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얼음 호수

Posted 2011. 5. 6. 01:46,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주황색 등산복 차려입은 동아리 회원들과 꽁꽁 얼어붙은 눈 덮인 산을 등정하다
(일곱 살 때, 눈 덮인 소백산 끝봉오리 30도 경사 줄 붙잡고 올라가던 아슬한 느낌이랑 비슷하다)
하얀 산 정상 전체를 뒤덮은 단단히 얼어붙은 거친 평면의 호수
혹시라도 표면이 녹아내려 시커먼 물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동아리 회장이 얘기를 꺼낸다 “여기서 장비 치고 며칠 머물다 가자”
기겁한 나는 즉시 반대의견을 낸다 “1박 아니면 절대 안 돼!”
(나중에 깨고 나서 생각해 보니, 방학 때 아빠가 할머니 댁에서 며칠 자고 가자고 하던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_ )

시커먼 호수 위의 거친 얼음 위에 세워진 아슬아슬한 집
무진장 넓고 황량한 내부 (약간 버려진 아파트 모델하우스 같은 느낌 혹은 큼지막한 식당 같기도 하다)
(새로 이사갈 텅 빈 집에 한밤중에 손전등 들고 찾아갔을 때랑도 비슷한 느낌이다)
눈발 날리는 어둑어둑한 겨울의 분위기 (회색의 우중충한 느낌)
각자 두껍게 껴입고 방으로 흩어져, 매서운 추위에 대비하여 하룻밤을 지낼 준비를 한다

한밤중에, 집안의 보일러 난방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한다
바닥이 서서히 녹아들어가고 집안 곳곳에서 검푸른 물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한없이 빠져들 듯이 아득한 심연의 구멍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각자 저마다 방에 있다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사람들 (시커먼 물 속으로 가라앉은?)
답답하고 어두운 공기, 끈적하고 질척한 느낌과 축축한 습기
어두운 집 안을 헤매면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보일러 스위치를 애타게 찾아다닌다

p.s. 생각해 보면, 꿈 속에서 유난히 깊은 물과 심연에 대한 공포감이 (drowning) 은근히 자주 드러나는 것 같다
실제로 수영을 못 하긴 하지만-_ 평소에 딱히 물이 무섭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는데 (물놀이 가면 튜브 끼고 잘 논다-_ )
딱히 기억나는 물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없는데, 혹시 어릴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설마, 혹시 홍수의 영향이려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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