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정보 없이 도서관에서 발견해서 (눈에 띄어서) 꺼내보다.
최근에 그림 운운 해서 다시 조금씩 간단하게 그려보기 시작한 것도 있고... 그전부터 정서와 이미지를 연결하는 작업은 늘 내 관심대상이다.
예전부터 찾아보던 색채심리도 (간단히) 포함되고. 숫자상징까지...
아마 몇 년 전에 봤더라면 걍 뭥미-_- 하고 치웠을 그런 모호함들인데... 어느 정도 감이 있는 지금은 상당 부분 받아들일 수 있다.
요런 모호하기 짝이 없는. 구체성이 흐릿한. 느낌적인 느낌스런 헐레헐레한 감각들이. 단순한 비약이나 머리로 끼워맞춘 짜집기가 아니라는 거...


피분석자에 대한 개인적인 맥락에 대한 정보 없이. 순전히 그림만 가지고서 그림 그 자체가 ‘말해주는’ 것들을 읽어내는 것...
단순히 ‘진단적인’. 환원적인 분석 이상의. 심상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어떤 에너지의 흐름과 배치. ‘심리학적인’ 의미를 감지하는 것...


“이미지로 이루어지는 원초적 생각하기... 우리는 의식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우선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들은 것은 청각 이미지로, 냄새를 맡은 것은 후각 이미지로, 감지된 것은 내면의 촉각 이미지로...”
“정서를 이미지로 옮기게 될 정도-즉 다시 말해 정서에 숨겨져 있었던 이미지를 발견할 정도-까지 되면 나는 내부적으로 차분해졌고 안정되었다.“


“그림에는 그리려 시작했던 처음의 의도와 달리 뜻하지 않게 무의식의 성향이 반영되어 제3의 것이 드러나게 된다.”
“그것들이 예술로 고려된 것인가 혹은 아닌가는 여기서는 상관이 없다.”
“융은 우리 내부의 이미지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그 자체로 드러나는 (의식에 대한) 타자임을 밝히기 위해서 객관정신을 이야기하였다.”
“그림들은 철저히 객관정신의 현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어케 보면 되게 막연할 수 있는 그림 해석에... 그나마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어떤 모델을 제시한다. (그림 해석에 한정될 필요가 없을 듯-)
“그림이 ‘스스로’ 우리에게 말을 걸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그림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향-외향 및 융심리학에서 말하는 의식의 네 기능(의 가설)... 감각 감정 사고 직관의 차원에서 오목조목 뜯어보는 질문들을 통한 가설의 구체화...
“가설의 공식화는 그림의 여러 다른 요소들에 의해 검증될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을 확인하려는 우리의 관심을 활성화하도록 한다...”


“스스로 내가 사랑한 가설과의 동일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악마의 대변자가 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얼마나 쉽게 가설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그래서 어떤 식으로 자신이 만든 가설에 전혀 비평을 가할 수 없게 되는지...”
“우리 자신을 투사하는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 반대가설을 구체화해야 된다.”
“가능한 의미들에 대해 계속 의심을 가져보는 것... 우리가 분석하는 매번의 관점은 어떤 것을 의미하거나 혹은 그것의 반대를 의미할 수도 있는 것이다.”
“yes와 no 사이에서 필수적인 긴장을 유지하는 것...” “(그 긴장 사이에서) 뭔가 살아있는 것이 떠오르게 되는 것....”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정된 이론을 세우려 할 것이고, 그림의 살아있는 정신을 말살하려 할 것이다.”


“그림의 각기 다른 요소들의 기본적인 확충은 실제로 거기에 머무른다는 것이 중요한데, 소위 말하자면 그것을 지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림들이... 살짝 예전 내 꿈들을 연상시키는 그림들도 있고... 뭔가 확 오는 그림들이 몇 개가 있네.
보면서 내가 어느 정도 감이 있나 싶다가도. 어케 보면 매 그림마다 뭔가 굉장히 나 자신을 투사해서 보고 있다... (별로 객관적이지가 않다.-_-)


“끈기 있게 심혼에 관한 회화적 표현을 하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할 뿐 아니라, 그 의미를 증류하기 위해 끈기 있게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그것이 이해되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림을 그리고 이해할 필요도 있지만, 또한 그것을 다시 채색하고 다시 새롭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내면의 이미지가 해방되어 의식이 된 후에, 무의식의 심연에서 취득된 통찰력은 개인적 현실성과 재통합되어야 한다.”
“이미지로부터 ‘윤리적 결론’을 얻어낸다.” “이미지의 의미를 숙고하여 얻은 통찰력을 생활로 가져오려고 노력하는 것....”
(꿈 등도 마찬가지-)
“당신은 인내심을 갖고 작업함으로써 당신의 영혼을 획득할 것이다.”
(연금술 경구-)


문득 돌이켜보면... 예술가들이 뭔가 되게 확 오는 뭔가를 만들어놓고도. 정작 그 구체적인 의미에는 깜깜한 경우는 되게 많이 본 거 같다.
어떤 ‘상징화’에 능한 거랑. 그 심리적인 과정이나 감정을 (의식적으로) 다루는 데 능숙한 거랑은 꽤나 별개의 영역이란 느낌이다...


융 말년에 ‘레드 북’ 운운... 내가 찔끔찔끔 그리는 거 나중에 진지하게 색칠까지 다 해갖고 모으면 살짝 레드 북 비스무리한 게 될 수도 있겠네-


색채심리. 요거는 예전에 관심갖고 몇 번 찾아보기도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내 문제들과 관련해선) 감이 있단 느낌이다.
요 책은 분량도 그렇고. 색채심리만 별도로 다룬 책들에 비해서는 막 자세하게 다루진 않는 느낌이다.
(사실 구구절절 설명을 읽고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게 중한 게 아니라. 느낌적인 느낌. 감을 잡고 나면 오히려 읽을 필요가 없는 그런 거니까...)
색채는 늘 정서와 관련된다. 정서적인 배경. 정서적인 뉘앙스...
“그림 속 색채의 상징에 집중할 때, 표현된 색채들에 더 잘 집중하기 위해서 어떤 색채들이 쓰이지 않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꽤 도움이 된다.”


숫자상징. 요거야말로 (모호한) 색채보다도 *훨씬* 더 모호하고. 잘못 가면 너무 신비주의적으로 가기 쉬운 그런 느낌인데...
그럼에도 분명히 심리적인 실체가 있고. 의미가 있는 내용들이다... (but 적용할 때 엄청 조심해야 될 거 같다...)
‘제일 좋아하는 숫자’만 생각해보더라도... 의식적으로 따지다간 점점 다 그게 그거 같음에도... 골똘하다 보면 ‘팟-’ 오는 게 분명 있듯이...
요런 모호한 영역의 내용들은. 어떤 ‘개별적인’ 감을 잡는 데 참고하라고 있는 거지. 어따가 곧이곧대로 갖다 적용하라고 있는 게 아니란 느낌이다...


“융은 숫자를 의식화된 질서의 원형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폰 프란츠가 지적한 것처럼, 질서에 대한 인간의 이념은 전의식적 양상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원초적 정신은 숫자와 같은 것이다. 우리 정신의 기본 질서는 숫자인데, 융이 지적한 대로 숫자는 정신의 가장 원시적 표명이다.”


책이 풀칼라에 빳빳종이라... 두께(분량)에 비해 엄청 비싸네.-_- (돈만 아니면 갖고 있고픈 책이긴 한데... 일단 걍 도서관에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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