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 퇴근한 김에 퇴사까지

Posted 2024. 3. 12. 21:02,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

신건희 - 퇴근한 김에 퇴사까지 (페스트북) 中 군데군데 발췌.

 

p.28-29

 퇴사를 결정하고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보통 '무엇(What)'이다. 퇴사하고 뭐하지? 퇴사하고 여행이나 갈까? 이직은 어느 회사로 해야 하지? 실은 '왜(Why)'라는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는 왜 퇴사를 할까? 나는 왜 굳이 떠나려는 걸까? 나중에라도 이유를 붙일 수 있다면 그 퇴사, 충분히 좋다.

 떠남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걸려 넘어지더라도 힘을 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반대로 그저 끌리는 대로만 걷다 보면 쉬이 지치고 만다. 왜 괜히 나와서 이 고생을 하나 싶다. 충동이나 로망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의미가 있는가?
  • 몰입할 수 있는가?
  • 자유로운가?

 원인을 알았다면 이제 해결책을 꺼낼 차례다. 의미 있는 일, 몰입할 수 있는 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일이 지금 회사에 없다면? 떠나야 한다. 인생은 포기와 선택의 연속이다. 단단한 기준에 기반을 두고 삶을 더 건강하게 끌어가야 한다.

 

p.34

 모순이 하나둘씩 쌓여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을 때, 퇴사를 결심한다. 난 그랬다.

 

p.58-60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한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겠냐고. 역으로 되묻고 싶다. “그럼 싫어하는 일만 하면서 어떻게 살까요?”

 ...이 순간이 날 괴롭게 만들 뿐이라면, 우리 사이엔 이별이 필요하다. 단순히 힘들어서가 아니다. 힘들었다면 오히려 버텼을 거다. 괴로움과 힘듦은 다르기 때문이다. 힘듦은 성장의 촉매제이자 내가 가치 있다는 증거다. 하는 일이 힘들지 않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괴로움은 다른 영역의 문제다. 버틸 필요가 없다. 자신을 갉아먹기 떄문이다. 힘들면 버티고, 괴로우면 나가야 한다.

 지금 난 괴로운 걸까, 아니면 힘든 걸까?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오래간만에 헬스장에 가서 잔뜩 조져지고 왔다. 근성장에 진심인 회사동기 덕분이다. 힘들다. 정말 힘들다. 하지만 덕분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물론 내일이 되면 온갖 근육통에 시달리겠지만 최소한 괴롭지는 않다.

 괴로움은 아무런 보상 없이 사람을 소모시킨다.

 사람은 다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간다.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이상적인 일의 형태가 조금씩 움튼다. 퇴사는 그 과정에서 잠시 겪는 에피소드다. 최소한 싫어하는 일만 하면서 살지 않으려고 치는 발버둥이다. 분명 힘들겠지만 알고 있다.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걸. 긴 시간이 흐르고 뒤를 돌아봤을 때 이만큼이나 왔다며 놀랄 거라는 걸.

 

p.69-70

 퇴사하기 좋은 날이란 결코 오지 않는다. 그저 선택을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다.

 

 모든 결정은 후회를 남긴다. 한쪽 길을 택하면 다른 길은 걸을 수 없다. 그 길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다.

 순간순간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보다 중요한 건 그 선택의 기준이다. 기준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금새 무너진다.

 

p.73-75

 퇴사는 좋은 결정이었을까? 알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좋고 나쁨은 결과로 드러난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옳은 결정이었는지, 혹은 더 맞는 결정이었는지는 알 수 있다.

 퇴사 때문에 싱숭생숭할 때면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 곱씹어본다. 난 철저히 내면을 따랐다. 이기적이지만 효과적이다. ...

 내면을 꺼내놓고 잘 관찰해보자.

 어떻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면 이렇게 생각한다. 아직 그렇게 절박하진 않구나. 물에 빠진 사람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뭘까? 당장 물 밖으로 나와 산소를 마시는 거다. 불타는 빌딩에 갇혔다면 탈출해야 하고, 폭주 기관차가 달려들고 있다면 옆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면 여유가 있는 거다. 괴롭고 힘든 거랑은 별개로.

 ‘간절해야 뭔가를 이룰 수 있다, 미쳐야 미친다’ 같은 충고를 하는 게 아니다. 내면에 따라 살고 결과를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회사에서 미치도록 힘들다면 나와야 한다. 그게 두렵다면 남아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현실을 부정하면 괴롭다. 괴로움이 커지면 자기 손해다. 욕심을 버리거나 행동해야 한다.

 

p.77

 회사는 도망이 아니라 탈출이다. 둘의 차이는 명확한 목적의식에 있다. 도망은 그저 현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목적이지만, 탈출은 더 나은 곳에 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탈출에는 항상 목적지가 있다. 회사를 탈출했다면 다른 일을 해야 하고, 감옥에서 탈출했다면 고향이라도 찾아가야 한다. 문제가 내부에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탈출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해야만 보이는 게 있다. 킥판에서 손을 떼어야 프리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것처럼.

 

p.92

 노력과 존버 정신은 꼭 필요하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버틸지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다. 존버에는 이유와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p.97-99

 퇴사는 마지막처럼 보이지만 실은 준비과정에 불과하다. 다음 목적지에 안착해야 결실을 맺는다. 거기서도 의미를 찾지 못했다면 다시 떠나야 한다.

 

p.99-100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 호기심이 많은 어린아이처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왜라는 물음은 논리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낸다. 단단한 기반이 없다면 더 이상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혹은 대충 얼버무리게 된다.

 만약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아무리 소비를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면, 물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은 본질을 찾는 과정이다. 중요한 부분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걷어낸다. 자신과의 대화란 거울을 보고 하는 혼잣말이 아니라, 자문자답의 반복이다.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완전히 납득하지 못해도 된다. 파고든 깊이만큼 신념은 보다 더 단단해진다.

 

p.100

 일은 왜 하는 걸까?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퇴사하는 보람도 없지 않을까?

 

p.104

 헨리 포드는 분업 시스템을 도입해 장인의 전유물이던 생산 기술을 다수의 생산직 노동자에게 위임했다. 한 사람이 혼자 자동차를 만들려면 엄청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분업을 통해 업무를 세분화하면 누구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 문제는 일하는 주체가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는 데 있다. ...실제로 분업 시스템은 이른바 ‘노동 소외’ 현상을 야기한다. 노동자는 생산수단을 소유하지도, 생산과정을 통제하지도 못한다. 그저 자신의 노동력과 임금을 교환할 뿐이다.

 노동 소외는 일에서 동기, 보람,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다. 계속 반복되면 자신의 인생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퇴근 후에 ‘진짜 삶’을 찾는다. 이들에게는 워라밸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나 공부, 취미를 즐겨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과 삶이 꼭 분리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일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일에서 충만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동시간을 줄여도 공허하다.

 회사에서 나를 찾을 수 없다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 회사 업무의 문턱은 분명 낮지만 모두를 품을 수는 없다.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자. 그게 돈이든 지위든 안정성이든 보람이든 영향력이든. 자신의 일이 욕망을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한다면 떠날 시간이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욕망을 따르는 일이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p.109

 ‘워라블(Work & Life Blending)’... 이제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퇴근하느냐가 아니라, 퇴근 전까지 어떤 일을 하느냐다.

 ‘일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아무리 워라밸에 진심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도 마음이 헛헛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저히 내 삶과 섞을 수 없는 업무환경과 사내 문화. 애사심은커녕 한 줌의 소속감도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칼퇴를 해도 그 전까지는 붙들려있어야 하는 곳이다. 그것도 가장 생기가 도는 아침부터 저녁 전까지.

 3년 동안 회사에서 일해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일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일은 단순히 밥벌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가능하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연결된다. 8시간 동안 좀비처럼 일하다가 퇴근과 동시에 탈출하듯 박차고 나가는 삶. 이건 내가 바라는 일의 모습이 아니다. 몇 시간을 일하든 충만함을 느끼고 싶고, 적어도 무의미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싶진 않다.

 책 <삶으로서의 일>은 의미 있는 일터의 조건으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한다.

  • 목적
  • 개인적 성장
  • 소속감
  • 리더십

 반대로 생각해보면 직장에서 위의 조건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시간만 죽이고 있는 셈이다.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조직 단위에서 일에 의미를 주려는 노력이 없다면 나라도 부여해야 한다. 무의미한 일을 억지로 참고 견디라는 말이 아니다. 찾아 나서야 한다. 만들어야 한다. 나만의 소명의식을. 일과 삶의 의미를.

 

p.113

 영혼을 담으려면 눈에 힘을 줄게 아니라 실제로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p.120

 고민의 흔적이 쌓이면 남에게 공유할 수 있다.

 

p.122-123

 사람은 일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소모된다. 한마디로 갈려나간다. 양적으로는 성장하더라도 내면은 공허하다.

 일을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쉽게 지쳐버린다. 번아웃 증후군은 단순히 일이 많아서 오는게 아니라 무의미한 일에서 오는 거부반응이다. 일의 강도 자체가 세지 않더라도 번아웃이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취미생활을 많이 해도 일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버티기 어렵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일하면 지치지 않는다. 비전은 단순한 목표와는 달리 설령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의미를 향한 발걸음만이 일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비전을 찾으려면 충만함이 남긴 흔적을 좇아야 한다. 영혼이 한껏 채워지는 느낌, 그게 충만함이다. 시간이 아깝지 않고 소모되지 않는다. 순간에 몰입하게 되고 자유를 경험한다. 이는 기쁨이나 행복과는 다르다. 기쁘지 않더라도 충만할 수 있다. 행복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는 있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행복이 아니라 의미를 찾아 떠나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맞는 고통을 지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나의 비전은 뭘까? 만약 지금 일에 비전이 없어서 퇴사를 하는 거라면, 무엇에 의미를 두고 일해야 할까?

 

p.132

 ‘내’가 되는 일이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 자율성
  • 성장
  • 기여

 내가 되는 일이란 스스로 결정해서 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커리어 혹은 인간적인 성장을 끌어내야 하고, 타인에게 어떤 형태로든 기여해야 한다.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모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내가 되는 일의 세 가지 요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영향력’이다. 영향력이 높으면 그만한 책임과 부담을 지지만 일의 만족도는 높다. 반면 아무리 업무가 편하고 보상이 높아도 아무런 영향력 없이 휘둘리기만 한다면 만족도가 낮아진다.

 

p.147

 번아웃은 일의 강도나 시간이 아니라 일에 의미가 결여되었을 때 고개를 내민다. 어딘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성취감, 업무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 자신의 능력이나 흥미에 맞는 업무 등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p.152

 내가 퇴사를 한 이유는 1) 업무가 내 흥미와 재능에 맞지 않아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2) 월급만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고 3) 같이 성장하며 협력적으로 업무할 수 있는 사내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다.

 

p.156

 '내게' 좋은 직업이란 어떠해야 할까? 저마다의 욕망은 고유하니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 업무가 적성과 흥미에 맞아야 한다.
  •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한다.
  • 업무를 통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 노력이 실제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
  • 협력적이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일해야 한다.
  • 비효율적인 허례허식과 의전, 그리고 비합리성이 없어야 한다.
  • 구성원이 명확한 비전과 건강한 가치관을 공유해야 한다.
  •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업무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 구성원끼리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p.167

 내일을 기다릴 수 있는 건 ‘성장’하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나의 모습, 그게 성장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가 성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퇴행하는 경우도 있다. 성장하려면 의도적이고 지속적으로 뭔가를 실행해야 한다. 꼭 특정 목표치가 없어도 된다. 건강해진다는 추상적인 목표를 세우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식단 관리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 식이다.

 그럼 어제보다 나아졌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하다. 어제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으면 된다.

 

p.200

 결국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내면에는 어떤 질문이 움트는지.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고, 그 만남을 또 이야기로 재생산한다. 이야기를 계속하려면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어떤 주제라도 상관없다.

 

p.216

 날 우물 밖으로 이끈 건 오로지 의미였다. 삶이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엄습하니 몸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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