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올리는 글

Posted 2013. 4. 29. 14:22,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굉장히 오랫만에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다
보통 이럴 때면 리셋 증후군이 한 번씩 도지곤 하는데...-_- 이번에는 일부러 참았다 (이번에 리셋하면... 아마 블로그 자체를 그만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자꾸만 어거지로 싹 치우고 다시 새로 시작하려 드는 것도 참 무의미한 짓인 것 같다

최근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_- 심하게 없다
확실히 나는 이렇게 치대는 상황에서는 오래 못 살 것 같다.-_- 이건 일시적인 상태다...라는 생각 하나로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여기저기 치대느라 책이나 취미생활 따위는 손도 못 대본 지 오래고...
할 일들이 점점 나를 옥죄어 오는 듯한 안달감, 초조함과 함께
뭔가 바닥으로 꺼지는 기분, 무방비로 노출된 기분, 안전장치가 사라진 기분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고 있다

쉬어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이 쉬는 것 같지가 않은 이 때... ‘유예기간’이라는 게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본다
당장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 현실도피의 시간
...또는, 당장 급한 모든 걸 뒤로 미뤄두더라도 자기합리화가 가능한 시간 -

종종 이런 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괴리를 느끼곤 한다
내가 현실에서 뭘 어떻게 시달리건 간에, 내가 인터넷에 뭐라도 올리지 않는다면, 결국 나에 대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거니까
인터넷이란 정말 현실에 비해서 지독히 피상적인 - 하찮은 공간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생각해 보면... 가끔 우울증(이든 뭐든 신경증) 가진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다 보면
문득 ‘죽으러 간다’ 식의 글들 후 글 리젠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는 블로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든지
그런 글들을 보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안다
다만 종종 나도 자신이 없어질 때가 있다... 과연 나는 끝까지 버텨낼 (이겨낼) 수 있을까

바싹 말라서 갈라진 입술에서 피가 콸콸 쏟아져나온다
한 움큼 훌쩍 빨아들이고, 다시 휴지를 갖다댄다
...매사에 말문이 막히곤 한다
사실 지금의 나는, 이런 블로그에 끄적이는 글에서조차 100% 솔직해질 수가 없다

...최근의 테마송들.
이정 - 나 홀로 춤을 추긴 너무 외로워 (불후의 명곡)
피터팬 컴플렉스 - burn it down
...최근의 플레이리스트.
좋아서 하는 밴드 - 네가 오던 밤
짙은 - feel alright
윤하 - set me free
...기타 이것저것.
카라 - wanna (inst.)
보아 - 그런 너 (disturbance)
이상은 - bliss (emerald castle remix)
윤하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나는 가수다)
...그리고, 카라(니콜...) 씨스타 포미닛 애프터스쿨 시크릿 -

최근 들어 가끔 여유가 날 때마다, 조금씩 피아노를 (다시) 건드리고 있다
한동안 잊고 있던 피아노의 손맛이, 하루하루 어렴풋이 돌아오고 있다... 반면 기타의 손맛은 점점 잊혀지고 있다.-_-

요즘 들어 간혹, 내가 지독한 완벽주의에 얽매여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과제를, 어떤 식으로 하라는 가이드라인도 없이 멘붕 상태로 씨발씨발 해가며 밤을 새서 간신히 해갔는데, 완벽하다고 극찬을 들을 때라든지
중간시험을 망쳤다고 ‘교수가 조장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나중에 결과를 보니 등수로는 반에서 4등이라든지...
...최종 결과물이 좋게 나오는 건 맞고, 종종 professional하다는 얘기까지 듣지만... 이게 내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우울의 근원인 것 같다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 따위는 중요치 않다 -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게, 최근의 나에게는 너무 감당하기 힘들다

...이게 고치고 싶다고 해서 바로 고쳐지는 그런 게 아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자각조차 못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죽어라 필사적인 노력을 들이부면서도, 이게, ‘보통’을 하기 위한 - 중간은 가려는 - 그 정도의 ‘당연한’ 노력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중간을 가려는 게’ 이렇게 빡센 걸, 시간을 덜 투자했거나, 내 능력이 부족하거나 등으로 필터링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교수는 왜 이리 바라는 게 많아 - 씨부렁씨부렁 - ” ...사실 교수가 내게 (학생들에게) 바란 건, 그런 종류의 완벽함이 아니었음을 -

...어려서부터 나는 단순한 계산문제에 지독히 약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계산할 때마다 답이 다르게 나와서(...) 분명 풀 줄 안다고 생각하는데도, 답에 자신이 없다.-_-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나눗셈이 아무리 풀어봐도 답이랑 다르게 나오던 것부터
대학교 시험문제에서, 검산할 때마다 답이 다르게 나와서(...) 결국 풀어 놓고도, 나온 답들 중에 찍어서-_- 제출하기도 했었고...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내게 수학이란 창의력의 영역이었다
주어진 데이터로, 어떻게 방법을 생각해내고 끼워맞춰서 정답을 찾아내는 퍼즐과도 같은 영역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수학이 지독하게 재미없어진 건, 수학에 대한 인식의 틀이 바뀌고, 수학이 더 이상 창의력의 영역에 속하지 않게 되고 나서부터였지

영화 보러 가고 싶다... 뭐든지. 누구든지와. 아무거나.
...영화관 뒷문으로 상영 중에 몰래 들어가 공짜로 영화보던 기억이 난다. 마음의 감옥을 보다 부술 필요가 있다.

정신분석학적 근거는 끼워맞춰지기 마련이며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으니...)
심리적 근원을 알면 현상도 자연히 치유된다는 건, 지금 내가 생각하기엔 개소리다.-_-
근원을 아는 것은, 분명히 뭔가를 바꿔주긴 하지만 - 그것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통찰을 얻는다고 모두가 현자가 되는 건 아니다
근원과는 별개로, 지금-그리고-여기의 현상 그 자체를 다룰 수 있어야만 한다 - 보다 direct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중성을 물고 늘어지는 건, 실제로 본인의 양가적 감정의 통합이 불가능해서 그런 것이 아닌지 -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멜로디 구성을 가진 곡...”

매사를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로 생각해 보는 것 -

어떤 사람의 10년 넘은 블로그를. 만오천 개 가까이 되는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3주일 남짓 걸려 전부 다 읽은 적이 있다
본인 스스로는 노출증이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_-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어떤 책보다도 훨씬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사람의 가치관에,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기 말을 확실하게 하고 체계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라면, 지리한 동어반복도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_-)
...신기한 건, 내가 (위의) 이 사람 블로그를 이번에 처음 들른 게 아니라는 거다
몇몇 글들은, 벌써 수년 전 내가 갓 인터넷 시작하던 시절부터 보고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아온 글들이었다 (일종의 세렌디피티...)

...누구든지 (하려고만 하면..-_ 얼마든지) 자기만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
그 정도로도 주제에 따라 충분히 inspirable하긴 하지만 - 정작 핵심을 뚫는 건, 그 밑바탕에 있는 기제, 철학, 마음가짐 - 더욱 내밀한 이런 것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소한 글이 많이 모여 맥락을 이루는 것보다 핵심적인 몇 개의 글이 나을 수도 있는 것이다
but 물론 그런 글들은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 보통 사람들은 자기 철학이 뭔지 구체화(체계화)하지 못하니까 - 그래서 조금씩 모자이크를 만드는 거다
이런 방식으로 핵심에 다가가는 블로그를 찾기는 쉽지 않다 - 지금껏 살면서 딱 두 개 본 것 같다 (그나마 하나는 살짝 애매...-_ )

...삶의 의미는 내적 의미와 외적 의미의 일치에서 나오고, 세렌디피티는 이러한 (우연에 기반을 둔) 대일치의 순간을 나타낸다
결국 책을 읽고 인식의 폭을 넓히고 운운 하는 건 내적 의미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거고, 취직 준비 뭐시기 하는 건 외적 의미의 영역인데
결국 ‘좋아하는 일’ 꿈 열정 뭐시기 하는 게, 근본적으로는 전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와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세렌디피티에 굉장히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대부분의 선택권을 내맡기는 편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 어렴풋이 생각해오던 것의 구체화. 충동과 우연에서 일어나는 대일치의 순간들이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일러주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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