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블로그가 거의 잊혀져 가는 중이다-_ 긴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살게 된 것 같다 (짤막한 단상들만 일기장에 기록하는 중 - )

1.
학교에 널린, 실속없는 리더십 강좌 및 초청 강연들 - 소위 말하는 ‘고리타분한, 뻔한 교육’에 관하여 -
매번 뻔해 보이는 얘기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걸 듣자니, 사실상, 가치관의 주입 및 패러다임의 형성(및 강화)에 목적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별 생각 없이 세부 내용에 신경쓰다 보면, 오히려 지리한 내용 뒤에 ‘암암리에’ 깔아 놓은 대전제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 -
(“치열한 경쟁 사회 - How to be a leader - 앞서나가기 - 훌륭한 리더의 덕목 - 등등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메타포 - )
...물론 이런 내용을 듣고 도움을 얻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람마다 저마다의 진리가 있기 마련이니까 - )
지금의 나에게는 이런 얘기들이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될 따름이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아버지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 일종의 과거의 망령 - )
‘가치관의 영역’에서는, 각자 저마다의 진리를 가려 듣는 귀가 필요하다 - 내면의 줏대를 가지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

2.
그러고 보면, 이제껏 내가 좋아했던 수업들은 ‘팩트의 영역’에서 패러다임의 변환을 가져오는 수업...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내 경우는 computer architecture 수업 처음 들을 때가 그랬고, artificial intelligence 들을 때가 그랬고, 또... history of science 들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저마다의 진리가 있기 마련 - 나와 정반대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이제껏 수도 없이 많이 봤지...-_ )
(...그러고 보면, 대학교 들어와서 벌써 70학점 넘게 들었는데도, 내 기준에서 좋았다고 손에 꼽을 만한 강의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 )

p.s. 물론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번 학기 수업이 두어 개 빼고는 모조리 (내 기준에서) hell-spot이라서 그렇다...-_
(난 그 교수님들 수업이 왜 인기가 많은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_ 피하고 싶었지만, 학점 채우려면 딱히 갈 데도 없는 이 서러운 상황 - )
p.s.2. 슬슬 과제의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 팀플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고,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 끝날 때까지는 꽤나 바쁘게 나다닐 듯 -

3.
학과가 학과다 보니, 수업 중에 무슨 Big Data 뭐시기 어쩌고 하는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
IT학도인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_ 이런 (기술 발전의) 방향성이 개인적으로는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는 생각하지만 - )
말하자면 컴퓨터의 발달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축적 처리하고 패턴 등의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고... 아무튼 대충 그런 건데 -
인터넷에서 온갖 거창하게 ‘스마트 쇼핑’ ‘맞춤형 서비스’ 뭐시기 하는 것들 중에서, 아직까진 정말로 제대로 ‘스마트-_ ’한 것을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앞으로 항상 IT와 결부되어 생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privacy의 문제를, 정작 수업에서는 아무도 다루지 않는다는 것 -
(내가 SF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_ 꼬인 건가-_ 교수님은 ‘혁신’이랍시고 장광설을 토하는데, 나는 왜 자꾸만 그 내용에서 ‘디스토피아’가 연상될까...-_ )

p.s. IT 강연에서, “미국에서 전쟁 로봇을 만들었기 때문에 로봇의 3원칙은 이미 날아갔다” 고 장광설을 토하던 사람이,
어떻게 지금껏 제기된 IT 미래 사회의 디스토피아론에 대해서는 “웃기는, 말도 안 되는 얘기” 라고 한 마디로 웃어넘겨버릴 수 있는 거지-_ ?
p.s.2. 앞으로 다가올 mobile divide에 대한 해결책이랍시고, “어쩔 수 없습니다 - 여러분들은 꼭 리더가 되세요.” 가 할 말인가...-_
p.s.3. 모든 새로운 문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 - 하지만, 빛을 말하는 사람은 그림자를 말하지 않고,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은 빛을 말하지 않는다

4.
팀플 과제에서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
리스크를 충분히 분산시키면 zero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팀플에서의) 책임 역시 필요 이상으로 분산되면 zero에 가까워질 수 있다-_
(말하자면, 팀원이 많을수록 - 그리고 서로 별로 안 친할수록 - 아무도 제대로 총괄하고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_ )
그렇다고 내가 주도하기에는, 개인적으로 타인에 대한 기대치가 낮고 (...) 남이 해놓은 부분에 대해서 이래저래 건드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대학 팀플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 학부 수준에서 얼마나 수준높은 걸 바라겠어?” 정도의 마인드로 설렁설렁 묻어가는 중이다
(한 마디로 팀플을 별로 안 좋아한다...-_ 사람마다 ‘최적의 구성’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마련이고 - 결과물의 책임이 분산되는 그런 분위기가 싫다)

p.s. 그냥 단순히 내가 의견 조율 및 이런저런 여론 주도 스킬이 부족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_

5.
신은경씨 힐링캠프 및 이런저런 사연 예능들을 보다 보면 - 
단순히 산전수전 인생의 굴곡을 많이 겪은 ‘아픔’이 있는 사람과, 그와는 별개로 내면에 ‘결핍’이 존재하는 사람은 그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솔직히 인생 역정이니 무슨 개념이니 그딴 건 별 관심 없고-_ 나한테는 그런 미묘한 차이가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일단 나부터가 내면의 결핍 투성이인지라-_ ‘우울한 사람이 우울한 사람을 알아본다’ 뭐 이런 건가?)

p.s. 사실 그깟 한 시간짜리 예능 프로 하나 보고서 ‘보여주고자 의도된’ 이미지 외의 것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p.s.2. 원래 타인의 ‘결핍’은 일부러 보여주려고 해서 보이는 게 아니다-_ 자연스레 묻어나는 거지
p.s.3.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지심 없이 ‘결핍’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참 부럽다 - 난 예전부터 그게 참 안 된다

6.
최근 들어 종종 생각하는, ‘인간의 평균성’이라는 테마에 대하여 -
...어느 순간, (여기저기 만연한) ‘인간의 평균성’을 부정하는 서사들이 우울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걸 자각했다 -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깔아뭉개는 서사가 제시된다면, 돌리고 배배 꼬다 보면 - 어느 순간에는 나 자신이 가장 밑바닥에 깔아뭉개져 있다는 사실 -
잠정적인 결론은,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또다른 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결핍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제아무리 한 가지 ‘잘남’의 체계로 사람들을 서열화하려 들더라도, 또다른 ‘잘남’의 체계에서는 자신이 밑바닥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잘남과 결함에 대한 상대주의적인 접근과, (상대방의 ‘본질’이 아닌) ‘결핍’과 이해라는 키워드로 만사에 접근하는 것 -

p.s. 써놓고서도 당최 내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_
p.s.2. 때때로 가장 훌륭한 통찰은, alert되어 있을 때가 아니라,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 의외의 장소, 의외의 사람, 의외의 순간에서 나온다 -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_ 별 생각 없이 다른 블로그 글을 보다가 이거랑 관련해서 뭔가 확 와닿는 게 있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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