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솔라리스

Posted 2011. 9. 1. 00:01,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장소는 산 속의 넓은 공터
메마른 잔디와 말라죽은 나무 앙상한 부러진 나뭇가지들
스산한 가을의 느낌 서늘한 바람과 무기력한 공기 흐린 하늘 우중충한 회색의 날씨
들판 여기저기에 제각기 모여 서성이는 낯선 사람들
친구들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고
그저 알 수 없는 무기력감에 사로잡혀 메마른 들판을 하릴없이 배회할 따름이다

만사가 귀찮은 마음에 바로 옆에 보이는 (문 열린) 빈 소형 버스에 들어가 앉아 휴식을 취하다
창문 밖으로 저 멀리 나와 내 친구들이 타고 온 대형 버스가 보인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국적으로 생긴 낯선 여자아이들이 떼를 지어 버스에 타기 시작한다
살짝 당황하여 차에서 내리려고 했으나 어쩌다 보니 내리지 못하고 남게 되었다
순식간에 그녀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꺅꺅 - )
그 중 유독 호의적인 몇 명과 잠시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다
듣자 하니 대략 50광년 떨어진 행성에서 (...) 소풍 온 학생들이 타고 온 버스인 듯하다

정신팔린 사이에 어느새 출발해 버린 버스
내리지 못한 김에 그저 될 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얌전히 버스 안에 앉아 있다
(굳이 내려서 남아야만 할 이유를 못 찾았다는 게 더 정확할 듯 - )
냉혹해 보이는 교사가 ‘얘는 뭐야?’ 어쩌고 하는 걸, ‘아파서 누워 있대요’ 어쩌고로 무마해 주는 한 친절한 여자아이
성분비가 (산소함량과 수분) 다른 대기로 순식간에 변질된-_ 각자의 도시락을 교환하고
캡슐에 담긴 조그만 요구르트를 마시라고 내게 건네준다 (정체를 감추고 그쪽 행성에 적응이 가능하도록 돕는?)

도착한 조그만 행성과 어둡고 삭막한 강철의 요새들
그녀의 도움으로 정체를 감춘 채 철갑을 입고 무장한 경비병들 사이를 지나쳐 철통같은 요새 안으로 들어간다

안쪽은 뭔가 호그와트 기숙사 같은 느낌이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가는 그 종족 학생들)
몹시 어둡고 음침한 (차갑고 습한) 분위기
호의적인 그녀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에게서는 어쩐지 기묘한 악의가 느껴진다 (마치 ‘파충류’ 같은 느낌)
특유의 그 분위기를 제외하면 외모는 인간과 그다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대화 속에서 ‘황인종’이 (또다른 인류?) 지하에 억류되어 살고 있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주워듣다
마치 일종의 강력하고 엄격한 통제 계급사회 같다는 느낌이다 (스파르타 아마조네스 같은?)

오래된 학교 같은 어두운 계단을 올라간다
낡은 나무바닥으로 된 2층 넓은 거실에 남루한 문들이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왼쪽 구석의 한 조그만 방으로 들어가, 룸메이트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오늘 *** 있어?’ 하고 물어봤던 거 같다)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 기다리게 하고 잠시 나가다
어쩐지 마찬가지로 호의적이어 보이는 룸메이트와 잠시 잡담을 나누고
잠시 후 그녀가 돌아와 일종의 (위조) 증명서와 더불어 (식별용) 펜던트 하나를 목에 걸어 준다

그 종족 전반에 만연한 듯한 특유의 ‘냉혹함’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나의 정체가 섵불리 드러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다
그렇게 엉겁결에 시작된 그녀(와 룸메이트)와의 일종의 동거 생활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덧 ‘성인’이 되고 종족을 이끄는 샤먼들로부터 ‘미래의 계시’를 받아야 할 시기가 오다
샤먼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에 들어가 그녀와 함께 손을 서로 부여잡고 미래의 비전을 전수받다 (종족 특유의 엄숙한 성인식)
물론 나는 그 종족이 아니기에 아무런 비전도 감각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들에게 혹시나 정체가 드러날까 하는 두려움에 그녀를 힐끗 관찰하며 억지로 트랜스 상태를 따라서 연출하다
다행히 샤먼들은 눈치를 못 챈 듯하고 ‘그대의 사명이 무엇이던가 - ’ 하는 근엄한 질문에 나도 모르게 ‘역사학’(...)이라고 대답하다

이후로 그 행성에서 50년간 더 살았다는 어렴풋한 느낌 - (앞서 ‘50광년 떨어져 있다’는 언급과 상관있을지도 - 귀환시에 시간이 그대로인?)
문득 ‘50년간의 고독’에 대한 쓸쓸한 노래(멜로디)가 아련하게 떠오르는 걸 느끼다가... 순간 잠에서 깨다 -

p.s. 꿈 속에서 멜로디가 떠오르는 경우 - 일종의 ‘예술적 계시’라는 느낌인데, 깨고 1분도 안 지나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건 뭘까-_
p.s.2. 어쩐지 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심상이 일부 (어렴풋이) 겹치는 듯한 노래 한 곡 첨부 - p.s.3. 기록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내가 종종 (드물게) 느끼던 비현실감(이인감)을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꿈인 듯하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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