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섹 수술 후기

Posted 2012. 7. 2. 16:35,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laser assisted sub-epithelial keratomileusis, LASEK, 레이저 각막상피 절삭 성형술 (네이버 사전 링크) -

눈이 많이 안 좋은 편이고, 안경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매일 렌즈 끼느라 눈도 뻑뻑하고 렌즈값도 은근히 많이 깨지던 터라
방학이라 세일한다고 인터넷에 광고해대는 곳이 많길래, 모아둔 돈도 있던 참에 내친 김에 큰 맘 먹고 질렀다 -
보통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가격은 ‘시력이 별로 나쁘지 않은’ 단순한 상태를 기준으로 한 최저 가격대다 - 보통 20~50만원까지 더 보면 얼추 맞다

검사하는 데 세 시간, 수술 받는 데 사전검사 포함해서 한 시간 -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시간은 5분 정도밖에 안 된다
수술 자체는, 처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별로 고통스럽지도 않고, 잘못될 거리도 별로 없고, 정말 빨리 끝난다
마취해서 통증은 없고 - 눈꺼풀을 들어내는 느낌 - 불빛이 흐려지고 - 앞이 안 보이고 - 타는 냄새가 나고 - 다시 붙이고 - 물 뿌리면 끝난다

수술 직후에는 그닥 시력이 좋아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 - 영 흐릿하긴 한데, 대충 지하철 타고 집까지 찾아올 정도의 시력은 나온다
(나는 사실 잘 안 알아보고 가서-_ 왜 이렇게 시력이 안 좋아진 것 같지 - 하면서 불안해하면서 막 물어보고 그랬다)
첫날은 그닥 고통스럽지도 않고, 그냥 눈만 잘 안 보일 뿐이고 - 병원에서 시킨 대로 인공눈물이랑 안약이나 주기적으로 넣고 하면 되는데 -

...but, 본격적인 고통은, 대략 둘째 날부터 시작이었다 -
눈알이 타들어가는 느낌 - (렌즈 껴본 사람은, 밖에서 렌즈 구겨졌을 때-_ 렌즈 못 빼고 견뎌야 하는 그 느낌-_ 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다)
눈물 콧물이 질질 흐르고, 통증에 눈을 뜰 수조차 없다 - 단순히 앞이 안 보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시각을 서서히 잃어 간다는 느낌 - 앞은 안 보이고 - 통증은 더럽게 쑤셔대고 - 시간이 더럽게 안 간다 - 미칠 것 같은 느낌이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 온 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 곤두서고 - 나중에는 통증이 ‘시각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 통증이 ‘보이기’ 시작한다 -

오른쪽 왼쪽 눈의 통증이 시간차를 두고 (번갈아 가며) 찾아온다는 것 - 먼저 통증이 찾아온 쪽이 훨씬 더 빨리 시력이 회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3년간 먹을 일이 없던 상비 진통제를, 3일만에 다 먹어치웠다 - 우울감 때문에 갖고 있던 수면(유도)제도 순식간에 반절을 먹어치웠다
뭐 평소에 건강 꼼꼼히 챙기는 성격도 아닐 뿐더러 (오래 살아서 뭐하나...-_ ) 만성 통증이었다면 아마 더 조심히 관리했겠지만
1주일 정도만 버티면 끝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면 - 시간을 좀 더 빨리 보낼 수 있다면 더한 짓이라도 했을 거다
3일째 되는 날에는, 항생제랑 진통제, 수면제 및 이런저런 약을 꾸역꾸역 먹고서 쓰러지듯 잠들어 하루 동안 깨어나질 못했다 -
깨어나니, 통증도 얼추 가셨고 (앞은 여전히 잘 안 보였지만 - ) 뻥 뚫린 느낌에 온 몸이 한번 쓸려나간 듯한 - 뭔가 죽다 살아난 느낌이었다

p.s. 약에다가 ‘먹어치운다’는 표현을 쓰게 될 일이 있을 줄은 나도 몰랐지만...-_ 그야말로 딱 상황에 걸맞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

5일 정도 지나고 나니, 인공눈물만 수시로 넣어 주면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 눈이 아프고 글자가 거의 안 보이긴 하지만, 컴퓨터도 가능하다
(조금만 눈이 건조해졌다 싶으면 바로 인공눈물 들이부으면 된다 - 컴퓨터 하려면 왠지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은 수술 후 1주일째 - 병원 가서 보호렌즈 빼고 와서 쓰는 글이다 - 이제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인공눈물은 계속 넣어줘야 한다
아직 완전히 잘 보이진 않는데, 시력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대략 반 년까지 느긋하게 봐야 된다고 -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계속 들러야 한다고 한다

...며칠간 완벽하게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는 느낌이다 - 핸드폰이고 뭐고 들리지도 않고, 문자는 보이지도 않고, 전화받을 정신도 없었다
눈물콧물 질질 흘리며, 통증과 약에 취해 반쯤 정신나간 상태에서, 캄캄한 쪽방에 웅크려 누운 채, 이루 말할 수 없는 미친 뻘생각들을 마구 떠올렸다
...내가 생각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같다는 느낌과 더불어 (고통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 ≒ 삶에 대한 애착?)
나흘째 아침에 깨어났을 때 느꼈던, 그 새로 태어난 기분과 더불어 - 별거 아닌 수술인데도, 앞으로 뭔가 새 삶-_ 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p.s. 다른 사람들 후기 읽어 보니까, 내가 유난히 통증을 심하게 느낀 것 같다 - 룸메이트 없이 혼자서 통증을 견뎌서 그런 건지도 -
사실, 평소에도 신체 감각을 상당히 세세하게 자각하는 편이고 (예민한 것과는 다르다 - ) 약을 좀 남용하는 - 건강을 되는 대로 막 굴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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