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이것저것 끄적끄적끄적

Posted 2016. 11. 6. 06:21,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1.

추워지니 고양이가 곁에서 떠나려고 들질 않는다... 집에 있는 동안에는 거의 한시도 내게서 떨어지려 들지 않는다

집 안에서 어딜 가든 졸졸 따라온다. 잘 때마다 항상 이불 속으로 쑤석쑤석 겨드랑이로 파고들어온다

엎드려서 뭘 쓰고 있을라면 등 위로 폴짝 올라와 납작 들러붙어 잔다..-_- 혹은 몸통 아래 공간-동굴로 굳이 비집고 들어와 골골댄다

고양이가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있으니 나도 덩달아 게을러지는 느낌이다. 배 위에서 자고 있는데 움직이기가 미안하다


2.

만성적인 것을 넘어 들이닥쳤던. 내 삶을 휘청..이게 만들었던 우울이. 지금 생각하면 뭔가 나한테 필연적인 거였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의 태도가 어긋나 있고. 더 이상 그렇게 가면 안 된다는 어떤 한계선을 알려줬다는... 내게 변화와 성장을 ‘강제’했다는 느낌이다

(지나고 보니. 만성적인 어중띤 우울이 급성 우울보다 훨씬 안 좋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빠져나오려 기를 쓰고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눈 빤히 뜨고도 눈뜬 장님마냥 보지 못하던 것들을 점점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비공개로 진행 중인 장기프로젝트들 중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것들은...

1) 꿈 기록. 꿈 작업. 연상작업. 투사와 백색투사. 2) 가족의 문화조사. 메타커뮤니케이션. 관계양상. 기록조사... 정도인 것 같다.

(각각 다른 데서 시작해도. 결국 다 서로 만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모든 게 다 연결되어 있다. 결국 다 겹치는 내용이다)


3.

지난 5년 남짓 동안에 일수로는 약 800일... 토막꿈으로는 약 천오백 개 가량의 짧고 긴 꿈들을 기록하다.

오늘만 해도 노트 두 페이지 반을 빼곡히 채울 분량의 장황한 꿈을 기록했지만... 음... 뭔가 남한테 신나서 얘기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_-

뭔가 남에게는 그닥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날것의. 거친. 미해결 감정의 덩어리들이 지리하게 쌓여가는 느낌이다

보통이라면 별다른 자각 없이 흘러갔을 감정의 찌끄레기들을. 기어코 캐치해 끄집어올려 잘 보이는 곳에 널어놓는. 말리는. 되새김질하는 느낌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것들이 얼추 뭔지. chaotic한 연상들과 메타포들이 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렴풋이는 안다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꿈의 이미지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던. 답을 죽을 때까지 못 찾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어릴 때에 비하면 완전 비약적인 발전이다

예전엔 꿈에 대한 어떤 낭만적인 태도와 함께. 꿈 얘기 하는 것도 좋아하고 뭔가 영감으로써 예술적인 연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일상에서 내 꿈 얘기는 가급적 피하는 주제에 가깝다. 내 꿈기억이 너무 세세하고 감정적이라 더 그런 걸수도 있는데...

내 감정들. 정서상태가 너무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느낌이라... 옛날처럼 아무렇지 않게 꿈얘기를 늘어놓을 수가 없다. 뭔가 저항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반면에. 남의 꿈 얘기 듣는 거는 좋아한다. 뭔가 짧은 꿈 얘기만으로도 그 사람의 일부분.. 여러 정서..에 대한 얕은 감이 온다는 느낌이다)


4.

가족 문화 조사...에서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고 있다. 나의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가정에서 왔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사실 책에서 보고.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뭔가 막연한. 갈피가 잘 안 잡히는. 맨땅에 헤딩하는 듯한... 이게 뭐 잘 되겠나 싶은 느낌이 있었는데...

1년쯤 꾸준하게 파고드는 과정에서. 점점 큰 흐름. 갈래가 잡혀가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가정 내에서의 이것저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족들과의 일상 대화들을 기록하고. 거기서 미묘하게 드러나는 메타커뮤니케이션을 구체화하고 구도를 표면화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서...

가족 내에서의 ‘역할’이라든지. 관계양상 등. 드러나는 사고패턴. 방어기제..라든지. 하나하나. 걸리는 이슈들을 ‘집요하게’ 파들어가고.

거기서 어떤 패턴... 경향성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것들 사이의 연결점이 보이는 식으로.. 조금씩 갈래가 잡혀가는 느낌이다


(가끔. 특히 형...과의 사이에서는. 뭔가 어렴풋한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일부러 애매한 갈등을 끄집어올려 싸움을 거는..-_- 경우도 있다)

(미리 계획된 싸움의 이미지. 이렇게 나가면. 여기를 찌르면 어디 뭐가 떠오르나 보는 식으로. 내 가설이 맞나 식으로...)


사람은 뭐든. 튜토리얼처럼. 단계적으로만 뭘 제대로 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처음에 작은 문제에서 시작해서. 그게 전부인 양 거기에 집착하다가. 나중에야 그게 중한 게 아니라. 그게 더 큰 문제의 일부분임을 아는 식으로....

처음부터 전체 큰그림을 볼 순 없다는 느낌이다. 나중에 큰그림을 볼 수 있으려면 애초에 작은그림부터 성실히 봐야.. 한다는 느낌도 있다


5.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운운에 대해서 예전보다는 훨씬 더 진지하게. 와닿는 무언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꿈 작업과. 연상작업. 가족문화조사.. 엄마의 옛 기록 조사.. 등에서. 뭔가.. 상당수 내면의 이미지들이 엄마..로부터 파생된 거라는 걸 느끼고 있다

심지어 내 어떤 성적 판타지.. 마저도. 엄마로부터 파생된 이미지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꿈분석에서 시작한 연상. 상징작업이. 가면 갈수록 실생활. 문화생활. 모든 분야로 확장되는 느낌이다...)


...문득. 혹시 아빠의 (+엄마의?) -실제 성생활 말고- 야동취향-_-... 및 구체적인 성적 판타지...에 대해서 소상하게 알 수 있다면...

할머니나 조부모가정에 대해서도. 가족 역동에 대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뭔가 약빤-_- 생각을 해본다.


6.

러블리즈 케이. 예전에 단순히 귀엽기만 해보일때는 -‘공격성’이 결여되어 보일 때는- 눈길은 가되 그리 큰 관심은 안 두다가.

어쩌다 본 예능?에서 귀여운 모습+뭔가 너구리마냥 능글스런. 개구진. 장난끼어린 공격성...을 감지하고 나서부터 조금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나중에 어딘가에서 귀여운 모습+뭔가 정신력 강한. 근성 쩌는. 승부사적인. 야망가... 기질을 보고 나서는 확실히 팬이 된 것 같다.

뭔가 미묘한 동일시가 느껴지고. 뭔가 귀여움. 발랄함. 유능함...식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동시에. 한편으론 (동일시에서 비롯된) 안쓰러운?느낌도 있다


(늘 웃는 모습이 디폴트인. 불평 없고. 화 못 내고 능력있고 (귀여운?) 드물게 능글맞은 애..에서. 뭔가 내 한때 모습이 겹쳐보이는 것 같다.-_-)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일부러 ‘디폴트로’. ‘대외적으로’ 웃던 모습이. 뭔가 무표정..을 가리기 위한 가면이었다는 느낌도 있고...)


분위기있고 귀여운 것도 좋지만. 나는 얘가 좀더 장난끼어린. 능글맞은. 엉뚱한? 야망적인. 좀더 ‘생기있는’. ‘긍정적인’ 공격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언젠가부터 내게 이런 특유의 느낌.. 이면을 보는 감각. 동일시. 투사. 촉이 꽂힐 때면... 나는 내 느낌을 신뢰하는 편이다. 나름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이 감각에 익숙치 않을 때는. 그게 상대방의 전부인 양 오버하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_-) (이젠 안 그러..는거 맞나?)

(내 느낌이 맞다고 쳐도. 결국 상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걸. 게다가 대개는 그림자 측면에 불과한 걸 가지고...)


p.s. 케이라는 예명..에 대해 이런저런 썰이 있던데.. 내가 아는 케이 중에서는. 부기팝의 니이토키 케이...와 살짝 (일부) 이미지가 겹치는 느낌이 있다..


7.

예전에 비해서 감정의 언어화...에 점점 능숙해지고 있다. 뭔가를 말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뭘 가져올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다.

굳이 내 바깥에 있는 것들을 머리써가며 말하려 애쓰던 강박을 버린 것 같다. 모르는 건 모르는 셈 걍 쌩까면 그만이다 (굳이 알아야 되나 싶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스스로 느끼고. 꺼내서 구체적인 말로 만들어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단 느낌이다

...근데 가끔 보면. 뭔가 이게 외부의 법칙들을 갖고 말하는 논리 추론 능력과 트레이드오프가 아닌가...-_-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예전보다 감정에 예민해진 대신에. 그쪽으로는 머리가 덜 돌아가는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그쪽으로 머리쓰기가 싫다

(예전 한창때는 두자릿수×두자릿수 암산도 바로바로 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그런 무의미한 짓을 왜 하나..싶은 느낌이 먼저 드는 것 같다.-_-)


...같은 맥락에서. 내가 내 안에서 꺼낼 수 있는. 나의 어떤 호불호. 감정. 이미지. 행동패턴. 내재화된 윤리..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지만.

내 바깥에. 나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무언가로서의 붕 뜬 정의...같은 거엔 (지금으로선) 1도 관심없다.

정의란 무엇인가. 하고 내게 묻는다면. 지금의 내가 줄수있는 답은 관심없다. (생각하기 싫다) 혹은 fuck you 뿐이다. 정의는 엿이나 처먹어라.


8.

인터넷 상에서 여기저기서 접하는 소위 페미니즘이. 어떤 이론이나 체계적인. 이성적인 무언가의 모양새를 갖추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뭔가 거대한. (거의 원형적인?) 집단적인. 응어리. 울분. 트라우마. 미해결 감정덩어리..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그 미해결 감정덩어리를 이론적으로.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중무장’ 시도..라는 느낌이다. (그 자체에 엄청 강렬한-_- 공격성이 내포되어 있다)

(뭔가 날선 공격성..까진 당연하다 쳐도. 감정을 굳이 딱딱한 이성으로 포장하려는. 초자아적인. 당위적인. 도덕적인... 뉘앙스가 불편하다)

(이런 당위. 도덕률로 강하게 무장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원래 핵심인 감정의 문제를 제대로 안 보려 든다는 느낌이 있다... 뭔가 주객전도의 느낌이다)


엄마가 전통의 허울을 쓴 가부장제..문화 속에서 받아왔던 불이익. 감정적 억압..응어리에 대해서 어려서부터 소상하게 알고 있기에.

내가 직접적으로 당한 게 아님에도. 유교적?명절.제사.차례 문화라든지. 시댁으로 대표되는 가부장 문화..에 대해서 극렬한 반감과 혐오감을 갖고 있다

but 엄마가 거기 대항하고 뭔가 의무의 짐을 더는 데 데 굳이 페미니즘의 도움이 필요할까..하고 묻는다면... 음 아닐거 같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억압적인 문화에서 자기 감정을 억압해온 사람들에게) 감정의 문제를 정당화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도구..의 느낌이라...

자신의 ‘도덕적인’ ‘당위적인’ 권리를 찾아 투쟁하기보다. 감정 그 자체를 다루는 게. 훨씬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느낌이다

(뭐랄까. 내가 그게 ‘싫기’ 때문에 그걸 거부해야 한다는 느낌이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는 어차피 감정과 상관없는 머리싸움에 불과하단 느낌이다)


(뭔가 매사를 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니. 예전보다 면전에서 싫은 소리를 조곤조곤 잘 얘기하게 된 것 같다.ㅋㅋ)


(...하긴.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한번쯤은 엄마가 이론무장 쩔어주는 대찬 페미닌 전사-_-로 변신해서...)

(아빠와 시댁식구들한테 포효하듯-_- 따박따박 날선 공격성을 내뿜어대며 데꿀멍-_-시키는 장면을 보고싶긴 하다. ㅋㅋㅋ 엄청 재미질거 같다)


9.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종말론..말세가 가까웠네 운운을 그렇게 진지하게 믿고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알았다.-_-

아니. 애초에 종말. 예수재림 개념이 없이는 기독교 신앙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는 게 맞는 거 같다. 종말론이 교리의 핵심적인 한 축이라는 느낌이다.

(대외적으로 내세워지는) ‘사랑의 하나님’과. (불신자를 참혹하게, 영원히) ‘징벌하는 하나님’의 이미지가. 따로 분리될 수가 없다는 느낌이다

(긍정적인 ‘사랑의 하나님’..만을 강조하는 게. 이면인 ‘징벌자 하나님’을 은근히 은폐?외면?하는 모양새처럼 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싶은 느낌도 있다)

영원히 불타는 지옥불..에 대한 장광설을 눈 앞에서 라이브로 들으면서. 디아더스에서 봤던. 애들한테 지옥 설교하는 장면이 오버랩됐다.

나는 그게 청교도적 꽉 막힌 가정..을 나타내기 위한 (과장된) 장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오히려 그게 현실적인 디폴트였다는 느낌이다.

이 종말..지옥불..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모든 눈빛과 어조와 뉘앙스가 어떤 강렬한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뭐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교회가 문제라 그런 불안을 조장한다는 식보다도. 오히려. 그런 불안이 있기에 교회에 의존한다..는 느낌을 더 받는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좀 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상당수의 이단이 종말-심판-에 대한 두려움과. exclusive한 구원에 대한 욕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뭔가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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