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없이 대충 끄적이는 일상

Posted 2011. 5. 15. 15:07,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1.
새끼 고양이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원에 데려갔는데
애가 완전히 신경이 곤두서서-_ 이동장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려고 하질 않는다
쓰다듬고 살살 달래서 간신히 꼬여낸 뒤-_
의사 선생님과 팔다리 붙들고 배에다가 젤 바르고 나서 -_ 막 초음파 찍으려는데
...고양이가 그렇게 무섭게 우는 거 난생 처음 들어 봤다 (갸아앍-_ 원한서린 듯한 앙칼진 소리)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면서 순식간에 손아귀를 벗어나-_
병원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이것저것 마구 와장창 뒤집어 엎고-_
내가 잡으려고 하니깐 막 피가 나도록 깨물고-_ (평소에는 긁힌 적도 거의 없었는데-_ )
의사 선생님이랑 쫓아다니면서 붙잡아넣는데 내가 창피해서 죽을 뻔했다-_
난동 피우느라 제대로 진찰도 안 한 것 같은데 만오천원 부르는 게-_ 뭔가 덤태기쓴 것 같기도 하고

2.
영어 실력이 한글 읽는 정도로 속독이 가능할 정도로만 늘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회화 따위 필요없다-_ 외국 나가 살 것도 아니고)
학과 공부나 개인적인 관심사 쪽으로 번역 안된 외국 자료를 찾아볼 일이 종종 있는데
가끔 영어 자료를 읽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닌데도 가끔 답답해 미치겠다-_
어릴 때부터 일종의 속독법이 있어서 책을 정말 빠르게 읽는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었는데 (군대에서 책 350권 읽고 나왔다-_ )
영어 자료도 슥슥 훑고 넘어가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 빌어먹을 젠장-_ (두꺼운 책을 보면 일단 한숨부터 나온다-_ )
단순히 정독하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_ 제발 좀 슥슥 훑어 가며 큰 줄기만 샤샥 파악하고 필요한 것만 슥슥 발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어 속독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닌데-_ 속독시 파악한 내용과 정독시 파악한 내용이 상이한 경우가 있으니 나 원-_ )

3.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는 공부 그딴 거 없고 유독 요리 실습-_ 을 많이 시켰던 기억이 있다
(노래 말고는 딱히 뭘 배웠던 기억이 없다-_  맨날 장난감 단체 놀이 종종 그림 그리기 대부분 자유시간 낮잠 재우기나 하고-_ )
고구마 튀김 파전 부치기 김치 담그기 등등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만 해도 꽤나 여러 개 되는데
어린 마음에 마냥 신나서-_ 온갖 새로운 요리들을 창조하며-_ 굉장히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도 나는 자취 시작하기 전까지 료리의 료 자도 몰랐으며-_
라면 끓이고 고기 굽는 것 이외에는 요리 비슷한 것도 해본 적이 없으며 (설거지는 강압에 의해 종종 했었다-_ )
먹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요리하는 지금도 사실 요리에는 영 젬병이니-_
(어제도 찌개 끓였는데 괴악한 맛이 나서-_ 온갖 조미료를 쳐대도 안 살아나길래 두 끼 간신히 먹고 버렸다 젠장)
조기교육이 사실상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반증 사례 중 하나로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_

4.
형광등 안정기 처음으로 혼자서 갈아보다
사실 처음에는 살짝 겁도 나고 (감전 경험-_ ) 귀찮기도 해서 기사분 불러서 해결보려 했는데
전화해도 자꾸만 안 오려고 하길래 (왜 안 오려고 그러지-_ ?) 내친 김에 인터넷 뒤져 가며 직접 갈아보기로 했다
전기 쪽은 태어나서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긴 하지만
군대에서 이것저것 곁눈질해둔 게 있어서-_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집이 워낙 오래된지라 전부 20세기 물건이고 지금은 안 파는 거라서-_
새로 산 거 원래 자리에 맞지도 않는 걸 실로 묶어 고정시키는 등-_ 온갖 뻘짓을 다 해가며 간신히 끼워넣다
해 보니 이론상으로는 무진장 쉽다 그냥 끼우고 연결만 하면 되니까 (왜 안 오려고 했는지 반쯤 이해가 갈 정도로-_ )
오히려 천장에 고정시키고 붙이는 등-_ 부수적인 잡일들이 훨씬 더 힘들었다
오랫만에 집에 전화했더니 부모님도 평생 동안 한 번도 해본 적 없으시댄다 (이사를 자주 다닌 탓도 있겠지만-_ )
자취 안 했더라면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나 싶다-_ 점점 생활용 잡기술이 늘어가는 것 같다

5.
마인크래프트 쩐다-_ http://www.minecraft.net/
뭐랄까 일종의 강박성 성격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나를 포함하여-_ )
지하 탐험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지하 통로와 심연 몹들 광물 탐색 등등)
이것저것 깎아내서 터널 모양 예쁘게 만들기와 (하릴없이 곡괭이질만 계속 해도 시간 금방 간다-_ )
픽셀 그림마냥 생 노가다로 이것저것 대형 건축물 건설하기 등등 (인터넷에 쳐보면 자랑사진 많이 올라와 있다-_ )
이게 과연 이만사천 원-_ 의 값어치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까진 회의적이지만-_ (피같은 돈 젠장-_ )
아직 베타 버전이고, 앞으로 업데이트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좋게 봐줄 수도 있을 듯하다 (가능성 자체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정식버전 나오면 20유로로 값을 올린다니-_ 업데이트는 무료니까 베타 때 미리 사두는 게 좋은 걸지도)
좁은 지하 통로와 탄광은 내게 일종의 영감을 주는 소재인데 (지옥에 관한 꿈들, 디센트, 숨막히는 갱도, 한강의 검은 사슴의 느낌)
약간이나마 비슷한 종류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_ ) 꽤나 잘 만든 게임이다

6.
한동안 일종의 이성만능주의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시간과 (특히) 의지만 충분히 있다면 뭐든지 다 (심지어 완벽하게 - ) 해낼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_
(인간 능력에 대한 신념과 미묘하게 잘못된 시간관념에서 기인한?)
적어도 지금은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안다 (적어도 머리로는 안다-_ )
결국에는 항상 막판에 가서 시간이 모자라다 여기기 마련이고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극한의 영감을 짜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_ 인간이 매번 할 짓이 못 된다
애초에 온갖 기를 다 쓰고 골머리를 앓아야 간신히 될까말까한 일이라면 그냥 안 되는 거다-_
이뤄낼 확률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안달하지 말자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의 여부와는 별도로-_ 애초에 내가 ‘일반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판을 크게 벌리지 말아야 한다-_ )

p.s. 이런 종류의 생각이 ‘강박성 성격’의 전형적인 예시라는 걸, 학지사 이상심리학 책 보고 나서 깨달았다-_ (2011.8.5 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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