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블랙핑크 노래 이것저것 듣다가... ‘보니 앤 클라이드’ 맨날 여기저기 유명한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번 보고 싶어졌다.
(사실 대충 어떤 느낌일지 뻔한 느낌이라... 막 큰 재미를 기대하진 않았던 것 같다.-_-...)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적인 니힐한 정서 자체는 확 오는 게 있네...) (옛날 영화인 걸 어느 정도 감안하고 보면...)


시작부터 가타부타 없이- 알몸으로 거울- 니힐한 분위기- 권태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
인상 빡 구기고 침대에 드러누운 채. 뭔가가 속에서 꽉 틀어막힌 듯- 꾸욱- 도끼눈을 한 채 침대에 퍽- 퍽- 주먹을 내려치는 보니 파커-
서부 마을 주점의 웨이트리스... 출근도 하기 싫고... 마치 ‘갇힌’ 듯이. 답 안 나오는 깝깝한 일상의 굴레. 모든 게 다 엿같고. 공허하고. 맘에 안 들고...
그러던 차에. 창문 밖으로. 어머니 차를 훔치려던 stranger- 클라이드 배로우를 목격하고 “Hey!” 저지하고-
(벌써 미묘하게 활기를 띤. 은근한 표정-) (보통 저지하든 말든 몰고 튈 텐데. 클라이드도 뭔가 낌새를 감지한 것 같이. 그대로 멈춰서. 보니와의 대화-)
(둘 다 첫눈에 느낌으로 서로를 알아보고. 확 이끌리고. 미묘한 기류가 오가는 느낌이다...)
그와 마을까지 동행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결국 권총으로 노점을 터는 클라이드와 동행하여 그대로 차를 타고 달아난다.


“Why, what do you mean why?! Because you are different! That's why. You know you're like me. You want different things.”


그렇게 시작된 방랑 은행강도의 길- 훔친 차에서 훔친 차로 옮겨타 가며-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가며 권총협박 은행털이-
총 쏘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운전에 협박까지. 점점 능숙한 베테랑 은행강도 콤비가 되어간다.
(텍사스- 사막 마을- 서부극스런 느낌이 살짝 있다...)
무법자. 방랑자. 떠돌이- 고리타분한, 꽉 짜여진 보편 질서의 바깥에 머무르는. 법과 체계에 엿을 먹이고. 꽉 막힌 규율보다 위에 서는 스릴과 쾌감-
집시스런. ‘땅과 지상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와 낭만- 혹은 ‘특별함’과 ‘남들과는 다름’의 감각일 수도 있고...


은행을 털면서도. 파산해서 은행에 집 저당잡힌 (‘뺏긴’) 비참한 농부한텐 친절히 대해주고... “You bankrupted? We rob the banks.”
답 안 나오는 사회- ‘경제’의 상징인 은행을 털고. 가난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나름 민중영웅 취급인가...


but. (당연히도-) 그렇게 무난하게. 즐겁게. 희희락락- 성공적으로 강도짓을 하던 꽃길같던 나날이 계속되진 못하고-
결국 클라이드가 은행강도짓 와중에 반항하며 들러붙은 은행원을 살해하게 되고-
살인으로 죄질 자체가 달라지니... 경찰의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각잡은. 조직적인. 본격적인 추격을 받기 시작한다...
(이미 이때부터 얘네들 사이에선 미래가 없는. 다 좆되라는. 니힐한 느낌이 농후하다...)
서로 붙들고- 울먹이듯- 클라이드는 추격을 혼자 감내하고 보니를 보내주려 하지만. 보니는 거절한 채 쭉 클라이드의 곁에 남는다... (영혼의 단짝-)


계속되는 방랑과 경찰의 추격- 기습과 매복과 총격전- 탈출- 불안정한. 쫓기는. ‘내일이 없는’ 나날들- 와중에 계속되는 은행강도짓-
탈출과 치열한 총격전 와중에 경찰 사망자가 계속 나오면서... 점점 더 돌이킬 수 없게 되어가는 느낌이다...


“At this point, we ain't heading to nowhere. We're just running from.”


이 보니는... 좀 더 쿨하고 니힐하고 시크한 badass girl일 줄 알았는데. 한편으로 은근 여린. 감상적인. 철부지스런 면이 있네...
(울면서) “I want to see my mama. I've been thinking about my mama, and she's getting so old, and i want to see her. please, Clyde...” 음.-_-
(지금 돌이켜보면.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는. 끝을 실감한 채 마지막으로 엄마를 보러 간 건가- 참작이 되기도 하고...)
결국 엄마 보러 갔냐.-_- 모처럼 고요한 (but 공허한. 모두가 끝을 예감하는) 유예기간- “You'd best keep running, Clyde Barrow. And you know it.”


“But where can we go now? We rob the damn banks. What else do we do?”
“You know, when we started out... I thought we were really going *somewhere*... but this is it. We're just going, huh?”
“What would you do...? What would you do if some *miracle* happened... and we could walk out of here tomorrow morning...”
“And start all over again *clean*... wth no record, and nobody after us? huh?”

(‘어디로도 갈 수 없이’, ‘돌아갈 곳도 없이’ 단지 도망칠 뿐인... 내일이 없는... 그런 니힐한 감각... but 살짝 양가적인. 미련의 감각이 묻어나는 느낌...)


경찰의 추적이 점점 좁혀오고.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예정된’, ‘피할 수 없는’ 파국으로 점점 가까이 가는 느낌이다...
매복 포위에 걸려 총격전 끝에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둘 다 심한 총상을 입고. 동료를 잃고. 피투성이인 채로 가까스로 동료네 집에 의탁하지만-
은둔생활 중에. 동료네 아버지의 밀고로 인해. 매복하고 있던 대규모 경찰들의 무차별 난사에 무력하게 벌집이 되면서 그대로 영화 끝...


암만 ‘지상에서 발을 떼고’ 허공에서 자유와 낭만을 좇아 헤맨들... 어떤 ‘보편적인’ ‘중력’의 원리를 영원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붕 뜬 낭만주의자들이 맞이할 필연적인 (피할 수 없는) 귀결..스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머리로는 (살짝 냉소적으로. 거리두듯)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면서 뭔가 마음에선 살살 긁히는 게 있네... (ㅠㅠ)


보고 나서... 문득 트러블메이커 - 내일은 없어...가 생각나서 찾아보고 듣게 되네...
(다가올 비극을 예감하는 듯한 분위기...) (낭만적인. 로맨틱한 면만 다루는 보니 앤 클라이드는 너무 좋은 것만 보려는. 반쪽짜리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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