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부둣가

Posted 2011. 4. 5. 22:41,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이런저런 꿈 속에 종종 등장하는 부둣가가 있다
바닷물은 마치 강가처럼 파도 한 점 없이 잠잠하고 공기에서는 끈적한 소금기가 느껴진다
바닷가 바로 옆으로 (일반적으로는 바닷물이 들어올 거리에) 각종 익숙한 상가들이 (피자가게-_ )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앞으로는 이국적인 (흰색?) 거대한 석조 아치형 수로가 마치 방파제처럼 바다 위로 끊임없이 뻗어나간다
저 멀리 어렴풋이 (바다안개 속에?) 거대한 현수교가 있다는 느낌이다
안쪽을 돌아보면 80년대스러운 분위기의 낡고 우중충한 건물들이 끊임없이 들어서 있다

사람 머리통만한 커다란 알을 품에 꼭 안은 채로 아무도 없는 낯선 도시를 헤맨다
얇은 옷에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소금기를 머금은 매서운 겨울바람
어디든 마음 편히 쉴 곳을 찾아서 인적 없는 어두운 재래시장 (비린내 나는?) 지저분한 골목들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닌다
춥고 낯설고 피곤하고 거기다가 안고 있는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한참을 하릴없이 떠돌다가 결국 언덕 위 가로등 옆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버스 대합실 앞에 주저앉는다
만사를 포기하는 듯한 심정으로 고이 품고 있던 알을 찬바닥에 내려놓고 까끌까끌한 시멘트 의자 위에 쪼그려 눕는다

p.s. 나는 전혀 가본 적도 본 적도 없지만 자꾸만 꿈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몇몇 도시들이 있다
언제나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실존하는 도시들의 어렴풋한 느낌들을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기분인데
혹시라도 이런 도시들이 어딘가에 실존하고 있다면 진정한 마음의 고향으로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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