자기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부모와 같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중 대부분은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서적 단절emotional cutoff은 세대 간의 불안을 처리해 나가는 (어떤) 방법을 가리킨다. 부모와 자녀 간의 융합이 심할수록 (과도한 융합에 대한 의식적/무의식적 반작용으로써) 정서적으로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사람은 (물리적으로. 멀리) 부모로부터 벗어남으로써 거리를 두려고 하며, 어떤 사람은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대화를 기피하거나 자신을 고립시킴으로써 거리를 두려 한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성장의 신호로 간주하고, 가족 유대로부터의 독립을 성숙의 잣대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가족의 영향을 받는다. ...의외로 어른이 되어 가정을 떠난 뒤에도 잠깐 부모를 방문하는 사이에 무력해져 버리는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불안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부모나 형제와의 접촉을 줄인다. 일단 가족을 떠나 독립된 삶을 꾸려 나가면 과거의 어려움에서 벗어났다고 믿는다. 그러나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항상 남아 있기 떄문에 우리가 어디를 가든 타인과의 관계에서 다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족 갈등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사람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재발하는 갈등을 예방하지 못한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또 하나의 유산은 배우자 간의 정서적 애착이 자신의 원가족을 닮는다는 점이다. 자아분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새 가정을 꾸려도 여전히 자아분화를 경험하기 어렵다. 불안을 느낄 때 가족들과 심리적 거리감을 두거나 회피했던 사람은 결혼생활에서도 과거와 똑같이 대처하려 한다. 이로 인해 보웬은 태어난 가정에서 이룬 자율적 성격의 분화가 정상적인 발달의 특징인 동시에 치료의 목표라고 확신했다.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정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정서에 과잉관여하거나 반대로 부모와의 정서적 단절을 하는 반응을 보인다. 부모와 정서적으로 단절된 사람이 결혼하면 부부간에 융합을 이룬다. 왜냐하면 제한된 정서적 자원밖에 없는 사람은 부부관계에 자신의 욕구를 투사시키기 때문이다.


 성인 초기 집을 떠나는 단계에서의 주요 과업은 가족들로부터 독립하는 것으로서, 가족들과 정서적으로 단절되거나 다른 정서적 도피처를 찾기 위해 도망치지 않으면서 독립하는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 새 가족을 형성하기 전에 자율적인 자아를 발달시켜야 한다.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단계에서의 주요 과업은 배우자에 대한 충실이다. 결혼이란 단순히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아닌, 두 체계의 전체적인 변화를 가리킨다. 이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배우자 간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 자라난 가족으로부터 독립에 실패했거나 (원가족으로부터의) 정서적 단절로 인한 압박감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보웬 학파에서는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으며,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보웬 학파에 따르면 치료란 자기 자신과 관계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여 문제에 대한 책임을 깨닫게 하는 것으로 본다. ...보웬 학파의 치료는 적극적인 탐색 과정으로서 치료사는 가장 포괄적인 가족치료 이론을 토대로 가족구성원이 서로 비난하지 않고 가족 문제의 발생에 각자 차지하고 있는 역할을 찾도록 돕는다.


 정보 수집이란 가족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으로서 가족에 대한 정보 수집은 분화를 이룰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수단이 되고, 가능한 한 많은 가족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러한 일이 쉬워 보인다면 꼭 시도해 보아야 한다. 가족들과 아무런 불안감 없이 단 몇 분이라도 개인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가족들을 만날 때 우리는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삼각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점차 가족들과 만나 대화를 늘려 가다 보면 관계가 개선되고 자아를 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혜숙 - 가족치료 이론과 기법 (학지사) 中 항목에서 발췌.


 감정적 단절(emotional cutoff)은 세대 간에 자신의 부모와의 감정적인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한 방법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부모를 멀리하고 회피하며 대화 거부나 부모가 원하는 것을 거부하고, 정서적으로 자신을 고립시키며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전혀 갖지 않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물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으며 정서적으로 단절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며 독립하기 위해 멀리 달아난다.

 부모와의 정서적 단절의 의도는 가족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과 독립하고자 하는 강한 표현이기도 하다. 감정적 단절은 부모가족과의 융합의 문제를 반영한 것이다. 부모와의 감정적인 융합을 이룬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 상실에 대한 강한 두려움 때문에 감정적 단절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결혼을 하면 또 고립과 소외에 대한 불안으로 부부간에 감정적으로 강한 융합을 시도한다. 특히 자신의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혼한 사람은 부모로부터 벗어났지만 다시 또 자신의 핵가족에서 정서적으로 융합하므로 부모와 함께 있었던 문제를 다시 반복한다.



모니카 맥골드릭 - 가계도, 사정과 개입 (학지사) 끝자락 부록 용어정리 中 발췌.


 정서적 차단 emotional cutoff- 보웬이 자주 사용하는 개념으로 한 개인이 원가족과 심한 정서적 분리를 나타내는 양상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에서 정서적 차단 그 자체는 세대간의 지나친 융해를 반영하는 것으로, 원가족과의 정서적 접촉을 피함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정서적 차단에 의한 고립은 배우자와 같은 원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과 강력한 융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은 오래 계속될 수 없다. 따라서 가족치료에서는 가족에게 자신의 (원가족에 대한) 정서적 차단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Diana R. Gehart, Amy R. Tuttle - 가족치료 이론과 실제 (Cengage Learning Asia) 中 발췌.


 “사람들은 원가족과의 정서적 접촉으로 생기는 불편감을 줄이기 위해 원가족과 단절한다.” (Kerr & Bowen, 1988) 미분화된 사람은 원가족으로부터 ‘자기를 단절’시킴으로써 강한 정서를 다루려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은 더 이상 가족에게 의존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절이 때로는 ‘성숙함’으로 잘못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서적 단절(emotional cutoff)은 종종 미해결된 이슈와 낮은 분화수준의 표시이다. ...


 세대 간 이론가들은 이론을 이해한다면 개입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며, 일반적으로 기법의 개발보다 이론의 정교화에 더 초점을 둔다.


 ‘집으로 되돌아가기(going home back)’는 개인이 집으로 돌아가서 감정적 반응성 없이 자신의 핵가족을 재경험하도록 격려한다. 개인은 정서적 단절을 조사하거나, 잃어버린 친척을 찾거나, 삼각관계를 파악하거나, 습관적인 가족 상호작용을 파악함으로써 핵가족을 재경험할 수 있다.



정문자 정혜정 이선혜 전영주 - 가족치료의 이해 (학지사) 中 발췌.


 정서적 단절(emotional cufoff)... 자녀는 이런 행동을 통해 가족과 연결된 끈에서 해방되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부모와의 미해결된 융합에 대한 과장된 독립성의 표현일 뿐이다. 정서적 단절을 하는 개인은 오히려 원가족과의 미해결된 갈등을 부인하는 경향을 갖는다.

 정서적 단절은 서로 정서적 의존성과 불안이 높은 가족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높은 융합과 불안은 강한 가족결속력을 요구하나 이것이 견딜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면 단절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가족원은 매우 피상적이고 간결한 대화를 유지하며 잠시 방문하거나 짧은 전화통화 정도만 하는데, 이것도 단절의 표현일 수 있다. 왕래가 드문 가족이 만나는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에 가족 간의 다툼으로 인한 사건이 많은 것도 분화수준이 낮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불안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서적 단절 역시 세대 간 전수 가능성이 있다. 조부모와 부모 세대에 정서적 단절이 있었다면, 부모와 자녀 세대에서도 단절 가능성이 높다. 정서적 단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원가족과 접촉하고 분화를 촉진함으로써 원가족과의 미해결된 애착을 해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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