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저번에 서점 갔을 때 발견하고 훑어보다가 지른 책이다.
융이 말하는 ‘감정feeling’과 ‘정서emotion’의 차이를, 예전에는 체감 못하다가 최근에야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한 것도 있고...
아니마를 다루면서, 내적 인격, ‘자율적 콤플렉스’와 ‘사로잡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것도 있고...
꿈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정서적인 톤에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도 있고... 이래저래 해서 보게 되다. (책 한 권에 많은 것들이 수렴하는 느낌이다)
제목이랑 두께랑 겉표지부터 왠지 어렵고 재미없을 거 같은 인상이 있었는데... 음-_- 융심리학 쪽 잘 모르면 아마 재미없을 거다;;


감정feeling과 정서emotion. 옛날엔 몬차이야 왜차이야.. 긴가민가 했던거 같은데. 지금은 보니까 걍 뭔 얘긴지 알 거 같다.
내가 이전까지 다뤄왔던 건. 순간 판단기능으로서의 (의식적인) 감정feeling에 더 가까웠단 느낌이고...
먼저 감정feeling 수준에서 인식하고 분화하고 활용하는 데 익숙해져야 좀더 깊게 정서와 콤플렉스를 다루는 것도 수월해질 거란 느낌이다.
(이전까진 의식적인, 사고적인 측면에 초점을 뒀었다면. 이제는 좀더 그 무의식적인 측면을 다룰 필요가 있단 느낌이다...)


“자연적 감정(feeling)이 그때그때의 느낌을 전달한다면, 정서(emotion)는 목적성이 있으며 한 개인의 심리적·신체적 역사로부터 기인한다.”
감정feeling -> 정서emotion -> 콤플렉스complex...


정서를 마구 분출하는 게 정서를 다뤄내는 게 아니라 자아가 정서에 ‘사로잡힌’ 것일 뿐이고, 정서에 휘둘리는 게 정서에 능한 게 아니라는 거...
‘자율적 콤플렉스’, 의식 밖에서 개별 인격처럼 작용하는 정서를, 자아기능의 훈련으로 ‘야수를 길들이듯’ 다뤄내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융심리학은 뭔가... 자아기능의 훈련과 의식의 무의식에 대한 확장-궁극적으로는 초월에 대해서 얘기하는 느낌이다.
무의식으로부터 떠오른 자아가, 영향력 밖에서 자아를 휘두르는 무의식적 요소들을 포섭-흡수하여 전체성에 가깝게 확장하는 것...


아니마 개념이 실제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론 이상의 (명백히) 체감적인 게 있고. 실제로 유용성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갖다 쓰는데...
내가 직접 체감하지 못한(못할) 영역 너머로. 아니무스 어쩌고에 굳이 이론 따라 발을 뻗칠 생각은 없다.
(+젠더 문제랑 다이렉트로 연결되니까 아무래도 살짝 더 저어하게 되는 것도 있고.-_-)
주객전도가 안 되도록. ‘나한테’ ‘직접’ 도움이 되는. 써먹을 수 있는 것 위주로. ‘실용성’ 위주로 접근 중이다. 이론적인 머리지식은 필요없다.
(심층심리학은 이론이고 뭐고 다 부수적이고. 결과적인 체감이 전부인 것 같다. 체감에서 시작해서 체감으로 끝나는 느낌-)
(이미 체감적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생각’해본 적 없-는 것에 대해. 언어화-상징화를 도와주는 이론들 위주로 취사 선별흡수하는 느낌이다)


내가 아니마를 어떤 인격체의 은유로서 다뤄냈던 것처럼. 다른 ‘자율적 콤플렉스’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다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초반부터 정신분석 쪽 (특히 대상관계... 유아의 정서발달 관련해서) 얘기들을 연관해서 많이 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내가 융 책을 읽는 건지 대상관계 책을 읽는 건지 잠깐 헷갈리다;; 뭐 다 관련이야 있고 아주 낯선 내용은 아니니까...
사실 정신분석 유아 어쩌고는 체감과 동떨어져 있는. 검증불가능한 느낌도 있고. 뭔가 주지적인... 느낌을 받아서. 막 깊게 읽게 되진 않는 것 같다.
기면 기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 수준으로. 일단 읽어놓고 참고만 하는. 상징처럼. 연상에 도움만 받는 그런 느낌으로...
후반부에선 대표적인 정서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정의부터 이런저런 관련 이론이랑 경우들을 사례들을 들어서 다양하게 소개하는데...
거기서 감을 잡고 자기성찰의 힌트들을 얻을 순 있겠지만. 개인 정서를 다뤄내는 건 결국 자기 스스로 해야 된다. (책에서 해줄 수가 없는 과정이다)
적당히 읽으면서 정서적인 어떤 톤에 대해서 감을 잡고. 나한테 해당하는. 자기한테 필요한 내용만 꼼꼼하게 읽으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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