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맥락

Posted 2013. 8. 29. 00:23,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당장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차근차근 조금씩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즉석으로 나오길 바라기보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축적이 필요하다
눈 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는 결국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대부분의 가치있는 것은 결국 꾸준한 투자를 통해서만 얻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적어도 무의미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만 있다면
당장은 아무런 방향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 무언가는 인생에서 축적이 될 거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언젠가는 그렇게 축적된 것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빛을 발할 날이 올 거다

“Don't be alerted, just be prepared.”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건, 기회가 혹시 모르는 새 지나가지 않을까 하고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란 소리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보통 사람보다 강박적인 서사를 내면화하고 있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사니엘 호손의 유명한 단편은 꽤나 부정적인 서사를 주입하고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인생의 절반을 강박적, 규범적, 수동공격적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과거와의 정체성의 단절을 느끼고 있다
지금의 나는 칸트적인 윤리, 도덕적 이상, 당위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일종의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옳고 그름과 별개로 오랫동안 내면화해 온 개념들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나면 과거의 나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진다
과거와의 단절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과거의 영향력을 강하게 느낀다. 과거를 부정하면서도 그런 과거에 심하게 얽매여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과거와의 연결점을 모두 끊어버리고픈 바람이 있다
과거와의 정체성의 단절을 느끼고 나서, 속으로는 새로운 출발을 꿈꾸고 있다. 새로운 정체성에 새로운 나를 맞춰나가고 싶다

내가 못 그러게 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가족이다. 거기엔 친척이라 표현되는 혈족 공동체도 포함된다
나의 과거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익숙한 느낌을 내게 상기시킨다. 끈질기게 변화의 관성으로 남는다
도덕과 공동체, 그리고 이성과 합리성이 서로 다른 양측에서 무자비한 초자아로서 작용한다
끊임없이 매사에 스스로를 정당화해야 하는 느낌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익숙하면서도 피곤하다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에는 환경이 (절대적이진 않지만) 매우 중요하다. 나는 타고난 환경 면에서 다소 불운했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의 분위기, 사고방식, 가치관, 감정을 다루는 모습 등에서 그리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 아닌 그 누구도 나를 깊게 신경써줄 여유 따위 없고, 나의 행복은 나 스스로가 현실화해야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미로) 운이 좋은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은 어쩔 수 없다
현실이 재미없는 이유는, 나에게 현실을 재미있게 만들 능력이 부족한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처해온 상황에 대해서 백날 투덜대 봤자 어차피 나아지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거라는 게 나를 더 공허하게 만든다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보고 싶다. 지금까지처럼 기 짜여진 것들에 맞춰가는 게 아니라. 내 욕망에 따라 세상을 맞춰가고 싶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보지 못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난 강박적 도덕관념의 노예였으니까
그 때 당시에는 (신기하게도) 한 번도 겪지 않았던 멘붕을 나중에 와서 한 번에 두들겨맞게 될 줄은 몰랐다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도. 타인의 강요나 나 스스로의 두려움으로 포기하는 게 아니라. 온전한 자유의지로서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내 마음대로 하는’ 느낌을 바라고 있는 거다. 단순하지만, 나는 살면서 그렇게 자주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다
무언가를 하더라도, 그게 합리적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독한 무언가를 뒤통수에 달고 다니는 느낌이다. 내 행동이 매사 합리화될 필요 없이 온전히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Respo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