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포스트 아포칼립스

Posted 2011. 11. 9. 23:41,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시기는 핵전쟁 이후 -

방사능에 뒤덮여 모든 것이 뒤틀리고 썩어 가는 참혹한 세계
낙진으로 뒤덮인 황야와 먹구름 낀 하늘
철저히 파괴된 문명과 그 너머로 펼쳐진 수풀과 늪지대
절망적인 심정으로 폐허를 하릴없이 떠돈다
결국 만사를 포기하는 심정으로
시골 늪지대 근처의 누추한 움막에 몸을 맡긴다

손 하나 꼼짝할 힘도 없이 누워서 빌빌대며
서서히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방사능에 처참히 오염된 행려병자들
며칠에 한 번씩 누군가 와서 고기덩이를 던져주고 간다

움막에서 내 바로 옆에 누워 금방이라도 죽을 듯이 빌빌대던 돌연변이 건새우
문득 슬슬 꿈틀대며 기어오더니 내 고기덩이를 빼앗아 가려 한다
간만에 열이 팍 올라 (꼭지가 돌아)
씨발 이게 뒤질려고 환장했나 안 꺼지면 씹어먹어 버릴 거야 운운 대차게 욕설 섞인 어깃장을 놓다
(진짜로 고소하게-_ 씹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풀이 푹 죽은 채 제 자리로 간신히 기어가 빌빌대는 돌연변이 건새우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 버린 돌연변이 건새우
살짝 미안해할 틈도 없이
다른 행려병자들이 순식간에 들러붙어 말라비틀어진 건새우 시체를 뜯어먹어 버린다
점점 무기력하게 죽어 가는 병자들
그 와중에 발휘되는 처절한 생존의 본능
남은 자들은 죽은 자들의 사체를 먹고 근근히 목숨을 이어간다

...장면이 바뀌어, 어떤 도시의 폐허 -
썩어 가는 역겨운 하수도의 방사능 물 속에서 살아가는 수중 인간
누구도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 자기만의 ‘역겨운’ 구역에서 환경에 훌륭히 ‘적응’하여 살아남은
낮은 지능과 순수하며 ‘본능’에 한없이 가까운 돌연변이 인간 (골룸 - 스미골?)

어느 날 하수구에 떨어진 어떤 남자의 시체
아무런 악의 없이 ‘당연하게’ 자기 앞에 떨어진 ‘식량’을 맛있게 뜯어먹는 ‘스미골’ -
그러나 잠시 후 나타난 분노에 가득 찬 꼬마 - 그 남자의 동료 -
아련한 슬픔과 경멸과 복수 - 낡은 권총을 들이대며 ‘이 괴물이 감히 우리 xx의 시체를 뜯어먹다니 - ’ 의 분위기
그러나 문명의 흔적 및 관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한’ 돌연변이 -

슬픔과 분노와 경멸에 가득 찬 소년
결국 ‘스미골’에게 회한에 찬 감정으로 권총을 발사하지만
‘스미골’은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소년이 분노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
‘불합리하게’ 죽어간 ‘스미골’의 시체는 쓸쓸히 하수구에 버려지고
...이 모든 상황을 나는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담담하게 지켜볼 뿐이다 -

p.s. 꾸는 꿈마다 ‘모든 등장 인물이 나의 일부분의 반영이다 - ’ 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니, 확실히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 듯하다 -

키워드. #병약자.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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