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생각들을 차근차근 묶어서 완성된 맥락 있는 글로 만들었을 테지만, 요즘은 영 의욕이 안 생긴다...-_
(트위터가 이런 면에서는 참 편한 것 같다-_ 세부적인 맥락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한두 마디씩 툭툭 던지면 되니까 - )
(무작정 정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의식의 흐름식 글쓰기...-_ 며칠 간격으로 쓰느라, 뭔 소리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 )

1.
‘게임’은 ‘책’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방대한 카테고리이므로, 타겟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논점이 흐려지기 쉽다 -
(종종 ‘게임의 폐해’를 다루는 사람들 중에, 이 타겟팅을 불분명하게 잡고 있는 경우가 보인다 - )
단순히 ‘중독’이라는 어물쩡한 단어 하나만 가지고서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 (당연히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 - )
예를 들어,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나타나는 현금거래, 성과 중시 어쩌고 하는 걸 단순히 ‘게임의 문제’라고 뭉뚱그릴 경우, 논점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논의가 어중간하게 확산되고, 불필요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 )
(체계적인 문제 해결은, 결국 대상을 환원화하고 언어를 뚜렷하게 ‘구체화’하는 데에서부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 )

2.
‘게임의 폐해’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단말에서 접근 가능할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얽히고 섥히겠지만, 처음에는 구분할 필요가 있는 - )
1. 중독성, 과몰입의 문제 - 틀어박힌 아이들 - 속태우는 부모들 -
“게임의 유해성을 따지기 전에, 애가 게임에 몰입을 하게 되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 공부 - ‘소외’의 문제 - 셧다운제 등의 키워드 -
2. 게임 내의 컨텐츠의 선정성, 폭력성, ‘부적절함’의 문제 -
폭력에 대한 둔감화, 왜곡된 성의식, 모방 등 - 왜곡된 내면서사 및 가치관의 주입 -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 - 등의 키워드 -
3. 온라인 게임 내의 커뮤니티,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가상 사회’의 문제 -
경쟁 및 약육강식의 가치관 - 성취지향 - 노가다 - 오토 - 현질 - 사기 - 해킹 - 특히 (캐릭터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MMORPG에서 두드러지는 -

...또다른 (추가적인) 접근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가 내 깜냥이다-_ (더 생각나면 추가 또는 수정할 수 있다 - )
(‘게임의 폐해’의 범위를. 과연 어디까지 확장하는 것이 합당할까 - 아무튼 지나치게 논의가 확장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divide and conquer - )

3.
컨텐츠, 게임에 대한 rule과 fiction의 관점에서의 접근 - 모든 게임은 rule과 fic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관점 -
rule은 게임의 기반을 이루는 뼈대 (well-structured problems - what makes a game a game - )
fiction은 rule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 - 배경, 세계관, 서사 등 - 단순한 클릭질을. ‘칼질’로 바꿔줄 수 있는. 상상력. 판타지. 메타포 -
여기서 중요한 건, rule이 게임의 핵심이며 fiction은 사실상 단순히 어떤 걸로도 대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 monopoly vs. anti-monopoly game - 완전히 똑같은 rule - 게임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목표와 서사, 가치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 )
일반적으로 말하는 캐릭터의 지나친 성적 강조나 폭력성 등은 fiction의 영역 - 말하자면, rule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대체될 수 있다

...하지만, ‘규제’의 문제로 넘어가자면 이건 또 얘기가 복잡해진다 - 어디까지가 규제 대상이고, 어디부터가 아닌가?
(표현의 자유 - 뿌리깊은 논쟁인 ‘예술과 외설의 문제’ 운운을 반복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_ )
(관련해서 생각해 오던 문제 -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fiction은 이미 예술의 영역에 들어가 있다’ 정도 - )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당수의 국내 온라인 게임들은 리니지(혹은 +WoW)의 양산형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 대동소이한 rule과, 유야무야한 fiction들 - )

4.
국내 온라인 게임 (MMORPG?) 역사에서, 리니지가 차지하는 상징적 위치는 그야말로 막강하다 -
98-99년즈음의, 스타크래프트와 전국의 피씨방의 창궐, 인터넷 보급의 확산화와 리니지의 인기 - 등등은 얼추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일종의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접근도 가능할 거다 - )
해당 세대에게는 일종의 prototype, ‘추억의 게임’으로서의 위상을 갖는 - 말하자면, 리니지로 처음 (온라인) 게임을 접한 세대가 상당수라는 이야기다 -
(‘공성전’이라는 클리셰, 필드 pvp, (확률) 인챈트 등의 컨텐츠 및, 현질, 무작위 PK, 노가다성 사냥 등등 - )
(근래 국내의 수많은 양산형 온라인 게임들에 있어서, ‘정통 MMORPG’라는 수식어는 대부분 ‘리니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_ )
여기에다 이후에 넥슨으로 대표되는 캐시 아이템 및 부분 유료화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는 느낌이다 -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추가적으로 더 자세하게 써야 할 것 같다 - )

5.
(싱글이든, 온라인이든 - ) 게임에 대한 과몰입 문제와, ‘가치의 축적’이라는 테마는 깊은 연관이 있다
지겨운 ‘노가다’ 과정이 게임에서 용인될 수 있는 건, 어찌됐든 그 결과물로 (xp든 아이템이든 - ) 무언가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상’ 개념 - )
(ex. 배틀넷 승수라든지, MMORPG의 캐릭터 레벨이나 골드, 아이템 등등 - WoW에서 쏠쏠히 재미를 보고 있는 펫, 탈것, 업적 시스템 - )
(과몰입 문제에서 ‘가치의 축적’이 주축으로 이루어지는 게임과 (MMORPG 등) 그렇지 않은 게임을 (아케이드, 어드벤쳐 등) 구분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 )

근데,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의 경우 ‘가치의 축적’ 면모에서 일반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
이를테면, 싱글 게임 업적을 다 하는 인간은 드물다 - 하지만 온라인 게임 업적은 (정말 쓸데없는 것도-_ ) 기를 쓰고 모으는 사람이 널렸다 - why?
(ex. WoW에서. 이벤트 기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일퀘 돌고. 때로는 현질까지 해서. 업적을 수집하려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또는. 스스로 노가다인 줄 잘 알면서도. 낮은 확률로 나오는 보상 룻을 먹기 위해. 똑같은 퀘스트를 몇 번씩이나 반복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바꿔 말하면. ‘재미없는(지겨운)’ 과정이. 만족감을 주는. ‘지속되는 보상’으로. (아이템. 경험치. 업적 - ) 정당화되는 현상에 대하여 - )

과몰입 문제를 다룰 때,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는 단순한 게임 내의 ‘컨텐츠’. rule과 fircion의 문제 이상의 추가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게임의 ‘가치의 축적’에서 드러나는 그 과몰입 요소를 ‘영속성의 문제’라고 부르고 있다 -
...여기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나중에 -

6.
(거의) 모든 온라인 게임 - MMORPG는, 서비스를 지속하고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종의 ‘영속성’이 필요하다 -
이 가상의 세계가 지속된다는 일종의 믿음 - 말하자면, (적어도 근시일 내에) 회사가 서비스를 접지 않을 거라는 - 망하지 않을 거라는 (암묵적인) 믿음 -
끊임없이 새로운 컨텐츠를 내놓고. 스토리라인을 이어 가는 등 - 다분한 노력 - 이러한 장치가 없다면. 게임의 수명이 지속될 수가 없다
(말하자면, 단 3일의 플레이로 엔딩을 보고도. ‘명작’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싱글 게임과. (상용) 온라인 게임은. 그 존재의 기반 자체가 다르다 - )

...그러나. 근본적으로. (비록 인식하기는 쉽지 않지만 - ) 온라인 게임을 포함한. 모든 인터넷 서비스는 불안정하다 - 가상 - 휘발성 - unstable -
(특히나. 불안정한 사업인. 온라인 게임 서비스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 )
온라인 게임이. 서버를 내리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 휘발성 - 극도로 unstable한 세계라는 걸 인식하는 상태에서. 노가다를 하기는 쉽지 않다 -
(당장. 다음달에 서비스 종료 예정인 온라인 게임을. 자체 중독성이 얼마나 크든 작든. 과연 밤새도록 붙잡고 있을 사람이 있겠는가?)

개인적으로는.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넷 서비스들의 가상성. 불안정성. unstability에 대해서. 평소에도 어느 정도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 
...하지만. 실제 온라인 게임을 (과도하게) 즐기는 사람들 중. 이런 불안정성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임의 과정 - 때로는 노가다 - 를 통해 축적된. 게임 내의 가치의 - 캐릭터, 아이템, 업적, 펫 등등 - 불안정성 및 ‘비영속성’에 대하여 - )

(...어떻게 보면. 게임의 ‘영속성’을 부정하려는 모든 시도들은. 온라인 게임의 근간을 (어느 정도나마) 흔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 )
(...소위 ‘현질’이 가능하다는 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이 게임 내 축적된 가치들의 ‘영속성의 문제’와 관련된다 - )

7.
...쓰다 보니까 뭔가 중구난방이 되는 것 같지만-_ 아무튼 계속 -
게임 과몰입 문제에서 흥미롭게 다룰 수 있는 사례 중 하나가, WoW에 도입되어 (이런저런 시스템과 맞물려) 대성공한 업적 시스템이라고 본다 -
(엄밀히 말하자면, ‘온라인 게임’의 과몰입 문제와 ‘영속성의 문제’를 다룰 때 흥미로운 사례겠지 - )
버려진 수많은 저레벨 던전과. 아무도 하지 않던 퀘스트들을. ‘업적’과 ‘위업’이라는 목록 하나로. 열렬한 노가다 대상으로 바꾸어놓은 -
(퀘스트 수천 개짜리 ‘아제로스의 현자’. 탈것 모아대는 ‘마굿간지기’. 애완동물 모으는 거랑. 은테 네임드 찾아서 온 대륙을 돌아다니며 잠복하는 등등 - )

핵심은. 업적이라는 구체적인 목록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그것들은 아무도 안 하던 (매니아적 극소수만 하던) 쓰잘데없는 짓이었다는 점이다 -
컨텐츠 자체는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 - 단지 목록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 이것이 무엇을 말해 주는가?
(주목할 점은. 펫을 일정 마리 모아서 업적을 얻는 것이 목적일 뿐, 결코 펫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 다른 업적에서도 마찬가지 - )

(...실체보다 ‘목록’에 집착하는. 일종의 ‘강박적 성향’에 대한 유인책?)
(사회가 점점 더 ‘강박적’이 될 것을 요구해오는 것 같다는 느낌과도 연결되는 - 내가 어렴풋이 생각해오던 게 바로 이 지점이다 - )

...최근 들어, 수많은 (새로운 혹은 기존의) 온라인 게임에서 업적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 제대로 ‘검증된’ 몰입 유도 요소 -

8.
‘가상 사회’, 커뮤니케이션, 게임 내의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의 문제 -
이건 ‘컨텐츠’ - fiction, rule의 문제와는 별도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가장 구체화하기 어려운 문제이자, 대놓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다 - )
(여기서 게임은 플랫폼, background의 역할을 하며 - 게임 자체에서 문제를 찾는 건 부차적이다 - 물론 다 얽히고 섥히겠지만...-_ )

온라인 게임이 가질 수 있는 궁극의 목적은, 일종의 ‘영속성’을 지닌 - 지속 가능한 - 자가유지 가능한 - 가상 사회,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top-down식으로 부여된 질서보다는. down-top식으로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질서가 훨씬 효과적이다 -
but. 온라인 - 상대적으로 이드의 표출이 자유로운 반면 - 사회화를 유지하는 억제력. rule이 부재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게임 내의 사회 - chaos -

(대표적으로. 리니지 - 기본적으로 부여된 커다란 rule 안에서. down-top식으로. 사용자들 간에 형성된. 일종의 ‘무법적인’ 약육강식의 사회 - )
(그러한 가상 사회에. 별다른 제약 없이 접근 가능한 청소년과. 서사. 가치관의 전수의 문제 - 기타 등등 - )
(리니지에서 형성되었던 그런 종류의 사회가. 한국 온라인 게임 내 사회의. 일종의 prototype 역할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 pk. 공성전. 약육강식. etc - )

(게임 내의 가상 사회에 대해서도. 혼돈의 chaos-_ 가 나오지 않도록. 영향력을 제어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현실적’ 규제 - rule이 필요한가?)
(ex. PK 전용 서버 vs. non-PK 서버에서 나타나는 사용자들 사이의 관계 형태의 차이 - 대항해시대 - WoW - 기타 등등 - )

(...여기에 대해서는. 이것 말고도 나올 거리가 훨씬 많을 텐데. 지금 생각도 너무 어렴풋하고. 길게 글을 쓸 여력이 없다...-_ )
(오히려 위에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것보다, 이 부분에 중요한 부분이 더 많을 것 같긴 한데...-_ )

...의식의 흐름 식으로 깨작깨작 쓰면서 거진 몇 주만에 모은 글이라-_ 나중에 더 생각나거나 하면 언제든지 추가 또는 수정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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