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스스로가 환자나 다름없다..는 인식으로 이것저것 개념들을 파고들기 시작한 뒤로, 가장 직접적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싶은 것들은...

- 뭔가 자기방어가 뙇..올라오는. 열라 거북스러운 (일부..) 몇몇 지점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다.

- 그럴 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방어를 의도적으로 누르고, 꾸미거나 가리지 않은 감정을 말할 수 있다. (미치게 어색하지만ㅠ 여튼 할 수는 있다는 거...)

- 메타메세지를 예전보다는 쉽게 구체화할 수 있다. 떠오르는 모호한 감정들을 그대로 묻어버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 궁금하거나 불편하거나 애매한걸 곧바로 되물어본다.. 해소가 안 된 무언가가 내 안에서 꿍하게 쌓여가는 과정이 이제는 느껴진다..

- 말하고 나서 내 메세지와 메타메세지의 간극을 재검열하게 된다.. 최대한 솔직하게.. 꾸밈과 꺼풀을 벗겨내버리는 방향으로..

(어떤 솔직함에 대한 감각..을 점점 일깨우는 중이다. 방어를 벗겨내는 연습.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보호중장비를 갖춰입지 않는 것...)


사실 삶 자체는 크게 바뀐 게 없지만.. 바로 1년 전과 비교해도 내가 그 때와는 많은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삶의 큰 물길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는 느낌이다. 물살의 방향은 얼추 바뀌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persistent한 뭔가가 있다는..


...예전부터 지배적인 테마인. 어떤 중심적인 감각.. ‘삶의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랄까...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삶의 낙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다 포기해도 엄청 안타깝거나 하진 않을 것 같은 느낌인 반면에. 삶의 비용과 수고는 어지간히 달갑잖게 다가오는...

뭔가 보일까 하고 최근에 시도해보고 있는 건. 내 삶에 ‘비용’들이 뭔지.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작은 것까지 적어보는 거다...

(이런 삶의 손익분기점..을 따지면서 삶의 이윤..을 보겠다는 접근이 맞는 건지..살짝 회의가 들기도 하고. 결국 사람은 왜 사는가..로 귀결되는데...)


2.

명백한 삶의 낙 중 하나는 고양이다.. 벌써 키운지 5년이 넘게 지났다. 부르면 달려오고. 잘때는 겨드랑이에 파고들고. 겨울에는 따뜻한 난로가 되어준다

갓 태어난 고양이를 키우면서.. 뭔가. 간단하게나마. 아기 키울 예행연습을 해본 것 같은 느낌이다. 예방주사를 맞은 느낌이다

TV를 보면서 아동학대 운운..을 봐도.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 본능에서 나왔을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되고. 뭔가 안타까움이 더 크다.

(잠못자게 울어대고. 이불에 며칠 연속 오줌을 싸서.. 연거푸 이불빨래를 시킨 새끼고양이에게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보지 않았다면..-_-)

(고양이에 대한 살의..랄까..를 연거푸 느껴보고. 그걸 결국 담아내고 나니. 오히려 아기에게는 안 그럴 수 있겠다..하는 느낌이 온다..)

이런 감각 자체를 아예 모르던 시절에. 아동학대 운운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표출해왔던 그 경멸과 분노는 뭔가 반쪽짜리 분노..였다는 느낌이다


3.

정신분석, 구강기 항문기니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니 하는 것들을, 그닥 와닿지 않는 뻘소리마냥 귓전으로 흘려들어 왔었는데..

열라 노골적으로-_- 오이디푸스적인 이미지의 꿈을 꾸고.. 예전에 꿨던 꿈들에서 비슷한 이미지들을 발견하고 나서.. 뭔가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얘기들의 진리 여부는 알 바 아닌데.. but 관련된 통찰들이 최소한 나한테는 뭔가 힌트.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관련된 책을 몇 권 찾아보는 중이다.. 예전에 대상관계이론쪽에서 어떤 통찰을 얻은 것부터.. 점점 정신분석 쪽으로 이정표가 몰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4.

“...우리는 상대가 무의식적으로 제공하는 관계 유형에 무심코 맞추어 반응합니다.”

“...상대방을 상대하면서 특별히 조심스러워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함정에 걸린 것일 수가 있다.”


..투사적 동일시 개념을 몰랐다면 아마 아직까지도 이해못하고 있을.. 원만치 않던 어떤 관계가. 투사적 동일시..의 틀로 이해가 딱 되는 순간..

(이전까지는 나에 대한 어떤 통제. 권력욕구라고만 이해하던 게.. 스스로에 대한 어떤 엄격함..가혹함이 내게로 옮겨진 거라는 이해로 도달한 순간..)

뭔가. 상대에 대한 적개심이 확 줄어드는 걸 느꼈다. 본인에 대한 가혹함에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나는... 면이 있었다

나한테 까탈스러운 것 이상으로 본인 스스로에게 까탈스럽다는 게. 내적인 갈등이 엄청날 거라는 게.. 오히려 어떤 배려를 불러일으키는 게 있더라


5.

내가 어디서 배워와갖고 (이해한 대로) 블로그에 내 언어로 옮겨적는 것들이 제대로 된 말들인지. 가끔 뭔가 내가 너무 얕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옛날에 적은 기록들을 간혹 다시 찾아볼때. 뭔가 내멋대로 엉뚱한 소리를 한 것처럼 느껴질 때..-_-가 맘에 안 드는.. 이 느낌..)

(..아니면 아예. 이 참에. 검열없이 헛소리든 걍 지껄이고 보는 식으로.. 블로그를 더 지저분하게 써볼까.. 내 안의 어떤 ‘규칙’을 아주 깨버리게...)


6.

과거가 나의 그림자다. 과거를 (내적으로) 끌어안고 정체성의 단절을 회복해야 한다...는 게, 내가 과거의 나를 불편해하는 것에 대해 내린 임시 결론이다

(대극의 통합... 전인적인 인간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분열시켜 내버렸던 과거의 나를 되찾아와야 한다..는 결론...)


7.

예전에 리뷰를 남겼던 영화 인투 더 와일드.. 나는 이제는 이게 파랑새의 우화로 보인다 (전체적인 해석 자체는.. 아직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떠나지 않았다면.. 아마 슈퍼트램프는 -뭔가 다른 계기가 없는 한- 우울과 강박에 시달리면서. 사회에 불만이 있는 채 공허감에 들어찬 채 살아갔을 거다

최소한 떠남으로써 그는 뭔가를 깨달았다. (죽음을 통해서. 물론 되돌아올 기회는 없었지만. 그게 꼭 나쁘고 절하할 일인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8.

몇몇 아이돌..들에게서 나의 어떤 분열된 이미지..를 보게 때가 있다. (내 어떤 단면을 다른 사람에게서 보는 것 같은... 그런 게 느껴진다)


러블리즈 케이. (꿈에서 종종 등장하는) 어떤 원형적인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 innocent little girl. 분열된 ‘좋음’의 이미지. (공격성..이 배제된...)

주먹쥐고 소림사 구하라. 나도 어려서부터 어지간히 의지와 정신력을 강조해대는 (어찌 보면 삭막한) 환경에서 자라왔기에..

뭔가 다들 주위에서 강단있다고들 해주는 그런 태도가. 내게는 당연한 디폴트..로 (자동적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그렇게 아득바득 하지 않아도 어차피 다 된다는.. 그것만이 길이 아니고 꼭 그래야만 되는 게 아니라는.. 뭐 그런.. 동병상련. 안타까움 같은 게 있다

레드벨벳 조이. 우결에서 엄청 귀엽게 나온다.+_+ 뭔가. 뼛속까지 밝음이 느껴지는 캐릭터..에.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aoa 유나. 뭔가 목소리가 간질간질하다.. 예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설레는 외모는 아닌데..-_- 목소리에서는 뭔가 살짝 설레는 느낌이 있다..

...마마무. 아이돌로서의 매력은 잘 모르겠는데.-_- 이번 곡이 워낙 잘 나와서.. 아무래도 자주 듣고 보게 된다. 아직 개인적인 이미지로 다가오진 않는다


9.

프로듀스101. 여태까지 별로 관심 없다가.. 뭔가 여기저기서 얘기가 많이 나오길래 내친 김에 지난 화를 쭉 몰아서 보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감각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는 거기서 부조리함. 가혹함. 야만을 봤다면.. 지금은 어떤 에너지를 보고 있다

(부조리함과 야만이 거기 있다는 걸 알지만. 그쪽으로 초점이 안 간다.. 그런 조건에서 생겨나는 어떤 생기..에너지..에 더 관심이 간다)

음.. 방송을 보니까.. 고정적으로 표를 많이 받는다는 애들이 왜 많이 받는지 알 것 같다.-_-

개인적으로 눈길이 가는 애들은.. 김세정. 최유정. 임나영. 김소혜... 정도. (다른 애들은.. 매력과 별개로. 뭔가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는 없다)

기준이 외모의 예쁨이나 실력이 아니라는..거. 내가 얘들을.. 각각 내 안의 어떤..원형적인.. 이미지..와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


임나영..스톤나영..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 나는 사실 얘를 보는 게 불편하다.-_- 자꾸만 어릴 떄의 나와 이미지가 겹쳐보여서.

똑부러지고.. 피지컬 좋고 예쁘고(잘생기고) 인기도 나름-_-* 있으면서도.. 뭔가 감정표현 없고. 표정 없고. 어딘가 스스로 억눌려있는. 억압이 있는...

(불편하고 거슬리면서도.. 뭔가 한 번씩 더 눈길이 가고. 뭔가 더 응원..연민..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 내 모습이 보이니까..)


10.

모든 종교가 결국은 어떤 종류의 초자아를 나타낸다는 느낌이다. 기독교든 뭐든. 아즈텍 인신공양 다신교든.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order들이든.

내가 종교에 살짝 경계를 세우고 있는 게 기본 스탠스인 게, 내가 권위..에 대한 저항..냉소..같은 걸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뭔 게임에서 캐릭터를 고를 때도 priest나 paladin, monk같은 lawful 부류는 고를 일이 없고.. 막연한 거부감..냉소..평가절하..를 느끼는 것 같다


(비자발적으로 시작된..-_-) 대화 과정에서 나온 기도..prayer..에 대한 얘기들. “기도하는 게 어떤 느낌이에요?”

어릴 때 교회에서 시키듯이. 전단지..에 쓰여있듯이.. 소원 들어주세요..하는 기도는 열라 1차원적이고 단순한.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기도라고..

얘기가 장황하게 이어졌는데..결론은 결국. 하나님에게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떠오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말하는* 고백이 핵심이라는.

답이 구해질 때까지. 하나님께. 모든 것을 고하면서. 답을 구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하나님이 답을 주신다는.. 그런.

그러니까. 일종의 방어를 거둔 자기고백. 스스로에 대한 솔직함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 자기성찰..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느낌의.

어떤 식으로든. 내 생활에 기도..의 양식을 받아들여야겠다는 느낌이 든다.. 꼭 종교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어떤 날것의 자기고백의 형태로서.


보통 흔하게 접해지는 기독교의 양식들과. 좀더 깊이 들어갔을 때의 기독교의 양식들 사이에. 좁히기 힘든 어떤 괴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결국 저마다 자기만의 하나님을 찾아 믿고 있다는 느낌이다. (기독교는 어떤 큰 틀에 불과한..) 보편적인 무언가..로서의 신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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