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 변화에 대한 저항 - 자기 불구화 (Self-Handicapping)

Robert L. Leahy - 인지치료에서 저항의 극복 (학지사) 해당 항목에서 발췌.

- 자존심의 보존 -

 사람들은 자존심을 보존하려 하므로 자신의 실패가 능력 부족 때문이었다고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존심은 업무의 어려움에 따른 실패로 귀인되거나,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보호될 수 있다. 또는 실제 능력이나 성격을 반영하는 해석이 불가능한 술이나 약물 같은 억제 요인의 탓으로 돌려서 실패를 일시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더욱이 준비 부족, 중독, 지각 같은 억제 요인에 따라 자신이 성취하는 성공이 무엇이든지 천재성의 진정한 표시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귀인 가능성을 보존하려는 욕구는 종종 변화에 대한 저항을 뒷받침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분별 있고, 유능하며, 좋은 사람으로 보존하여서 자존심을 향상시키려는 동기를 갖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성공이나 실패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을 취하려 할 때 종종 자신의 행동이 야기할 ‘귀인 지위’를 예측한다. 예를 들어, ‘내가 시험을 보고 실패한다면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또는 ‘내가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처럼 귀인 모델은 알 수 없는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예상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데 유용하다.

 피터는 시험을 치를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스스로에 대하여 높은 기대를 가진다. 그러나 그는 지금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한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의 딜레마는 다음과 같다. ‘내가 열심히 공부한다면 잘될 수 있는 기회가 증가된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공부했는데 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가 여기 있는 다른 학생들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터는 귀인 큐브를 고려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의 실패를 능력, 노력 부족, 어려운 과제, 불운 등으로 돌릴까? 아무도 불운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다른 가능한 설명에 매달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그가 한 것보다 더 잘한다면, 그는 과제가 어려웠던 탓을 할 수는 없다. 그는 능력 부족이라는 결론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련의 사건을 고려하여 ‘그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 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가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시험을 잘 본다면 자신이 천재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그는 ‘억제 원인을 극복’하도록 노력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비범한 능력에 대한 결과에 귀인하려는 그의 성향이 증대된다.

 피터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것에 따라 완전히 보호받는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억제 요인을 추구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음주, 약물 사용, 지각, 우울과 불안에 대한 호소,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호소 등이 있다. 억제 요인 또는 변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그는 자신의 실패가 ‘최적의 잠재력’ 상태에서 일어났음을 언급할 기회를 줄인다. 그리고 자신의 성공이 그를 에워싸고 있는 많은 약점을 극복하는 그의 천재적이고 영웅적인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으로 남겨 둔다.

 자기 불구화는 자신의 능력의 직접적인 평가를 피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자기 불구화를 유도하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① 불확실한 상황에서, ② 변명 생성에 관여하거나, 실행에 대한 방해물을 창조하거나, 능력의 귀인에 대한 방어물을 세우거나, 평가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③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시도를 한다(Arkin & Oleson, 1998; Berglas & Jones, 1978; Jones & Rhodewalt, 1982; Snyder, Higgins, & Stucky, 1983). 변명에는 기존에 존재하던 실행을 억제하는 상황이 포함된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아. 기분이 가라앉고 있어. 그리고 나는 내일 큰 시험을 치러야 해.’ 이 변명은 실패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된다. 그래서 능력 부족과의 직접적인 관련을 피할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실행의 방해물을 만들어 낸다. 또한 자기평가를 모호하게 한다. 자기 불구화의 또 다른 예는 귀인에 대한 방어물이다. 즉, ‘나는 내일 큰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늘 밤 나가서 한바탕 놀 거야.’ 와 같이 어려운 시험을 앞두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가 노력의 부족인지, 능력의 부족인지를 애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낮은 자존심을 가진 우울한 사람은 자신의 ‘최적의 능력’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막으려는 귀인 조작법에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고 가능성 낮은 결과를 추구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러한 결과의 실패는 실제 잠재력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아마 그 누구라도 실패했을 것이다). 노력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끝내고, 다른 사람을 자극하고,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측정하는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을 피하려는 또 다른 귀인 전략이다. 그래서 우울한 사람은 성공을 위해 더 낮은 단계를 실행하는 것을 거절한다. 왜냐하면 어떤 낮은 단계에서의 실패는 능력 부족이라는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반면 ‘거대한 계획’에서의 실패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목표가 더 높았기 때문으로 의미를 축소할 수 있다.

 인텔리로서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 자신을 비교하는 대학생의 사례를 보자. 그는 열심히 공부하기보다는 술을 마시고 당구나 치며 허송세월했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수업 과정에 등록했다. 그의 자기 불구화 귀인은 그가 실패한다면 그는 ‘의미 없는 과정’의 ‘고역’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고, 반면 그가 성공한다면 천재라고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의 실제 잠재 능력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없다. 실패와 성공 모두 그의 ‘귀인 조절’ 안에 있는 것이다.

- 보호적 완벽주의 -

 또 다른 자기 불구화 전략은 자신을 평균적으로 보는 데 대한 보호로서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이 완벽에 실패한다면, 그러나 그것이 ‘극도로 어려운 업무’였다면, 개인의 능력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모호하게 한다(살바도르 달리가 말한 것처럼, 완벽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그것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결코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심하게 우울한 여성은 이러한 완벽의 기준이 그녀의 자존심을 유지시켰다는 믿음 때문에 완벽한 파트너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강하게 저항하였다. ‘내가 이 기준을 포기한다면, 나는 단지 모든 사람들과 같아질 것이다. 비록 내가 완벽한 파트너를 가질 수는 없더라도 나는 여전히 완벽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관점에서 완벽주의를 버린다는 것은 아주 하찮은 사람들의 세계로 자신을 추방시키는 것일 수 있다. 그녀가 파트너와 직업에 대한 과도한 이상을 버릴 때 그녀는 우울증이 호전되는 데 도움이 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위에 기술한 자기 불구화와 비슷하게 완벽주의는 개인이 정상 곡선으로 측정되는 것을 피하도록 해 준다. 그는 100%가 되는 것에 실패한다면, 그 다음에 보장되는 결론은 오직 그는 완벽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는 분수에 맞지 않는 높은 기준을 가진다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자신의 상대적 기준을 결정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기준 척도로 측정되는 것을 피한다.

 (중략...)

 ...자기 불구화 환자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녀는 변화를 원하고, 그래야 무력감을 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변화를 통해 실패가 다른 요인에 귀인될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실제 능력의 직접적인 평가의 위험에 빠진다. 그녀의 두 번째 두려움은 그녀가 실행에 직면할 것이고 그래서 되돌리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녀는 되돌아올 수 없는 위치에 도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