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Posted 2011. 2. 17. 16:26, Filed under: 카테고리 없음
1.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이유는 반복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다
반복이 일상화될수록 자꾸만 일기 쓰는 일을 잊게 된다
일기 쓰는 일을 잊다 보면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못하고 삶이 허비되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한다
쓰잘 데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떤 블로그에서 우연히 본 낙서들에 왠지 마음 속이 허해지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제 나도 더 이상은 결코 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2.
한동안 똥오줌 잘 가린다 싶던 고양이가 또다시 똥을 아무 데나 싸갈기기 시작했다
오줌은 또 잘 가리면서 굳이 똥만 여기저기 싸놓는 게 참 이놈의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주로 현관 앞에 똥을 싸대는지라 집에 누구 올 때마다 겁난다 특히 집주인 올 때는 초비상사태다
(오히려 방 안에 있으면 냄새도 거의 안 나고 별 느낌 없는데 어디 나가거나 들어올 때마다 미치겠다-_ )
굳이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이제는 적어도 이불에 오줌을 싸진 않으니 밤에 잘 때 껴안고 잘 수 있다는 거다
고양이가 내 배 위에서 꼼지락거리면서 자기 시작한 이후로 아침에 일어날 때 기분이 확연히 다르다
“Happiness is a warm kitten.”

3.
방전된 건전지마냥 빌빌대며 축 처진 2학기를 보냈다 성적은 개판이고 친구도 몇 명 없고 뭔가 그럴싸하게 이룬 것도 없다
(엄밀히 말하면, 자체드랍한 F가 두 개 있는데 그게 하필이면 교수님이 성적을 마구 퍼준 과목이었던라 학과 석차가 바닥일 뿐이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개념도 불확실하고 내가 하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필요한 것들인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 상태로 다음 학기를 계속할 자신이 없어서 휴학계를 내고 왔다
학비 대주시는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는 게 맞는 순서겠지만 딱히 합리적으로 부모님을 납득시킬 만한 변명거리가 생각이 안 난다
한 학기 쉬면서 최대한 마음 다잡고 나서 다음 학기에 서둘러 바로 복학해야겠다

4.
세탁기 청소하다가 감전되다
손이 우웅- 떨리면서 점점 감각이 없어지면서 마치 자다 일어났을 때처럼 저릿저릿한 느낌
본능적으로 손을 확 빼놓고서도 미련하게 상황파악 못하고 다시 손을 댔다... lol
당연하게도 다시 느껴지는 저릿저릿함과 감각없어짐에 아, 이게 감전이구나 하며 순간 섬뜩했다
세탁기 코드는 꽂혀 있었지만 전원은 꺼져 있었는데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
어릴 때 냉장고 뒤쪽에 손 대면 신기하게도 붕붕- 손이 떨리는 게 재밌어서 갖고놀던 일 이후로-_ 감전 비스무리한 건 처음이다
코드 빼고 청소는 마저 끝냈지만 이후로도 팔에 저릿저릿한 느낌은 10분 동안 가시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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