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만에 몰아 적는 이것저것

Posted 2011. 8. 1. 14:21,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1.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확실히 (예전과는 달리 - ) 꿈 이야기를 블로그에 시시콜콜하게 적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꿈은 생각보다 훨씬 방대한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해석’하고 ‘분석’될 수 있는 - 말하자면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꿈의 ‘메세지’와는 별도로 소재나 분위기 등이 꽤나 훌륭한 예술의 재료로 쓰일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
칼 융이 왜 “꿈은 예술이 되어서는 안 된다 - ” 비슷한 말을 했는지 대충 알 것 같기도 하다 (철저히 ‘분석’되고 ‘해석’되어야 할 거리일 뿐이라고 했던가...)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이래저래 이견이 있는 듯하다 - 이런 종류의 예술을 칭하는 어떤 단어가 따로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꿈은 일기장에나 (상세히) 기록하되 - 일종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꿈만, ‘각색’을 통해 ‘예술’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올려놓는 정도가 현명할 듯 싶다

p.s. 사실 지금까지 올린 꿈들도, 엄밀히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 올린 건 없다-_ 정도의 차이일 뿐, 일종의 ‘각색’이 곁들여진 건 마찬가지다
p.s.2. 예전의 꿈들이 일종의 ‘환상’이었다면, 상담을 진행하고 나서 꾸는 꿈들은 (깨고 나서 생각하면) 일종의 ‘초자아(super-ego)’와의 ‘대화’처럼 느껴진다

2.
종종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들을 빌려볼 때, (전에 빌렸던 사람이 끄적인 듯한) 이런저런 각주 및 해석이 달려 있는 걸 볼 때면 기분이 좋다
짤막한 코멘트에서, 전에 읽던 사람의 생각이 언뜻 보이는 듯해서 흥미롭다 (물론 밑줄만 마구 그어대는 건 최악이지만-_ )
물론 이런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_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종의) ‘위키’스러운 과정을 통해서 오히려 ‘텍스트’의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외국(전문)서적이 번역되어 들어오는 경우, 종종 정체불명의 (...) 번역투 단어들이 난무하는 사태가 벌어지곤 하는데 -
가끔 견디다 못해 구글 도서로 원문을 검색해서-_ 괴팍한 단어들마다 영어로 주석을 끄적여 놓는 뻘작업을 해놓고서 (...) 혼자서 뿌듯해할 때도 있다...-_
(보통은 잘 안 하는데-_ 가끔 “다른 사람은 이런 짜증을 안 겪게 해줘야겠다!” 식의 정의감이 (...) 불타오를 정도로 짜증이 치밀 때가 있다...+-_ )

p.s. 블로그에서는 댓글이 비슷한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고 본다 - 딱히 피드백이 필요없는 내용이라도, 덧붙여져서 추가적인 생각이 가능케 하는 댓글들 -
p.s.2. ‘언어’와 ‘번역’ 및 ‘세계관의 충돌’에 대하여 - 내가 직접 안 다뤄도 될 정도로 자세히 나와 있는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_
p.s.3. 대학 도서관은 그야말로 자료의 보고인 듯하다 (어지간한 책은 거의 다 있는 듯하다 - 없는 책은 개인별로 신청해서 구비할 수도 있고)
졸업하고 나서도, 연회비 꼬박꼬박 내며 멤버쉽을 유지할 생각이다 (이 정도 규모와 장서를 구비한 (외부대출 가능한 - ) 공공 도서관도 흔치 않으니까 - )

3.
어려서부터 어쩐지 “거미는 익충이다 - ” 라는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있는지라, (시골 출신 - )
자취방 창문에 집을 짓는 거미를 보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그냥 놔두곤 한다 (슬슬 외관은 흉가처럼 변해 가고...-_ )
작년만 해도 종종 창문에서 날파리 (하루살이?) 사냥 장면을 흥미롭게 목격했었는데, 날이 추워지니 어느새 거미줄이 사라져 있더니 -
여름이 되고 더워지니 어디선가 또다시 나타나서 (...) 집을 짓고 있더라 (문을 열어놓고 살다 보니, 점점 집 안과 바깥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듯하다.-_ )
(물론, 어지간한 큰 곤충들은 - 집 안에 잘못 들어왔다가는 우리 꼬맹이의 장난감이 되어 실컷 ‘드리블질’ 당한 뒤 말라죽을 뿐이고...-_ )

p.s. 큰 거미는 솔직히 징그럽긴 한데 - 작은 실거미 같은 경우는 귀여워서 (...) 종종 개미 다루듯 손 위에 올려놓고 갖고 놀기도 한다-_
p.s.2. 문득, 군대에서 청소하느라 거미 떼거지가 몰려 있는 레어(lair)를 섣불리 건드렸다가 - 왕거미한테 물려서 손등이 퉁퉁 부었던 기억이 떠오른다...-_
(벌한테 쏘이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데 조금 더 통증이 약하다-_ 왕벌한테도 작년에 제대로 한 번 쏘여 봐서 (...) 아직까지 느낌이 생생하다...orz)

4.
자주 (머리 깎을 때마다) 다니는 동네 미용실이 있다 -
맨 처음에 갔을 때는 무려 “학생 - ?” 소리 들었을 뿐이고...-_ (고등학생-_ ? 어려 보인단 소리를 예전부터 하도 들어서 그닥 놀랍지도 않다-_ )
집에서도 가깝고, 주위에서 가장 비좁고 허름해 보이길래 (왠지 그런 데가 편하다 - ) 단골집으로 삼았을 뿐이고 -
처음 몇 번은 그냥 밍숭맹숭 다니다가, 나중에는 머리 깎으면서 가벼운 잡담 정도 나누는 사이가 됐다 (딱 어머님뻘이다 - 따님이 나보다 살짝 누님 - )
집이 바로 근처라, 머리 감겨주시려는 걸 “바로 옆인데요, 뭐. 집에 가서 감을게요. 괜찮아요.” 했더니 - 반색을 하시며 무려 천 원 디스카운트 해주시더라-_
(아무리 구석 동네라지만 그래도 나름 서울인데, 이건 무려 고향 소도시 단골집에서 깎던 떄보다도 더 싸다-_ )
‘단골’이라는 게 대충 이 정도 이미지겠지 - 몇 달에 한 번 가더라도 얼굴 알아보고, 굳이 다른 데 갈 생각도 안 들고, 그냥저냥 익숙하고 편한 느낌 -

5.
소형 라디오 하나 구입하다 (mp3 스피커 겸용 - )
음악이랑 라디오 듣는 것밖에 안 하면서도 컴퓨터를 켜 놓는 게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 (발열 및 빌어먹을 전기 누진세...-_ ) 큰맘먹고 하나 질렀다
계속 듣다 보니, 라디오는 정말 매력적인 매체인 것 같다 (컴퓨터 안 켜고도, 하루 종일 틀어놓으면 거의 안 심심하다 - )
의외로 오가는 만담들이 (사람들 입담들이) 심상치 않을 뿐더러 - 가끔 빵 터지는 사연들이 있어서, 듣다 보면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라디오는 확실히 임기응변빨과 게스트빨이 큰 듯하다-_ 은근히 뜬금없이 (...) 빵 터질 때가 많아서, 선입견 없이 이리저리 돌려 가며 듣는 게 좋은 듯 - )
훗날 내가 혹여나 (...) 성공해서 ‘유명인’이 되더라도, TV에는 (단발성으로라도-_ ) 절대 안 나갈 거지만 - 라디오라면 별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TV보다 부담감도 적고, 어쩐지 TV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 목소리’ 듣는 기분이다 - )

p.s. 조금만 더 외로워졌다가는, 나도 라디오에 막 사연 보내고 문자 보내고 전화연결하고 (...) 난리치게 될지도 모르겠다...-_
p.s.2. DC 어댑터 등 인터넷으로 사기 애매한 물품들을 전파상에 직접 가서 사려면, 딱 인터넷 평균가보다 배송비 정도 (혹은 조금 더-_ ) 비싼 것 같다...-_
p.s.3. 다음달에 전기 요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꼭 확인해 봐야겠다 - (지금까지 컴퓨터가 전기 요금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해 왔는지 - )

6.
한여름에 옥탑찜통에 살면서 ‘살인적인’ 더위를 견뎌내는 방법은 (...에어컨을 달지 않는 이상 - ) 대충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1번 - 야행성 생활을 한다 (...) 더우면 어차피 노곤해서 축 쳐지니까 - 마냥 퍼자다가, 밤에 조금 선선해질 때쯤 일어나서 활동하기...-_
(장점 - 단순히 더위만 피하려면 가장 편한 (손쉬운) 방법이다 (...) 단점 - 작년에 해봤는데, 갈수록 사람이 잉여로와지고 점점 폐인이 되어 간다...orz)
2번 - 오히려 더 부지런해진다 - 컴퓨터 사용 줄이고 (발열...) 땀흘리는 김에 운동도 하고, 이리저리 시원한 도서관이라도 다니는 등등 -
(단점 - 정말 귀찮다...orz 샤워해 봤자 30분이면 다시 땀이 날 뿐더러, 사실 나가기는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귀찮다-_ 나름 정신력이 필요한 듯 - )
작년에는 1번이었다면 (...) 올해는 2번이다 -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 이게 언제까지 가능할런지는 모르겠다...orz

p.s. 옥상에서 보이는 이웃집 옥탑방을 내려다보니, 대대적인 지붕 공사를 하고 있다 - 보나마나 옥탑방 찜통 더위 때문이겠지 (...)
p.s.2. 매일 밤마다 청계천에 뛰러 나가고, 시도때도없이 스트레칭하고, 아침저녁으로 샤워하기 전마다 팔굽혀펴기 및 윗몸일으키기를 하다 보니 -
어느새 (잠시-_ ) 뽈록하던 아랫배도 사그러들고, 다리도 다시 150도 (...) 찢어지며, 복근의 윤곽도 (흐릿하게나마 - )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v-_ )

7.
고등학교 시절에 나름 꽤나 즐거운 기억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다지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
내가 겪었던 (대학 갓 입학하고 느꼈던 허무감 - ) 교육 과정(및 철학)의 불합리함을 또다시 겪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더욱 답이 안 보이는 듯 - )
비교적 순응적이었으며, 성적도 무난하게 받아서 (한때 나름 유망주...-_ ) 현재 나름 이름있는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현재(당시)의 교육 시스템(및 경향)이 옳(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요즘 애들한테는, 당최 뭐라고 조언을 해줘야 할지도 전혀 감이 안 잡힌다-_ )
(그 돈 잘 된다는 과외조차도, 왠지 불합리한 시스템의 ‘유지-확산’에 기여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다지 하고 싶지가 않다)
지금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오히려 당시 느꼈던 것보다도 몇 배는 더 큰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것만 같다 (아직 내가 많이 어리다는 거겠지 - )

p.s. 고등학교 때의 입시 스트레스와, 대학교 온 뒤의 공부 스트레스는 - 물론 피곤하고 짜증나는 건 마찬가지지만-_ 그 본질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p.s.2. 수능 때 수학 (30문제 중) 일곱 문제 (손도 안 대고...) 찍어서 70점 맞고, 과분한 대학에 입학하고 지금까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해 왔었지만 -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푼’ 문제는 다 맞았다고 가정할 경우 - 그리 이상할 (과분할) 것도 없는 점수였다...-_ (딱 뿌린 만큼 거뒀다고 생각하련다-_ )
(이과인데 수학 70점...-_ 새내기 때 애들끼리 서로 수능성적 얘기할 때, 내 수학 점수 얘기하니까 그 점수로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 그러더라...+-_ )
p.s.3. 근데 가끔 과거를 돌이키다 보면 나 스스로 생각할 때도 있다...-_ “나 여기 어떻게 들어왔지-_ ?” 사실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들어올 자신도 없다-_

8.
책, 학지사 이상심리학 시리즈 - 얼마 전 발견한 (흥미로운) 블로그에서 유독 자주 언급되길래, 뭔가 있다 싶어서 읽어 봤는데 - 이거 확실히 물건이다 -
지금까지 내 성격에 대해서 어렴풋이 생각해 오던 것들이 - 다양한 사례와 함께 ‘구체화’ 및 ‘언어화’가 나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하다
내가 지금까지 단순한 ‘심리학 이론’ 책에서 찾으려고 하던 (그러나 못 찾던 - ) 것들이 망라되어 있는 듯해서, 마치 일종의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
(나름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획된 시리즈라, 그리 어렵게 읽히진 않는다 - 특히 내 성격과 관계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매우 꼼꼼하게 읽게 된다)
이건 단 김에 한 번씩 다 읽어보고 나서, (간만에) 총체적인 리뷰라도 한 번 (성실하게) 따로 남겨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
(성격과 성격장애는 단지 ‘정도’와 ‘적응도’의 차이이기에, 성격에 대한 다양한 이해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다)
(참고로, 사람의 성격은 복잡하기에 (한 가지 ‘전형적인’ 성격만으로 이루어진 사람은 없기에 - ) 총체적으로 읽어보기 전까진 섵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 )

p.s. ‘흥미로운’ 블로그들에 올라온 서평들은, 그 블로그의 평소 성향과 비교해 봄으로써 - 신뢰도를 짐작하기가 (마구잡이 검색보다는 - ) 훨씬 용이하다
p.s.2. 결국 시리즈의 총체적인 결론은 -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지치료적’인 사고방식을 습득하고 (훈련하고) 반복해서 실천하는 것 -

9.
대대적인 서울 물난리 및 소위 ‘백 년만의 폭우’ -
최초의 기억 후보 중 하나가 홍수에 관한 기억이기도 하고, (http://delliny.tistory.com/1) 꿈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 ) 종종 등장하는 등 -
이래저래 홍수와 ‘깊은 물’에 대한 아련한 - 막연한 - 가물가물한 (흐릿한 ‘추억’ 같으면서도 - 살짝 ‘공포’ 비슷한?) 이미지가 있다
자취 처음 시작하면서 방 보러 다닐 때, 나름 조건이 나쁘지 않았던 (신축 - ) 반지하 몇 개를 마다하고 굳이 옥탑방 중에서 골랐던 이유도,
여러 매체에서 종종 접했던 옥탑방의 로망과 더불어 (옥상 라이프 - ) 반지하의 침수 위험을 (반쯤은 뻘생각에 가까웠지만...-_ ) 떠올렸던 게 있다
(생각해 보면, 지금 홍수를 남의 일처럼 여기며 지내는 것도 나름 그 때의 선견지명 (...) 덕분일지도 모른다 - 서울이 침수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_ )
학교 과제할 때도, 굳이 홍수를 소재(주제)로 하여 몇 번 발표도 했던 기억도 있고 아무튼 간에 -
이 어렴풋한 느낌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홍수’에 대한 뻘글을 (일생의 대작을-_ ) 한 번쯤 써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

p.s. 고향의 홍수(최초의 기억)에 관한 기록을 국가기록원에다 요청해서 받아 놨는데 - 수백 쪽에다 한자랑 막 뒤죽박죽이라-_ 영 읽을 엄두가 안 난다...-_
p.s.2. 문득, 최초의 기억이 ‘수몰된 마을’, ‘잃어버린 고향’, ‘디아스포라 - ’ 등의 이미지와도 연결되는 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종의 상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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