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서영 - 내 무의식의 방
Posted 2016. 1. 16. 03:31, Filed under: structured thinking/reviews서점에서 꿈에 관한 책들을 죄다 뒤적거리다가. 서문이랑 목차만 보고 어머 이건 사야돼..하고 바로 지른 책이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꿈 해석 부분은 살짝 긴가민가하다. 반면 한 사람의 고백과 변화..에 대한 기록으로서는 가치있다. (사서 본 걸 후회하지 않는다.)
프로이트 꿈의 해석 서문에서 느꼈던, 꿈 분석을 통한 자기노출..에 대한 부담감?이. 이 책 서문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뭔 느낌인지 안다...)
그럼에도 나름 당찬 포부를 드러낸다. “그러나 저는 프로이트보다 더 용기를 낼 생각입니다.”
근데 책을 읽으면서 이 저자분 역시 꿈의 모든 연상을 다 말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나만의 생각일까.ㅋㅋ
꿈 사례들이. 남의 꿈이라서 그런가. 내가 그 꿈을 꾸었다고 상상해볼 때...의 연상과 다소 괴리가 있고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다.
뭔가 언급될 법한 내용이 안 나온다는 느낌이다. 꿈의 ‘모든’ 연상을 다루지 않고 핵심연상만 다룬다면 뭐 이해는 가지만...
본인은 100으로 친다면. 프로이트에 비해서 어느 정도까지 솔직했는지. 진짜 모든 걸 밝혔는지. 한번 툭 까놓고 (짖궂게) 물어보고 싶다.ㅋㅋ
(사실 이 정도 (무려 출판을 통해..) 노출한 것도 대단하다고, 수고하셨다고 오히려 격려해줘야 하는 게 아닌까 싶기도 하고... 음.)
“...분석 과정에서 언급되는 모든 표상을 과거의 서사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확신...”
“...분석은 불안 같은 감정이 아닌 표상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의식에 빨간불이 켜지게 만든 표상들과 그에 대한 연상을 이어가며 무의식의 서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의식 속에 있는 또 다른 이야기들과 대면하게 됩니다.”
“...꿈 사고가 꿈 내용으로 어떻게 변환되었는지 밝혀가는 과정...”
두어 챕터쯤 읽다가 졸려서;; 미뤄놨던 (...-_-) 프로이트 꿈의 해석을 마저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융 꿈분석도 상징과 연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던가. (아닌가?) 너무 자유연상이 정신분석 exclusive적인 것처럼 다루는 거 아닌가.
마치 분석심리학이 그런 자유연상과 ‘개인적’ 상징으로부터 동떨어진 채, 신화적 이미지로만 대입하는 과정인 것처럼... (음.. 잘 모르겠다...)
몇몇 사소한 부분은 각설하고. 결정적으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던 부분은. 꿈 일기 파트의 가장 마지막 꿈의 분석이었다.
본인이 존경하고 지지하는 선생님에게. 무지하고 어리석은 다른 사람들이 막말을 하고. 본인이 그걸 지켜드리는 꿈..
분석심리학의 맥락을 따른다면. 그 꿈은 오히려. 스스로의 독선..일방향 사고..를 돌아보는 꿈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그렇게 하지 못한-않은?- 것 같다.)
내가 틀렸을 가능성. 오히려 그 사람들이 옳을 가능성. 내 안의 그 사람들에 대한 투사를 거두어들이고. 그들마저 내가 끌어안아야 한다는.
인식의 근본을 갈아엎는.. 내적 경험이 없이는. 분석심리학의 메세지를(대극의 합일 운운을) 100% 이해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을 충분히 안다.
내가 최고로 증오하던 그 무언가가. 내가 통합해야 할 뭐시기임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신분석으로의 회귀 운운하는 것이.
어떤 보편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쉽게 돌파하기 힘든. 이성과 핵심신념을 해체하는 것에 대한 어떤 한계...
(내가 가치관의 아노미를 거치며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다는 느낌이 있기에. 한 눈에 들어오는 어떤..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꽤나 전형적인 꿈이라는 느낌인데도. 저자가 보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이유는 뭐...)
(써놓고 나니 남의 꿈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는 거 아니랬는데.. 싶지만... 그냥 안 지우고 놔둘란다.-_-)
꿈 분석을 혼자서 하면 알고 있는 이슈만 계속 보인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책을 읽으면서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문성과 별개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느낌들이 보일 정도라면 비전문가라면 더하겠지...식의 생각들...)
그럼에도. 내가 본 꿈 자가분석 중에서는 가장 솔직한... 내용들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솔직하기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여러모로 가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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