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만에 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냉동실에 얼려진 떡이 1kg는 족히 되게 있는 걸 발견했다...-_ 아마 반 년쯤 됐을 텐데...
고추장 세일할 때 2kg 사둔 것도 먹어치울 겸, 이틀째 집에서는 밥 대신 떡볶이로 끼니를 때우는 중이다
내친 김에 계란이랑 어묵도 사다 놓고, 큰맘먹고 피자치즈(!)도 사다놓고, 멸치랑 다시마로 육수 내서 치즈떡볶이만 줄창 먹어대는 중이다 - 맛있다!
(보통 레시피는 한 너덧 개쯤 검색해서, 각각에 없는 부분을 서로 갖다붙여서 한꺼번에 적용시킨다 - 독창적인 맛을 추구한다...-_ )

...요즘은 장마철이라 그런지, 해놓은 음식도 정말 빨리 상하고, 재료를 장기간 보관하기가 영 마땅치 않다
(지난 겨울에 해먹고 카레를 한동안 안 해먹었더니, 카레 끓여놓은 게 그냥 놔뒀다고 하룻밤만에 상해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ㅠ )
요즘 사다놓는 건 거의 인스턴트, 냉동보관 식품이나 (냉장도 금방 상한다...) 하루만에 다 먹어치울 수 있는 것들이다
양파도, 한번 사면 요리에 일부러 듬뿍 넣어서 하루-이틀만에 다 먹어치운다-_ 일반적인 양의 두 배에서 세 배 가까이 넣는 것 같다 -

p.s. 요리가 재밌긴 한데, 감으로 대충 때려넣는 수준 이상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다 - 진지하게 뭘 배워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p.s.2. 요리학원 다녔던 우리 형은, 내가 무슨 요리를 할 때마다 자꾸만 맛에 딴지를 걸었었지...-_ 근데 정작 나도 형 요리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 -
(그냥 딴지를 걸면 상관없는데, 꼭 자기는 ‘배웠고’, ‘수준이 있고’, 내 요리는 되는 대로 막 만든 거라는 식으로 은근슬쩍 나를 깔아뭉개니 원...-_ )

2.
디아블로 3 - 나름 추억의 게임 후속작이라 관심도 가고 떡밥이 워낙-_ 요란하길래, 발매 전부터 동영상부터 이것저것 찾아보고 했었는데
보면 볼수록, 이건 뭔가 시대착오적인-_ 대작의 후광 빼곤 뭐가 크게 없는 게임이다 싶어서 살 생각도 안 했었다
그런데도 한동안 디아블로 열풍이 부는 걸 보고, 이건 분명히 거품이다-_ 간디 유혈사태 뭐시기 하던 그런 느낌이다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문명 5도 내가 보기엔 거품이 꼈었다-_ 오히려 문명 4에서 전투 빼고는 다소 퇴보했다는 느낌 - 확장팩 gods and kings는 아직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최근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니, 그 거품이 조금씩 꺼지고 있는 모양이다 - 어디까지가 거품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
블리자드 측에서는 나름 디아블로 2 때 열풍을 생각하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 티가 폴폴 나는데... 애초부터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거겠지 -

p.s. 예전부터 돌아가는 거 보자 하니, 세계 게임 시장에서는 아마도 한국이 가장 - 압도적으로 - 매력적인 (시장이라기보다...) 도박장일 듯하다
이런 식으로 내실 없는 개살구가 인터넷 상에서 순식간에 주류 컨텐츠로 부각되고 트렌드가 되는 현상이 흔한 건 아니겠지 -
p.s.2. 그렇다고 디아블로 3이 망작이다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_ 웹상에서 무슨 희대의 명작인 양 (‘악마의 게임’?) 취급받던 현상에 대한 거다 -
p.s.3. 더 나아가면, 이건 인터넷의 발전과 인터넷 공간의 파급력 뭐시기 하는 얘기로 나가야 할 텐데... 그걸 쓰기엔 아직은 내가 깜냥이 안 된다-_

3.
어렸을 때부터 책을 정말 많이 읽었고, 특히 군대 있을 때는 남는 시간마다 미친 듯이 책을 읽어댔었는데
요즘은 소설이고 뭐고 책을 별로 안 읽게 된다 - 영화도 마찬가지고, 게임도 마찬가지로 시들하다 - 그러면서 예능은 매주 거의 꼬박꼬박 챙겨본다...-_
...사실 최근 몇 달 간 읽은 책이라고는, 소설책 한두 권 빼고는 공부하느라 읽은 두꺼운 전공서적이 대부분이었는데
순전히 필요에 의해 읽은 책이라도, 읽고 나서 단순한 data의 나열 이상의 뭔가가 남는 게 있으면 그건 엄연히 독서라고 생각한다 (...)

...우리 사회에는 책에 대한 과도한 praise와 더불어, (지적 - 학구적 - ‘문학소녀’ - ) 어려서부터 무조건 책을 많이 읽혀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머리가 굵기 전에 이런저런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히는 건 오히려 좋지 않다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발달이론에서 아이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부모나 형제자매, 친구 등 주변의 중요한 인물들인데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 그 정도의 강렬한 임팩트를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 TV, 게임, (특히) 책 등의 매체들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서히) 내면화되는 서사(narrative)가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서사를 전달하는 책 등의 매체들 -
예술의 이름으로 씌여진, 다양한 왜곡된 (abnormal - ) 서사들을 (일관성있게) 접하고, 지나치게 내면화할 가능성 -
(한두 번 접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일관적으로 - 그리고 지속적으로 유사한 서사에 노출될 경우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 같다 - )
(어느 정도 머리가 굵고 난 뒤, 내면이 어느 정도 stabilize된 - 기반이 잡힌 상태에서 다른 다양한 서사들을 두루 접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겠지만...)

4.
집 안에 파리라도 한 마리 들어오면, 갑자기 집안에 활력이 돈다
낮잠자던 고양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이상한 울음소리 (갸갸갸갹...) 내면서-_ 온 집안을 싸돌아다니며 파리를 사냥한다...-_
(막 벽 타고 점프하고-_ 파리가 워낙 날쌔서 못 잡을 줄 알았더만, 그걸 또 결국엔 잡더라...-_ )
집 앞에서 잠자리 잡아 오는 건 예사고 (...) 얼마 전에는 무려 버둥거리는 힘 빠진 모기를 갖고 노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
...고양이가 갈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것 같다 - 이제는 못 나가게 현관문 닫아 놓으면 방충망 열고 나간다-_ (어떻게 여는지는 잘 모르겠다...-_ )

5.
RPG 게임에서 캐릭터 직업 고르는 데에서부터 어느 정도 사람 성격이 (은근히...) 드러나는 듯하다
무조건 양손무기 전사 캐릭만 고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무조건 마법사만 고르고, 어떤 사람은 도적류만 고르는 등등 -
...나는 주로 발더스게이트 류나 마이트앤매직처럼 파티 전체를 편성하는 게임을 가장 좋아했었고,
그게 안 될 때는 최대한 다재다능해 보이는, self-sufficient한, sustainable한 캐릭터를 고르곤 했다 (WOW의 경우에는 주술사와 사냥꾼 - )
(물리적으로) 약해빠진-_ 캐스터류나 둔한-_ 탱커류, 고지식한-_ 성직자류는 본캐로는 거의 골라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키워도 그닥 애정이 가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디아블로 2에서는 쌍칼 들고 날라다니는 더블스윙/프렌지바바가 본캐였다 - 남들 다 하는 훨윈드바바는 그닥 하기 싫어서...)
(...삼국지에서는, 무력만 무식하게 높은 허저나 장비 등은 잡는 즉시 처형이었다-_ 유비 정도 (어정쩡한?) 스탯의 밸런스형 인재를 애지중지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예전부터 학교 다닐 때부터 “하나만 잘 하면 대학 간다.” 식의 레토릭에 대해서도 꽤나 반감을 갖고 있었다 - )

...대부분의 게임에서의 캐릭터 육성은, pre-design된 대로, 주어진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mmorpg는 더 심하다 - )
게임 자체에는 종종 실망하면서도-_ 캐릭터 육성에는 꽤나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게, 지금 플레이 중인 유일한 온라인게임 ddo다
여기서도 퓨어클래스로는 절대 안 키우고 무조건 멀티클래스를 가다 보니, 종종 잡캐 취급받을 때도 있고-_ 독특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한데
지금 키우고 있는 캐릭터는 두 개다 - rgr11/art8/wiz1, brd12/art6/rog2 (링크) - 공통점은 둘다 잡탕이라는 점...-_
최대한 다재다능하게, ‘타캐릭 의존도가 낮게’, multi-role을 모토로 해서 - 잡스러움 속의 조화로움을 컨셉으로 밀고 가는 중이다

p.s. 얼마 전, ddo 확장팩 menace of the underdark 발매되다 - 일단 사긴 했는데, 버그가 많은 듯...-_ 리뷰는 u15 나올 때까지 유보할 생각이다 -

6.
나가수는 태생부터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애초에 의미있는 변화를 꾀한다는 것 자체가 버거운 것 같다
무슨 김건모 트라우마(...) 옥주현 트라우마라도 있는 건지-_ 시즌 2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 눈치만 슬슬 보는 몰골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번엔 무슨 뭐, 실격 처리? 룰? 가사 틀려서? 실격 처리 안 했어도 자진하차했을 거라고? 장난하나...-_
...이건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건데, 만약, (나가수 이슈몰이에 편승해서 얼마 안 있어 나왔던 - ) 불후의 명곡 2가,
초반에 들러붙던 “저까짓 게 무슨 전설이냐?” “전설이면 이 정도는 돼야지 - ” 운운 하던 떨거지들한테 나가수마냥 추풍낙엽처럼 휘둘렸다면
지금처럼 차별성 있게 살아남기는 힘들었을 거다 - 진짜로 - (딱 나가수 옥주현 꼴이 나고, 프로그램은 지금쯤 문 닫거나 나가수 mk.2가 되어 있었겠지 - )

7.
인터넷에서 구입한 7천원짜리 모기장 - 이거 성능 대박이다...-_ v
텐트처럼 위에서 덮어쓰고 자는 방식인데, 원시적인 것 치고는 모기 차단 효과는 탁월하다 - 영 뼈대가 부실해서 1년 못 가서 부러질 것 같긴 한데...-_
워낙 낡아빠진 옥탑방이라, 창문을 열어놔도 바람도 잘 안 통하고, 낮에 뜨겁게 달궈진 열기가 식는 데도 한참이 걸리는지라
최근에는 밤만 되면 옥상에서 돗자리 깔고 모기장 덮고 일종의 노숙-_ 야외취침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껏 푹푹 찌는 집안에서 억지로 잠을 청한 게 바보짓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_ 바람도 솔솔 불고 엄청 시원하긴 한데
스탠드 켜 놓고 책 읽다 가끔 보면, 모기장 너머에 모기 수십 마리가 살벌하게 달라붙어 있다...-_ 마치 창살 안에 갖힌 듯한 느낌이다 -

p.s. 저어어어엉말 덥다...ㅠ 한낮에 집에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히고 막 죽을 것 같다... 본의 아니게 도서관 죽돌이가 되어가는 중 -
p.s.2. 고양이가 자꾸 모기장 옆을 기웃거리면서 귀엽게 냐옹거리면서*-_ 안으로 들어오려고 발버둥친다...-_
그래서 모기장 걷고 들어오게 해 주면, 또 금방 냐옹거리면서-_ 나가려고 발버둥친다...-_ 그 와중에 틈새로 모기 막 들어오고... 이거 뭐야

8.
세계관에 대한 서술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
그 중에는 앞날에 대한 낙관으로 가득찬 진보적인 세계관이 있고, 변화를 경계하고 과거의 황금기를 회고하는 과거(회귀)지향적 가치관이 있다
전자에는 자유주의, 과학주의 등이 포함되고, (현재의 스마트폰 열풍과 정보사회, ‘혁신’ 드립 등도 비슷한 맥락에서 본다)
후자에는 잃어버린 낙원을 노래하는, 예술적인 - 낭만주의가 포함된다 (과거 ‘공동체’로의 회귀, ‘구석기 다이어트’, “요즘 애들은 왜 이러냐?” 등등 - )
물론, 사람마다 제각기 지키고 싶은 가치와 버려도 무방한 가치가 있기 마련인데 (ex. 전자음악은 혐오하지만 PC게임 중독자?)
이런 낭만주의적 세계관에는 과학, 신문명,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혐오가 실린 경우가 많다 (ex. 나가수 팬덤에 실린, 아이돌과 전자음악에 대한 혐오 - )

...어떤 사상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 애초에 어떤 사상을 완전히 뿌리뽑을 순 없다 - 하지만 그게 ‘큰 흐름’으로 부상할 때는 문제가 된다 -
...예전에 끄적였던 낙서랑 (링크) 어느 정도 관련있는 글인데... 여전히 어렴풋하고 흐지부지한 건 마찬가지다 -

p.s. 혐오, 역겨움이라는 감정에는 대부분 일종의 완고함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 “나는 너무도 완고해서, 내가 완고하지 않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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