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가 고향 마을에서 얻어온, 덫에 걸린 피가 뚝뚝 떨어지는 큼지막한 멧돼지 고기 세 덩이 -
질기고 맛없어서 안 먹고 버린다는 걸-_ 굳이 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자취생 식비 절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_ )
(어차피 평소에도 잡고기 저렴한 걸로 대충 사다 먹는데, 그깟 멧돼지 고기가 무슨 대수인가 싶었다 - 이건 적어도 국내산 ‘친환경’ 돈육 아닌가...-_ )
...일단 지금껏 먹어 본 어떤 고기보다도 질기다 (씹을 때 질감이 ‘쫄깃’을 넘어 훨씬 밀도가 높다는 느낌? 바싹 익혀야 좀 먹을 만하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 독특한 향이 난다 (일종의 ‘노린내’? 나는 그냥저냥 먹었지만, 은근히 여기서 호불호가 갈릴지도 - )
결론은... 뭐 있으면 그냥저냥 먹을 만한데, 그렇다고 굳이 일부러 구해다 먹을 수준은 못 된다 정도-_ ?

p.s. 얼마 전에 발견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 이런 거 해보고 싶다...-_ 뱀이고 뭐고 아무렇지도 않게 구워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이 느낌 -
p.s.2. 예전에도 말했었지만, 식비를 절감할 필요가 있다면 최대한 식당을 피하고 가급적 집에서 차려 먹는 게 좋다
(주변 자취생들 얘기를 들어 보면, 내가 대충 먹고 다니는 듯하면서도 - 오히려 가격대비로는 훨씬 더 잘 챙겨먹고 다니는 편인 듯하다)
p.s.3. 최근에 요리를 자주 하다 보니 - 왜 요리사들이 비싼 프라이팬과 비싼 칼을 쓰는지 슬슬 알 것 같다 -

2.
전자음악 콘서트 - 난해함의 극치-_ 내 돈 내고 본 콘서트에서 졸은 건 난생 처음인 것 같다 (클래식 공연 때도 졸지는 않았는데...-_ )
간략한 감상을 쓰자면 - 전자음악의 미래는 아마도 다양한 멀티미디어와의 조합일 듯하다
대충 곡 설명이라든지 흐름을 보니, 음악성이나 심미성보다는 철저히 ‘아이디어’를 우선시하는 분야인 듯한데 - (algorithm composition - ?)
솔까말 초심자가 소리만 들어서는 그게 난잡한 소음-_ 인지, 어떤 독특한 파형인지 어떤 교묘한 알고리즘인지 알 게 뭐람...-_
심상의 고조 및 일종의 ‘주석’ 혹은 ‘해석’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기타 미디어 예술과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심미성을 높이고 ‘난해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
(몇몇 작품들에서 그런 가능성을 보았던 것 같다 - but, 멀티미디어와의 조합이 오히려 난해함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폭주하는 경우는-_ ?)

3.
영어 독해 능력의 중요성과, 지식의 흐름에서의 ‘출판사의 역할’에 대한 잡상 -
개인적인 관심사로 이런저런 분야들을 훑다 보면, 간혹 조금 더 깊게 파고들고 싶은 주제가 생길 때가 있는데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의 경우, 국내에 나와 있는 책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원서를 찾아봐야 하는 경우가 상당히 자주 생긴다
외국인 평생 안 보고 살 거라도 (...) 영어 독해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세부자료에 있어서 접근성이 영어가 한국어보다 수십 배는 더 높기 때문 -
이런 측면에서 보면, 출판(및 번역)업계가 일종의 ‘국내로 유입되는 지식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돈 안 되는 대중성 없는 책들은 어지간해서는 국내에 번역 출간되기 어렵겠지...-_ )

p.s. 어지간한 비영어권 책들은, 듣보잡이 아닌 이상 대부분 영어 번역본이 출간되는 것 같다 -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놀랍다 -
p.s.2. 대학생 신분이 확실히 특권은 특권이다 - 나 말고는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은 (...) 수십 달러짜리 책도, 신청하면 학교 도서관에 다 비치해 주니까...-_

4.
‘나꼼수’와 김어준에 열광하고 진보적 기치를 들고 있는 친구들은 나를 굉장히 탈정치적인 사람으로 여긴다 -
하지만 내가 생각보다 이런저런 루트로 시사적 이슈를 은근히 접하고 있다는 걸 알면-_ 걔네들은 아마 놀랄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정치 얘기는 가급적 안 나누는 게 좋다는 주의이기도 하고 (정치는 대부분 ‘정답’이 없지 - )
고질적인 ‘완벽주의적’ 성향 - ‘아직까지 내가 함부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려 있기에
나로서는 그런 피상적인 정보만으로 섣불리 ‘표면적인’ 열정을 공유할 수가 없다 - 철저히 신뢰를 유보하고, 판단을 보류한 상태로 data를 흘려보내는 것 -
하지만 어디를 가든 회색분자는 ‘양쪽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법이지 - 가볍게 말을 내뱉느니, 차라리 탈정치 코스프레를 할 수밖에 -

p.s. 비슷한 맥락에서, 영적인 측면에서 나는 불가지론자에 가깝다 (신자 - 불가지론자 - 무신론자 - 허무주의자의 스펙트럼?)
‘조직화된’ 종교의 각종 폐해와는 별도로, ‘신비성’ 자체를 비웃으며 무신론을 ‘논리적으로’ 설파하려 드는 사람들 역시 일종의 아집에 차 있다고 생각한다
p.s.2. 답이 안 나올 게 뻔한 분야를 내가 ‘깊숙히’ 파고들 이유가 없다 - 큰 흐름만 파악하고, 오류시 바로 수정 가능한 유연성만 있으면 된다

5.
친구의 꼬임으로 (...) 증권 계좌 하나 파다 -
초반이라 간 좀 볼 겸 쥐꼬리만큼 부어서, 2주일 정도 지난 현재 - 등락을 거듭하다 도로 본전...-_ (주식하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다 - 유럽발 경제위기 - )
제대로 하려면 뉴스도 봐야 하고, 공부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지라-_ (주식은 어렵다...-_ ) 너무 깊게 발을 들이진 않으려 한다
첫날에는 틈만 나면 계속 주식 시세 확인하고-_ 하루 죙일 주식 생각에 만사에 집중이 안 됐었는데
2주일 정도 지난 지금은 익숙해져서 거진 잊고 살다시피 한다 (...그냥 아침저녁 + 생각나면 한 번씩 확인하는 정도?)
쥐꼬리만큼 부은 나도 이렇게 신경쓰이는데, 주식에 크게 때려박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매일매일 똥줄이 탈 듯하다-_ (아예 다른 일을 못 할듯-_ )

p.s. 주식은 욕심을 부리는 순간 주화입마에 빠지기 십상인 듯하다 - 자기 앞에 다가온 기회만 확실히 잡고,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 것 -
p.s.2. 문득, 주식을 건드린 뒤부터 쓸데없는 (전에 없던) 신경쓸 거리가 지나치게 늘어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 이래서야 조만간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6.
옥탑방의 어쩔 수 없는 한계 - 여름이 치가 떨리도록 싫었지만, 겨울은 그것보다 더 싫다-_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보일러도 틀어놓고 물도 졸졸 틀어놓고 있어야 한다 (이젠 녹이는 법을 아니까 얼어도 큰일나진 않지만-_ )
최소한 여름에는 문이라도 활짝 열어놓고 살았지 (자연과 하나 되어-_ )
겨울에는 추워서 거진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데, 고양이 냄새에다 공기도 탁하고 환기시킬라면 단단히 각오가 필요하고
따뜻하게 보일러 활활 때자니 난방비 크리-_ 잘 때는 내복에 집업에 패딩 껴입고 수면양말은 필수다 (군대에서 깔깔이라도 한 개 챙겨둘껄 그랬다-_ )
손이 얼어서 기타도 잘 안 치게 되고, 아침에 이불 속에서 일어나는 것도 확실히 여름에 비해 곤욕이다-_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7.
최근 몇 주간 (그나마...) 자주 듣고 있는 음악들 -
요즘에는 별도로 포스팅으로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 음악을 평소에 그리 많이 안 듣고 사는 듯하다 -
그나마도 새로운 음악은 별로 없고, 요즘 새로 나오는 음악들에는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걸 보면-_ 갈수록 추세에 점점 더 뒤쳐지고 있는 듯하다...-_
새로운 음악을 찾아다니기에는 예전에 비해 시간도 열정도 부족하고, 클럽 공연도 보러 안 다닌 지 꽤 된 것 같고 -
TV도 거의 안 보다 보니, 내 머릿속의 아이돌 계보는 아직도 f(x), 시크릿 정도-_ ? 끽해야 티아라 미쓰에이 정도에서 멈춰 있는 듯하다 -
p.s. 청춘불패 2 - 보다 보니 뭔가 재밌다 - 어린애들 노는 건 보고만 있어도 귀여운 재미가 있는 것 같다-_ (다른 버라이어티와는 또 다른 느낌 - )

8.
우울삽화의 확연한 호전 - 결국은 모든 것이 내 스스로 마음 속에 쓸데없이 만들어 놓은 것들이었다
완벽주의적인 (비현실적인) 기준을 낮추고, 막연한 기대를 버리면서도 그것이 비관론이나 자기비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지키는 것 (중용 -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쓸데없는 기준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 - 막연히 긍정적이 아닌,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
일단 어떤 느낌인지는 알았다 - 요즘은 반대급부로 종종 조증삽화가 (...) 오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_ 이게 정상이겠지 (우울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but, 사소한 충격에도 순식간에 그 상태가 흐트러져 버린다는 것 - (unstable - 유리멘탈...) 좀 더 마음의 지구력을 기를 필요가 있겠다
아직까지는 항우울제의 보조가 필요할 듯 싶다 - 상담도 계속 받아야겠지만, 어느 정도 호전되었고 재정적 문제도 있으니 주기는 조금 늦춰도 될 듯 -

p.s. 10년 가까이 쓸데없이 인생을 빙 둘러왔다는 느낌이다 -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
p.s.2. 나중에 죽기 전에 짤막한 (...길게 쓰면 아무도 안 읽겠지-_ ) 자서전을 남길 생각이다 - 칼 융처럼, ‘육체의 기록’이 아닌 ‘정신의 기록’을 남기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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